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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우이 카운티 의회, 산불 참사 생존자 민원 청취

2023-08-24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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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지역 재개발 보다는 주민이 참여하는 재건축 원해

▶ 정부 대처에 대한 분노와 불신 여전

마우이 카운티 의회, 산불 참사 생존자 민원 청취

산불로 전소 된 라하이나 지역 주택, 마치 폭격을 맞은 전쟁터와 같다.

22일 마우이 카운티 의회에서 산불 참사 생존자들의 민원 청취가 이루어졌다.

라하이나 재건과 우선순위에 관한 여러 논의가 오간 가운데, 몇몇 의견은 때때로 상충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큰 틀에서는, 지역사회 구성원과 상의하여 일을 추진해야 하는 데에 합의가 이루어졌지만, 아직 참사의 충격에서 고통 받는 주민들이 많아 재건 사업을 언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분명히 정해진 바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마우이 카운티 의회 게이브 존슨 의원실 어텀 네스 보좌관은, 라하이나 참사 발생 이후 며칠 동안 생존자들과 여러 차례 만남을 가졌다고 운을 띄우며, 정부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계속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아울러, 이번 참사는 정부의 대응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생존자들의 주된 의견이며, 이는 지난 수년 동안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참사 직후 정부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을 때 민간에서는 신속히 유통조직을 구성하여 생존자들을 도왔다고 강조하며, 주민들 각자가 스스로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 개탄했다.

네스 보좌관은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재건 기획을 두고, 재난 상황 시 미흡한 대처를 보인 정부를 어찌 신뢰할 수 있겠느냐며 강한 불신을 나타냈다.

이어, 생존자들의 상처를 보듬기보다 관광지 재건에만 급급해 보이는 정부의 행보를 모욕적(insulting)이라고 강하게 비판하며, 지금은 건물을 짓기 보다 이재민을 위로하는 것이 먼저라고 강조했다.

이날 카운티 의회에는 약 50명의 주민이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몇몇 주민들은, 산불 참사 전에 발표된 자쉬 그린 주지사의 서민 임대주택 건설 촉진을 위한 비상선언에 대해 마우이 의회가 이의를 제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해당 비상선언이 라하이나 재건에도 적용되어, 자칫 주민들의 의결권이 무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대두 되었기 때문이다.

일부 주민들은 그린 주지사의 비상선언으로 일조권 법률과 지속가능성 기획, 정부기록요청, 보존 규칙, 임금 단체 교섭 등의 법적 장치가 무효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린 주지사는 지난 7월17일 만성적인 주택 부족을 완화하기 위해 5만 채 신규 임대주택을 건설하는 내용의 비상선언을 반포한 바 있다.

해당 비상선언은 건축 승인을 검토하는 22명의 새로운 실무진(Build Beyond Barriers)을 구성하고, 건축 허가 신청 절차를 간소화하는 권한을 부여한다.

산불 참사 이후의 정부 대응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이어졌다.

라하이나 생존자 B씨는 화재로 모든 것을 잃은 후 정부로부터 받은 것은 연방긴급사태관리청(FEMA)이 배포한 700달러의 일회성 지원금이 전부라고 지적하며, 매일 줄을 서서 서류에 서명하다는 말만 들은 채 실질적인 도움은 없다고 울분을 토했다.

아울러, 관광객이야말로 마우이 주민들의 삶을 지탱하는 원동력이기 때문에 방문객들의 발길이 계속되길 바란다고 전하며, 산불 참사 후 마우이 여행 자제를 촉구하는 일부 의견을 강하게 비판했다.

마우이 상공회의소 파멜라 텀팝 회장은 라하이나 재건 기획에 현지 주민이 참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단체 350Hawaii.org 또한, 그린 주지사의 비상선언으로 라하이나 재건 사업이 환경 규제를 우회할 우려가 있다고 경계를 나타냈다.

마우이 산불 참사 이재민을 돕기 위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주민 젠 메이더 씨는, 주민들의 의견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운을 띄우며, 정부가 재건 사업을 좀 더 천천히 진행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한편, 시민단체 하우징하와이퓨처 스털링 히가 이사는, 근로자 가족 및 하와이 원주민이 본토로 이주하는 것을 막기 위해 신속히 서민임대주택을 확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하며, 그린 주지사의 비상선언의 취지에 공감했다.

또한, 이번 참사가 잠재적으로 하와이 경제에 불황을 가져올 수 있다고 지적하며, 재건을 망설일 여유가 없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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