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엘리 UH 해밀턴 도서관 한국학 사서
알로하, 안녕하세요. 저는 하와이 대학 해밀턴 도서관의 한국학 사서 김엘리입니다.
하와이주의 교육의 중심 하와이 대학교, 그리고 그런 하와이 대학교의 연구를 뒷받침하는 중앙 도서관인 해밀턴 도서관에 훌륭한 한국 컬렉션이 있다는 사실을 하와이 한국일보 독자 여러분은 알고 계시나요?
저희 한국 컬렉션은 그 기원이 1938년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승만 박사와 가까운 사이로, 하와이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후에 주미 대사를 지낸 양유찬 박사가 아내를 기리며 한국 책들을 하와이 대학에 기증한 것이 현재 한국 컬렉션의 시초입니다.
현재 하와이대학은 해외에서 가장 큰 한국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하와이대학교 도서관의 한국 컬렉션도 해외에서 가장 오래된, 그리고 가장 큰 한국 컬렉션 중의 하나라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가장 오래되고, 가장 클 뿐만 아니라 가장 훌륭한 자료들을 가지고 있는 컬렉션이기도 합니다.
이 글을 시작으로 한 달에 한 번, 독자 여러분들께 저희 도서관이 소장하고 있는 흥미로운 한국 관련 자료들을 소개해 드리는 기회를 가지고자 합니다. 제가 처음으로 소개드리고 싶은 자료는 ‘조선 총독부 중추원 조사보고서’라고 불리는 400권이 넘는 컬렉션입니다.
하와이는 일제 강점기에 독립 운동을 적극적으로 뒷받침 했던 역사를 가진 곳이기도 합니다.
하와이의 한인들이 자금을 모아 독립 운동을 지원하던 시기, 조선 총독부에서는 한국을 영구히 지배하기 위한 작업을 착실히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조선 총독부의 자문 기관이었던 중추원에서는 새로운 식민지 조선을 지배하기 위한 법률을 만들 준비를 합니다. 이를 위해 조선의 역사, 풍습, 지리 등등 조선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를 수집합니다.
이 작업을 진행했던 조사원들이 중추원에 보낸 보고서가 바로 저희 해밀턴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습니다.
괘씸한 목적을 위해 만들어진 문서이기는 하지만, 현재 이 자료는 당시 조선의 사회를 알 수 있는 아주 중요한 역사적인 문서로 간주됩니다.
광복 이후 조선 총독부가 패주하면서 혼란 속에 이 보고서들은 여기저기로 흩어지게 됩니다.
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그 중 400여권이 바다를 건너 하와이의 해밀턴 도서관에 도착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경로로 누가 이 자료들을 해밀턴 도서관으로 가져왔는지 추적을 해봤지만 알 수 없었습니다.
이 조사보고서들은 중추원의 후신이라고 할 수 있는 한국의 국사편찬위원회가 보고서의 대부분을 소장하고 있습니다.
UH 해밀턴 도서관은 세번째로 많은 숫자의 보고서를 보관중입니다.
작년부터 국사편찬위원회와 해밀턴 도서관은 이 중요한 자료를 디지털화해서 대중에 공개하려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자료들은 당시에 쓰였던 전통 종이에 묵과 잉크로 적힌 문서고, 100여년이 지나면서 손상된 부분들이 많은 것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문제점이었습니다.
디지털화를 위해서는 보고서를 스캐너에 올려 한장 한장 넘겨가며 스캔을 하는 과정이 필요한데, 그 와중에 보고서들이 부스러지거나 하면 돌이킬 수 없어 올해 내내 하와이 도서관의 보존부서는 벌레, 습기 등 여러 이유로 손상된 많은 수의 자료들을 스캔이 가능한 상태로 복원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7월에는 일본의 간고지와 한국의 국사편찬위원회에서 잔뼈가 굵은 한일의 보존전문가들이 해밀턴 도서관을 방문하여 동아시아 전통종이의 복원 노하우를 전수하기도 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2025년에 마무리될 예정으로 디지털화 된 자료들은 순차적으로 대중에 공개될 예정입니다. UH 해밀턴 도서관의 가장 귀중한 자료 중 하나인 중추원 자료와 이 프로젝트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김엘리 사서는 누구>
UH 마노아 캠퍼스 문헌정보학과를 졸업 호놀룰루 미술관 도서관 근무.
희귀 도서들과 북한 출판물 관심
문의 eunahkim@hawaii.ed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