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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착오적 세력을 떨쳐내야 하는…

2023-08-14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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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위협은 곳곳에 널려 있다. 날로 확산되고 있는 디지털과 하이브리드 워페어. 테러리즘. 기후위기…. 거기에다가 중-러 주축의 독재세력 유라시아블록 대두.’

이것이 세계의 민주국가들이 처해 있는 안보현실이다. 그 대처방안은 무엇일까.

싱크 탱크, 유럽정책분석센터(CEPA)는 이 같은 질문 제시와 함께 스스로 답을 제시하고 있다. 북대서양조약기구, 즉 나토(NATO-The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를 새로운 나토, 그러니까 전 세계 민주주의 국가를 동맹으로 받아들이는 신동맹조약기구(New Alliance Treaty Organization)로 확대 발전시켜 함께 대처해 나가야한다는 것이다.


‘지나친 이상에 들떠 있다.’ 일부에서의 비판이다. 그 제안이 한 세기 전 윌슨 대통령의 민주주의에 대한 비전을 연상시킨다는 거다. 지적대로 유토피아적 발상일까. 그렇지만도 않다.

이른바 포스트 탈냉전시대다. 팬데믹, 기후위기, 에너지 전환, 디지털 변환, 인구절벽. 이 시대의 버즈 워드로 하나 같이 초대형 변화를 상징하고 있다. 거기에다가 지정학적 위기도 겹쳤다. 미국과 중국의 대립심화다. 그 와중에 발생한 것이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다. 한 마디로 복합 대전환기의 혼돈 상황을 맞고 있다고 할까.

이 상황에서 유엔은 유명무실한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세계평화 유지가 유엔의 주 역할이다. 그 유엔이 중국과 러시아의 거부권 행사로 식물상태가 되고 만 것. 바로 이런 구조적 문제로 유엔은 개혁도, 대안제시도 불가능하다.

그러면 국제질서를 지켜줄 유력한 대안은 어디서 찾아지나. 나토라는 것이 CEPA의 지적이다.

소련의 서유럽 침공을 막기 위해 결성된 나토는 창설초기부터 민주주의 체제들과의 협력을 강화, 확대해왔다. 그 나토의 행보가 최근 들어 부쩍 빨라지고 있다. 중립국이었던 핀란드와 스웨덴이 새로 나토회원국이 됐다.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가져온 사태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나토는 동진(東進)을 계속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크름반도 합병 때만 해도 이는 유럽문제로만 치부됐다. 동아시아에서의 미-중 패권경쟁은 인도-태평양에 국한된 문제로 인식됐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자유 민주진영과 독재세력 유라시아 블록의 세 결집이 이루어지면서 그 지리적 경계는 허물어졌다. ‘오늘의 우크라이나는 내일의 동아시아일지도 모른다’- 기시다 일본 총리의 발언이다. 유럽과 북미 중심이었던 나토는 지리적 경계를 뛰어넘어 인도-태평양 지역으로 관심과 협력의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AUKUS(미국, 영국, 호주 3개국 군사동맹),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의 정보동맹인 ‘파이브 아이즈’(Five Eyes), 람슈타인그룹(31개 나토회원국과 한국, 일본 등 23개 비 나토회원국이 참여한 우크라이나 지원 54개 국 모임) 등과 협력 강화가 그 일환이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한국, 일본, 호주, 뉴질랜드 등 AP-4로 불리는 아-태지역 파트너 4개국을 나토정상회담에 초청, 나토주도 군사훈련에 참여시키는 등 준 나토 회원국 수준으로 협력을 강화한 것이다.

이 가운데 하나의 거대한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미국은 러시아와 중국의 군사적 위협에 대항해 유럽과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각각 별개의 동맹 체제를 운영해왔다. 그런데 유라시아블록과의 대결구도를 맞이해 두 동맹 체제를 연결시키려는 움직임이 태동되고 있다고 할까.

바로 이런 정황에서 제시된 것이 새로운 나토, 즉 북대서양조약기구의 문호를 개방해 아시아-태평양지역의 민주국가들도 동맹으로 받아들이는 신동맹조약기구(New Alliance Treaty Organization)로 확대 발전시키자는 구상이다. 이 구상은 이미 하나, 둘 현실에서 구체화 되고 있다고 보아도 크게 틀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관련해 한 가지 질문이 떠오르고 있다. 이 급변하는 안보질서는 대한민국의 안보와 국제 위상에 어떤 영향을 가져올까 하는 것이다. 위기가 아니라 오히려 큰 기회가 된다는 생각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와중에 새삼 드러난 것은 ‘민주주의 병기창’으로서 K방산의 위력이다. 폴란드, 발트 3국, 노르웨이 등 대 러시아 최전선을 담당하고 있는 나토 동맹국들은 속속 한국의 최신 무기로 무장을 강화하고 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고 있다.

한국은 자유 민주주의 동맹의 성숙한 일원으로 유라시아 독재세력 팽창저지의 일익을 담당하고 있는 형세다. 그런데다가 한국은 반도체, 배터리 등 미래 산업 기술 강국이다. ‘Indispensable Korea(불가결한 한국)’ 이미지가 널리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국은 G7(주요 7개국)을 G8, 혹은 D10(주요 민주주의 10개국)으로 확대하는, 그러니까 주요 선진국으로서 세계 관리(global governance)의 일원이 되어야 한다는 안에 0순위 후보에 올라 있다.

그러니까 한국은 G7으로서 필요조건은 이미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충분조건은 아직 갖추지 못했다. 2%(어쩌면 20%이상일 지도 모른다) 모자라는 것이 있다. ‘문재인 보유국’, 더 나가 ‘이재명 보유국’이란 타이틀이 그것으로 보인다.

전 자유 민주세계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져버리고 있는 중국에 진저리를 치고 있다. 그런데 그 중국을 몹시 사모한다. 그러면서 부르느니 ‘죽창가’에, ‘닫힌 민족주의 타령’이다. 그런 그들이 여전히 맹위(?)를 떨치고 있는 게 여전한 한국 정치의 현주소이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이 수립된 지 75주년. 이제는 그 시대착오적 세력은 떨쳐낼 때가 되지 않았을까. 그 길만이 선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발돋음 하는 첩경으로 보여 하는 말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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