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와이 주민들, 잿더미로 변한 옛 왕조 수도에 트라우마
8일 발생한 산불로 잿더미로 변한 마우이 라하이나 지역의 소식을 접하고 있는 하와이 주민들의 심정은 마치 수년 전 한국인들이 남대문 화재 현장을 지켜볼 때의 심정과 흡사한 듯하다.
하와이 관광청 안내에 의하면 19세기 초 하와이 왕국의 수도였던 라하이나는 1800년대 중반 포경업이 성황을 이룰 때 포경 마을로 번창했던 곳으로 라하이나에서 출발한 포경선만 무려 400척, 선원은 최대 1,500명에 달하는데, 고전 소설 백경으로 영원히 기억되는 허먼 멜빌 또한 그 중 한 명으로 역사를 간직한 마우이 주민들의 자부심이 깃든 곳이었다..
마우이 카훌루이 공항에서 45분 거리에 위치하고 하와이어로 “맹렬히 타오르는 태양”이라는 의미로 '렐레'라고 불리던 역사적인 마을 라하이나는
1962년부터 국립사적지로 지정된 프런트 스트리트(Front Street)와 그 주변 지역이 하룻밤 사이에 발생한 대규모 화재로 인해 불타버렸고 역사적인 건물, 랜드마크 및 유적지도 마찬가지로 화마가 집어 삼켰다.
미국계획협회가 선정하는 “최고의 거리 10선”에 이름을 올린 생동감 넘치는 프론트 스트리트를 걸으며 미국 선원 병원, 할레 파아호(라하이나 교도소), 파이오니아 인, 마우이에서 가장 오래된 반얀트리, 유적지가 이어지는 라하이나 역사 트레일 등 역사가 깃든 장소를 방문했던 방문객들은 이제 더 이상 이곳을 볼 수 없다.
또 이곳에는 1873년 인도에서 들여와 심은, 미국에서 가장 큰 반얀트리(Banyantree)가 있어 주변이 공원으로 조성돼 있었는데, 이번에 모두 불에 타 까맣게 그을린 모습이 언론 사진에 포착됐다.
잃어버린 유적지 중 일부는 다음과 같다.
>> 1823년 케오푸올라니 대추장이 설립한 와이올라 교회.
>> 1846년에 예수 마리아 성심 성심의 오베르 부용 목사에 의해 설립되어 1858년에 공식적으로 봉헌된 마리아 라나킬라 가톨릭 교회.
>> 1912년 라하이나에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민가에 세워진 라하이나 조도선교회. 사찰은 1931년 현재 위치로 이전했다.
>> Na Aikana Cultural Center는 한때 Pioneer Mill에 반대하는 ILWU 파업 동안 플랜테이션 노동자들을 위한 무료 급식소 역할을 했던 건물을 차지하고 있다.
>> Pioneer Inn, George Alan Freeland가 1901년에 지었다.
손실된 것으로 보이는 다른 구조는 다음과 같다.
>> 올드 라하이나 법원(Old Lahaina Courthouse)은 1860년 포경 및 무역선을 위한 세관 건물이자 왕정 기간 동안 관공서 및 법원 기능의 중심지로 문을 열었다.
>> 섬에서 가장 오래된 집인 Baldwin Home Museum은 선교사 Dwight Baldwin과 Charlotte Fowler Baldwin을 위해 1834년에서 1835년 사이에 지어졌다.
법원 밖에는 수령이 150년이 넘은 거대한 반얀트리가 심하게 탔고 피해를 입었지만 소생 가능성을 기원하고 있다.
라하이나가 화재로 소실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역사적 기록에 따르면 1919년 설날 이른 아침, 마을 사람들이 화재를 진압하기 전에 화재가 마을을 휩쓸고 30채 이상의 건물이 파괴 된 바 있다,
하와이 원주민들은 “오늘날의 화재는 부분적으로 기후 위기, 우리 섬의 식민주의 역사, 우리의 'aina와 wai'를 관리할 권리의 상실로 인한 것"이라며 "오늘날 우리는 우리의 소중한 문화재, 조상과의 물리적 연결, 기억의 장소 등이 모두 물거품이 되는 것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를 한 민족으로서 말살 하려던 바로 그 서구 세력이 이제 그들의 파괴적인 관행으로 우리의 생존을 위협한다"고 탄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