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120달러어치 먹고나서 ‘나 돈 없어’

2023-09-01 (금) 12:00:00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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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타운 식당가 50대 ‘먹튀’

▶ 타 업소들 비슷하나 피해

최근 LA 한인타운 식당가에서 음식을 잔뜩 시켜먹고 돈을 내지 않는 이른바 ‘먹튀’를 일삼는 중년 한인남성이 자주 출몰해 업주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업주는 이 남성이 음식을 시켜먹고 몰래 도망가는 것도 아닌 ‘내가 돈 안내면 당신들이 어쩔 건데’ 식의 뻔뻔한 태도로 업주들을 조롱해 아주 괘씸하다고 토로했다.

한인타운에서 BBQ 식당을 운영하는 업주 배모씨는 최근 황당한 일을 겪었다. 행색이 말끔한 중년의 한인 남성이 식당에 들어와 가장 비싼 메뉴를 120달러 상당 주문해 식사를 마치고 직원들에게 “내가 지금 휴대폰도 없고 지갑도 없고 돈도 없으니 집에 가서 돈을 갖다 주겠다”고 말하며 유유히 가게를 빠져나간 것이다.

너무도 당당하게 돈이 없다는 얘기를 하고 걸어 나가는 모습을 본 직원들은 몇 개월 전 같은 수법으로 무전취식을 했던 사람이 있었던 것이 기억나 CCTV를 뒤져보니 동일인이었다고 밝혔다. 당시 업소에 없었던 업주 배씨는 “직원들이 얼굴을 기억하지 못한 탓에 또 다시 어이없는 일을 겪었다”며 탄식했다.


50대로 추정되는 이 한인 남성은 깔끔한 캐주얼 복장에 지팡이를 짚고 주로 야구 모자를 쓰고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몇 달 전 같은 샤핑몰 내 다른 업소에서도 절도를 시도했다가 쫓겨난 전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씨는 “이 사람은 현재 LA의 치안 상황을 악용하고 있는 것 같다”며 “돈을 안내고 나가도 잡혀가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 잘 알고 있다. 이전에도 좀도둑에게 피해를 입어 경찰을 불렀지만 오지도 않고 올 때까지 붙잡아 놔도 경찰은 체포는 커녕 구두로 경고만 주고 풀어줬다”고 말했다.

배씨는 이어 “배가 고파 해장국 한 그릇 먹고 양심에 찔려 도망이라도 갔으면 이렇게 속상하진 않을 것이다. 당신들이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식으로 나오는 행태가 정말 어이없다”고 개탄했다. 배씨는 다른 한인 업소들도 같은 피해를 입지 않기 바라는 마음에 제보했다고 밝히며 “경범죄도 엄연한 죄인데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현 세태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황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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