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피크 차이나’, 이후 중국의 운명은…

2023-08-07 (월) 옥세철 논설위원
크게 작게
파륜궁(法輪功). 티베트. 신장 위구르 자치구. 홍콩. 이 단어들과 연상되는 것은 무엇인가. 인권 따위는 아랑곳 않는다. 인간의 생명조차 등한시 한다 그런 시진핑 체제의 잔인한 속성이 아닐까.

그 시진핑 체제가 불러온 또 다른 재앙이 코비드 팬데믹이다. 코비드-19이 처음 창궐한 때는 2019년 말께다. 시진핑체제는 이 사실을 은폐했다. 그뿐이 아니다. 이 신종 바이러스성 질병의 위험을 경고한 의료인들을 유언비어 살포자로 체포, 구금했다.

결국 코비드-19은 전 세계로 번져나갔고 2023년 8월초 현재 686만여 명이 코비드로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뒤늦게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한 주만이라도 빨리 베이징이 국제사회에 제대로 진상을 알리고 협조를 구했으면 코비드 피해는 68%가 감소했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계산이다.

코비드 팬데믹은 전 세계적으로 실로 흉흉하기 짝이 없는 파장을 몰고 왔다. 천문학적 액수의 경제적 피해에, 엄청난 인적 손실에 이르기까지.

시진핑 체제는 ‘제로 코로나’ 정책과 함께 대대적 봉쇄에 들어갔다. 이 조치로 미국과는 달리 제로에 가까운 희생자를 냈다는 주장을 펴면서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알리는 선전선동의 기회로 이용했다.

코비드 팬데믹은 그 주장대로 아주 경미한 피해만 가져왔고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위대한 중국인민의 승리로 종결됐나.

‘오늘날 중국 사회 전반 곳곳에 스며든 것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공포감이다. 마오쩌둥 시대 이후 일찍이 없었던 현상으로 어느 날 갑자기 아무 경고도 없이 가진 재산이나 생계를 박탈당할 수 있다는 공포감이 만연해 있다.’- 포린 어페어스지의 지적이다.

시진핑 체제의 주장대로 코비드로 인한 인명피해는 서방보다 적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공산당에 의해 아무 경고 없이 단행됐던 대대적 봉쇄조치, 그리고 또 어느 날 갑자기 취해진 봉쇄해제조치. 이는 일종의 집단 트라우마로 남아 중국 인민들의 심리를 옥죄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 트라우마는 중국 인민의 경제 행태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런 판이니 가급적이면 모든 재산을 현금화 하는 거다. 그리고 한 푼이라도 아끼는 것이다.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해외로 빼돌리는 게 상수다.


인구 3,000만이 넘는 중국의 경제 수도, 상하이도 어느 날 사전 경고 없이 전면 봉쇄됐다. 그런 가운데 속절없이 사람들은 죽어나갔다. 이로써 14억 인민의 생사여탈 권한을 쥐고 있는 것은 중국 공산당, 더 나가 시진핑이라는 사실을 똑똑히 각인시킨 것이다.

벌레랄까, 지푸라기라고 할까. 그런 존재인 인민은 변덕이 심한 그 거대 권력 앞에서 숨죽이며 알아서 스스로 살아갈 길을 모색할 수밖에 없다. 당국의 정책이 어떻든, 확실한 것만 붙잡는 거다. 이를 ‘경제적 장기 코비드 증세(economic long COVID)’로 포린 어페어스지는 진단하면서 이 증세 만연과 함께 중국의 경제적 기적은 끝난 것으로 내다보았다.

뉴스위크도 비슷한 진단을 하고 있다. ‘피크 차이나(Peak China)’가 이미 이루어졌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이 잡지는 80년대 이후 눈부신 중국의 경제성장을 가능케 한 요인으로 폭발적 인구 증가, 마오쩌둥 식 경제정책 폐기, 중국에 우호적인 국제사회분위기 등을 꼽았다. 이 세 요인, 인구동향, 경제, 지정학적 흐름이 오늘날에는 중국에 극히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

세계 최대 인구를 자랑했었다. 그 중국의 인구가 감소하기 시작했다. 현 합계 출산율(1.18)을 감안하면 중국인구는 이번 세기 말에는 현재 인구의 1/3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50년에는 중국에서 은퇴자 한 명을 부양할 수 있는 경제활동 인구는 두 명에 그칠 것이다.” 수 년 전 존스 홉킨스 대학의 할 브랜즈와 터프츠대학의 마이클 베클리가 ‘피크 차이나’라는 개념 설정과 함께 제시한 논거의 하나다. 그러니까 중국공산당이 어떤 정책을 내놓든, 또 성공을 거두든 말든 인구동향이란 측면에서 ‘피크 차이나’는 이미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마오쩌둥 시대로 회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오로지 공산당체제를 보전할 목적으로 고립정책을 취하고 있다. 개정된 반간첩법 시행(7월 1일부터)이 그 하나로 외국기업의 중국내 활동을 사실상 막고 있다.’ 이게 중국의 현실로 시진핑의 안보강박증세는 중국경제 전반에 심각한 스트레스를 불러오고 있다.

코비드 팬데믹은 중국에 대한 전 세계인들의 불신을 높였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전 세계적인 반중정서 확산이고 중국과의 디커플링 가속화 현상이다.

‘중국의 영광은 끝났다’-이는 중국 인민들의 행동에서도 이미 드러나고 있다. 기회만 주어진다면 해외로 이민을 가겠다는 반응이 압도적이다. 이런 분위기에서 두뇌와 자본 유출이 가속화 되고 있고 그 흐름은 더 가팔라질 것이란 전망이다.

그 중국의 장래는 그러면 어떻게 펼쳐질까. ‘역대 지도자들이 중국의 문을 닫아걸 때마다 뒤따른 것은 경제, 사회적 파산이었다.’ 펜실베이니아대학의 아서 월드론이 일찍이 한 말이다.

‘계속 나락으로 빠져드는 경제. 그 경제를 되살린다는 명분과 함께 체제는 독재 권력을 계속 강화시킨다. 그러나 그와 반비례해 지방분권 움직임도 가속화 된다. 그러다가 오는 2040년께 중국은 분열과 함께 혼란상황을 맞을 것이다.’ 이어지는 지오폴리티컬 퓨처스의 전망이다.

연방해체 위기를 맞은 푸틴의 러시아와 비슷한 경로를 밟게 된다는 것이다. 맞는 전망인가.

<옥세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