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플레 둔화에도 식료품 가격은 계속 오르며 ‘고통’
▶ 한인 소비 주요 품목들 최고 3배 이상 급등
주부 조모씨는 “요즘 장볼 때 카트 채우는 것이 겁이 난다”며 한숨 지었다. 그는 “예전과 달리 조금만 물건을 담아도 2~300달러는 금방이라 마켓 방문 횟수를 아예 줄였다”고 말하며 “월급은 안 오르는데 물가는 급등하고 팬데믹도 끝났는데 물가가 떨어지기는커녕 더 오르고 있는 것 같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3.2% 상승하는데 그쳐 전반적으로 물가 상승이 둔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지만 코로나19 사태로 2년 넘게 지속돼 온 인플레이션의 여파로 물가는 이미 오를 대로 올라 서민들은 생활 물가 부담을 무겁게 짊어지고 있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보도하는 물가 상승 둔화는 숫자일 뿐 실제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물가와는 거리가 느껴지는 것이다.
개솔린과 렌트 등 일부 품목은 상승세가 둔화됐지만 아직도 식료품 가격은 계속 오르고 있어 소비자들은 인플레 둔화 현상을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본보가 2021년 5월과 이달 물가를 로스앤젤레스 한인타운 수퍼마켓들에서 비교, 분석한 결과 한인들의 식탁에 필수적인 쌀, 계란, 두부, 파, 된장, 삼겹살, LA 양념갈비, 라면, 소주, 과자 등 주요 식품들이 최근 2년여간 적게는 25%에서 많게는 3배 가까이 폭등했다. <도표 참조>
10달러도 안 되는 가격으로 20파운드 쌀을 구입할 수 있었던 2021년과는 달리 현재는 15파운드짜리 쌀들도 10달러대 후반 가격으로 책정돼 있고 20파운드 쌀 중에서는 20달러가 넘는 제품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두부도 1.35달러로 1모를 구입할 수 있었다면 현재는 2배 가까운 가격인 1.99달러로 올라 47.4%의 상승률을 보였다. 한식에 빠질 수 없는 파는 295% 가격이 상승했고 간편식의 대명사 라면의 경우도 브랜드에 따라 적게는 50.1%에서 150.4% 상승률을 보였다.
한인들이 선호하는 삼겹살과 LA 갈비 값을 보면 ‘미국은 고기 값이 싸다’는 말도 더 이상 하기 힘들 지경이다. 팬데믹 이후 구인난으로 인한 공급부족과 물류비 상승은 가격상승으로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달됐고 특히 지난달부터 발효된 캘리포니아 동물복지법 조치로 향후 삼겹살 가격 상승은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 됐다.
한인들이 애용하는 코스코 삼겹살은 파운드 당 가격이 올라 이전에 1팩에 10달러대 후반~20달러대 초반에 구입이 가능했다면 현재는 20달러대 후반에서 30달러대 초반으로 가격이 올랐다. 한인 마트 삼겹살의 경우는 파운드 당 가격이 코스코보다 2~3달러 더 비싼 7달러대에 판매 돼 이제 삼겹살과 소주는 서민 식탁의 주인공 노릇을 하기 힘들어졌다. 양념 LA 갈비의 경우 27.3%, 삼겹살의 경우는 3년 전에 비해 45.5%나 올라 있었다.
만약 4인 가족이 갈비구이를 저녁메뉴로 정해 식사를 하기 위해 장을 본다고 가정할 때 100달러짜리 1장으로는 파운드당 13.99달러 LA 양념 갈비 3파운드와, 20파운드 쌀 한 포대, 된장 1통, 김치 1병 정도만 구입이 가능했다. 여기에 곁들여 먹을 상추, 깻잎, 쌈장, 찌개에 넣을 두부와 버섯, 호박, 과일과 아이들 먹일 과자, 남편이 좋아하는 소주 1박스를 구입한다면 200달러정도 비용이 소요되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훌쩍 넘을 수도 있는 상황인 것이다.
물론 쌀과 김치 등은 대량 구매해 한 끼에 모두 먹을 수 있는 양이 아니니 200달러 비용을 4인 가족 한 끼 식비로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여기에다 1주일 치 먹을 다른 식품을 추가 한다면 4인 가족 일주일 식비는 400~500달러대로 훌쩍 올라가게 되고 그걸 1달로 환산했을 때 1달 식비는 거의 2,000달러에 육박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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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의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