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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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드 포인트’

2023-08-22 (화) 정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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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데스를 일주하는 사이클 경기
콜롬비아의 산길을 오르는 선수들
산기슭의 아열대를 지나면 저만치
산꼭대기 만년설이 보인다
해발 사천오백 미터 산간고원을 달린다
산소가 희박한 공기 속
가쁜 숨을 몰아쉬며 자전거 페달을 밟는다
가슴은 곧 터질 듯 헐떡인다
자욱한 안개가 귀를 핥으며
자꾸만 속삭인다
포기하라!
이제 그만 포기하라!
나는 핏발 선 눈으로
핸들을 잡은 손에 힘을 준다
머리 위에서 부서지는
잉카의 태양!

‘데드 포인트’ 정채원

왜 좋은 길 두고 안데스 산간고원을 달리는 걸까? 세계에서 가장 긴 산맥을 정복하기 위하여? 완주 기념패를 얻기 위하여? 극한의 고통을 감내하는 운동선수들은 끊임없이 데드 포인트를 넘어선다. 포기하라는 몸의 외침을 거스르며 한 발 더 나아간다. 사점을 통과한 몸은 새로운 호흡을 얻는다. 사점은 다시 높아지고 그들은 다시 돌파한다. 궁극 선수들이 넘는 것은 해발고도가 아니라 자기 정신의 고도이다. 누구나 살면서 가장 가파르게 넘는 것은 자기라는 산일 것이다. 반칠환 [시인]

<정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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