▶ CNN 분석 “경합주 5개 안팎으로 역대 최저”
▶ 최근 4번 대선서 40개주는 같은 당이 승리, 후보 확정 후 내년 9월부터 본격 본선 대결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는 내년 대선의 본선 레이스가 1년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번 대선은 애리조나주, 조지아주 등 5개 안팎의 경합주에서 승부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CNN이 4일 보도했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대선 후보를 선출하기 위한 경선은 내년 초부터 이어지며, 양당은 내년 7월과 8월에 각각 전당대회를 열어 대선 후보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어 각 당에서 확정된 대선 후보들은 전열을 정비한 뒤 통상적으로 9월 첫 번째 월요일인 노동절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11월 본선을 향한 선거운동에 나서게 된다. 일찌감치 조 바이든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리턴 매치가 유력시되는 내년 대선은 역대 어느 선거보다 경합 지역이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CNN은 내다봤다. 역대 어느 선거보다도 소수의 주에서, 소수의 선거인단이 사실상 향후 4년간 미국의 운명을 결정지을 수 있다는 의미다.
■선거인단 확보가 관건
연방제 국가인 미국의 대선은 독특하면서도 복잡하다. 대통령 선거는 대통령 선거인단 선거와,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 선거로 구분된다. 각 당에서 전당대회를 거쳐 확정된 후보들은 선거인단 선거 전까지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을 진행하고, 각 정당은 사전에 주별로 할당된 인원에 맞춰 선거인단 명부를 확정한다. 선거인단은 연방 상·하원 의원을 합한 숫자인 535명(하원 435명+상원 100명)에 워싱턴 DC 대표 3명을 더해 538명으로 구성된다.
일반 유권자는 11월 첫째 주 화요일 자신이 지지하는 대통령 후보에게 투표하고, 대통령 후보의 득표 결과에 따라 주별 선거인단을 어느 당이 차지할지 결정된다. 미국의 50개 주 가운데 메인과 네브래스카를 제외한 대부분의 주에서는 한 표라도 많은 표를 차지한 후보가 그 주 전체의 선거인단을 차지하는 ‘승자독식 선거인단 시스템’을 채택하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민주당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일반 유권자 득표(48.18%)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46.09%)을 286만표 앞섰으나, 확보한 선거인단 수는 적어 고배를 들기도 했다.
이처럼 미국의 대통령은 사실상 선거인단 선거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선거인단 선거가 대선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총선거인단(538명)의 과반인 270명 이상의 선거인단을 얻으면 그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
선거인단에 의한 대통령 선거는 12월 둘째 수요일 이후 첫 월요일에 실시되며 각 주에서 선출된 선거인단은 자신이 속한 당의 후보에게 투표하는 절차를 따른다. 다른 후보에게 표를 던지는 것이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사실상 없다시피 해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
■크게 줄어든 경합주
CNN 방송은 “내년 대선의 본선 레이스 시작을 1년 앞두고 여전히 많은 것이 불투명하지만, 얼마 안 되는 경합주에서 한 줌의 유권자에 의해 향배가 결정될 것은 분명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경합주(swing state)의 수는 많아야 7~8개, 적을 경우 4개 수준으로 역대 최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실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처음 당선된 2008년 대선 이후 2020년 대선까지 4번의 대선에서 전체 50개 주 가운데 각각 20개주가 내리 민주당과 공화당 후보에 더 많은 표를 안겨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선거인단의 80%, 40개주가 4번 연속 같은 당 후보에 더 많이 투표했다는 의미로, 20세기 이후 미국 역사상 전례가 없는 일이라고 CNN은 전했다.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932년부터 1944년까지 네 번 연속 당선됐을 때에도 전체 50개주의 3분의 2만이 같은 선택을 내린 것을 감안하면 말 그대로 ‘역대급’이다. 1976년부터 1988년까지 투표 경향을 놓고 보면 절반의 주만이 매번 동일한 당에 투표했다.
게다가 2008년 이후 대선에서 지지 정당을 번복한 10개 주에는 인디애나, 아이오와, 오하이오, 플로리다 등 4개 주가 포함됐는데, 이들 모두 트럼프 시절 확고한 공화당 지지로 돌아선 것을 감안하면 실질적 경합주는 한층 줄어든다. 노스캐롤라이나 역시 10개 주에 포함됐지만 오바마 전 대통령이 첫 승리를 거둔 것 이외에는 대부분 공화당의 당세가 강한 게 사실이라고 CNN은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선거 전문가들은 대선을 포함한 각종 투표 성향 및 여론조사 등을 토대로 내년 대선에서 실질적인 경합주는 애리조나, 조지아, 위스콘신, 미시간, 네바다, 펜실베니아 등 정도일 것으로 분류한다. 애리조나와 조지아, 위스콘신은 2016년 대선에선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2020년엔 바이든 대통령에게로 돌아섰다. 미시간과 네바다, 펜실베니아는 지난 대선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승리한 곳이지만 현재 표심은 미지수라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