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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와이 120년 한인 이민사, 음악으로 전하며 새 역사를 만들어 간다

2023-07-24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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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와이 새 이민 한인 1세대 `나는 역사다’

▶ ‘하와이 연가’ 제작 이진영 감독

하와이 120년 한인 이민사, 음악으로 전하며 새 역사를 만들어 간다
하와이 120년 한인 이민사, 음악으로 전하며 새 역사를 만들어 간다

몰로카이 섬의 칼라우파파에 끌려가 생을 마감한 김춘석의 묘미 앞에서 연주하는 뮤지션들. <사진제공 나우 프로덕션>



2021년 말, 하와이 이민사를 독창적인 시선으로 기록해 국내외에서 호평 받았던 6부작 다큐멘터리 연작 <무지개 나라의 유산>을 제작한 이진영 감독이 이번에는 음악을 통해 우리 이민사를 아름답게 담아내고 있다.

리처드 용재 오닐, 김지연, 이기 장 등 세계적인 한인 뮤지션들과 하와이 한인 이민사를 뮤직 다큐로 풀어내고 있는 이진영 감독을 만나 보았다


1. ‘무지개 나라의 유산’이 나온지 채 2년이 되지 않았는데 새로운 프로젝트를 내놓았다. ‘하와이 연가’ 어떻게 제작하게 되었는지?

‘무지개 나라의 유산’을 만들면서 저는 하와이 한인 이민사에 더욱 매료되었습니다. 영화가 과분한 성과를 얻으면서 조금은 자신감도 얻게 되었고요.

그리고 한편으론 보다 많은 이들에게, 보다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컨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습니다.

‘무지개 나라의 유산’은 편당 20분 내외로 편집했는데, 중고교와 대학에서 상영하면서, 숏폼 컨텐츠에 익숙한 요즘 친구들에게 1:1 인터뷰로 이어지는 20분은 그리 편히 볼 수 있는 컨텐츠는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어요.

그래서 다음에는 사실의 기록을 바탕으로 감성에 소구하는 컨텐츠를 만들어보자 싶었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음악’의 힘을 빌리기로 했습니다.

음악은 언어가 끝나는 곳에서 시작된다고 하지요. 세대를 뛰어넘고 언어를 뛰어넘는 영화를 만들고 싶습니다.

2 ‘하와이 연가’는 총 3부작으로, 현재 2,3편 제작에 한창이라고 들었다. 그 이야기도 좀 더 해주면 좋겠다. 어떤 내용을 담고 있나?


1편에서는 하와이 이민사 120년을 망원경으로 보듯 소개했다면, 2편과 3편을 통해서는 1900년대 초반, 하와이로 이민 온 두 개인의 이야기를 돋보기로 보듯 소개하고 싶었습니다.
구성 면에서도 다양한 악기 편성과 편곡으로 우리 이민사의 숨겨진 이야기를 하려고 했고요.

2편 ‘할머니의 놋그릇’은 사진신부 ‘임옥순’ 여사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임 여사의 친손자인 게리 박 전 하와이대 영문과 교수이자 작가가 시나리오를, 그래미상을 수상한 세계적인 한국계 비올리스트 리처드 용재 오닐이 연주자로 나섰습니다.

오빠생각과 대니보이, 그리고 아리랑으로 임옥순 여사의 삶을 아름답게 연주했고, 한국의 젊고 명민한 애니메이션 팀이 임옥순의 스토리 파트를 맡았습니다.

임옥순 여사 역의 나레이션은 예수정 배우님이 목소리 연기로 참여해주셨고요.

3편 ‘몰로카이의 눈물’ 은 나병에 걸려 몰로카이의 외딴 지역으로 추방당해 고립된 삶을 살았던 이들의 이야기 입니다.

칼라우파파 이야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3년 전 ‘무지개나라의 유산’을 만들 때 우연히 이덕희 선생님이 쓰신 책에서 칼라우파파의 비극적인 스토리를 읽었을 때입니다.

그 후 시간이 날 때마다 Hawaii State Archive (하와이 주 기록원)을 드나들며 한국인 이민자에 관한 스토리를 하나 둘 찾아나갔습니다.

1904년, 갓 스무살을 넘긴 한국인 김춘석은 부푼 꿈을 안고 하와이 사탕수수밭으로 떠났지만 하와이 생활 9년 만에 몰로카이 섬의 칼라우파파로 끌려갔습니다.

1866년부터 103년 동안 김춘석을 포함해 8천여명의 사람들이 사랑하는 이와 생이별을 하고 하와이의 소록도라 불리는 그 곳에서 생을 마감했고요.

김춘석을 포함해 고향에 한번도 돌아가보지 못한채 생을 마감한 8천여명의 영혼을 음악으로 위로하고 싶었습니다.

1년 넘은 사전제작을 거쳐 세계적인 재미 바이올리니스트 김지연, 이기 장, 그리고 하와이를 대표하는 슬랙키 기타리스트 케올라 비머(Keola Beamer)와 함께 지난 6월 칼라우파파로 향했습니다.

세 뮤지션이 온 마음을 다해 만든 선율이 칼라우파파의 산과 바다에 울려 퍼졌지요.

그들의 음악이 건네는 위로와 치유는 100년의 시간을 훌쩍 뛰어 넘었습니다.

남은 두달은 한국에서 2,3편의 제작 마무리에 총력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3. 훌륭한 연주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아름다운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다고 생각되는데, 희망가와 봄이 오면, 상록수 등 음악 선정의 특별한 기준이 있었는지?

음악 다큐다 보니 음악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하와이 연가’는 국내 관객 뿐 아니라 전세계 영어권 인구를 타겟 관객층으로 보고 있기 때문에 영한 병행 표기를 기본으로 했고 사용한 음악 역시 대중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가 여부를 중시했는데요, 처음엔 귀에 익숙한 클래식 곡으로 구성할까도 생각했는데, 역시 우리 음악을 써야겠다 싶었어요.

한국에는 케이팝 뿐 아니라 이렇게 아름다운 음악이 많다는 것을 세계에 알리고 싶은 바람도 있었고요.

결과적으로 1편에서는 우리 곡만 썼지만 2편에서는 드보르작의 클래식 선율을 차용했고, 3편에서는 연주곡 중 하나로 알로하 오에를 쓰는 식으로 점점 음악의 범위를 넓혀갔습니다.

특히 3편에서는 우리 가곡 ‘저 구름 흘러가는 곳’에 드보르작 심포니의 주요 선율을 더하는 과정이나 하와이 슬랙키 기타가 추가되면서 편곡이 다소 까다로워졌는데, 하와이 심포니오케스트라의 상임 작곡가인 마이클 푸마이와 콜라보레이션 하게 되어 아름다운 곡이 나왔습니다.

4. 독립제작사로 이런 비영리 영화를 꾸준히 만드는게 쉽지 않을텐데 자금 마련은 어떻게 하고 있나?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지키고 알리는 일을 하는 하와이 미주한인재단(KAFH)에서 작년 <하와이연가> 기획안을 보고 첫 펀딩을 결정해주셨어요.

그리고 몇달 후 한국의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공모에 당선되면서 제작 예산의 반 이상을 충당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 하와이 한인문화회관(HKCC)에서도 도움을 주셨고요. 지금은 모 온라인 플랫폼의 크라우드 펀딩을 통해 제작 기금을 모으고 있기도 합니다.

경제적인 지원 외에도 정말 많은 분들이 우리 역사에 관한 다큐를 만든다고 하니 어떤 대가도 바라지 않고 선의로 재능과 시간을 나누어주셨습니다.

저는 지난 2년 다큐를 제작하며 저는 불가능은 없다,는 말을 진심으로 믿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세상의 모든 일은 절대로 혼자의 힘으로 되는게 아니라는 것 또한 깨달았고요.

요즘은 자다가도 문득 아 정말 감사한 분들이 많네 하곤 해요.

5. 리처드 용재 오닐과 김지연씨 등 출연진 리스트가 화려하다.
또 케올라 비머는 하와이의 살아있는 전설과도 같은 기타리스트로
매년 호놀룰루 시티 라이트 행사에서 흘러나오는 노래의 주인공으로 유명한다, 아티스트 섭외가 큰 부분이었을 것 같은데 어떻게 성사 됐는지?

이기 장과 케올라 비머는 하와이에 베이스를 두고 있는데 반해, 용재 오닐과 김지연씨는 본토에 거주하며 세계 큰 무대에서 활동하는 아티스트라 섭외부터가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아름다운 연주가 더해진다면 저희 프로젝트가 한단계 업그레이드 될 수 있을거라 믿었고, 반대로 저 역시 그분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결과물을 내놓을 자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냥 무작정 소셜 미디어로 직접 메세지를 보냈고 좋은 소식을 들었습니다.

많은 이들이 아시다시피 용재 오닐의 어머니는 전쟁고아로 미국에 입양된 한국인입니다.

김지연씨는 유년시절 줄리어드 스쿨에 입학하면서 부모님이 김지연씨와 언니들의 교육을 위해
미국으로 이민 가셨고요.

두 사람 모두 미국에서 이민자로 살았던 부모님을 둔 덕에 부모님 세대, 나아가 한인 이민사에 존경과 애정이 많아요. 그래서 흔쾌히 콜라보레이션 제안에 응해주신 것이 아닌가 합니다.

6. 감독으로서 앞으로 작품 세계에서 구현하고 싶은 하와이 한인이민역사 서사의 방점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하다.

저는 좋은 이야기에는 차별이나 혐오, 증오에 맞설 수 있는 힘이 있다고 믿고 있습니다.

코로나 이후로 동양인을 타겟으로 하는 혐오 범죄가 문제가 되어 왔는데요, 한 나라가 걸어온 길, 그 민족의 역사를 알면 그 사람을 덮어놓고 증오할 수는 없는 것 같아요. 어떤 민족의 역사라도 부끄러운 부분이 있고 자랑스러운 부분이 있지만, 그 안에서 가능하면 아름다운 부분을 찾고 이야기하고 싶어요.

우리의 역사, 그중에서도 선하고 진실되게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이야기를 꾸준히 찾고 싶습니다. 비록 저는 영화를 정식으로 배워본 적도 없고 그렇다고 나이가 어린 것도 아닙니다.

하와이라는 작은 섬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마음 맞는 동료 몇명과 분투하며 작업을 이어가고 있지만, 앞으로도 차근차근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려 합니다.

이민 선조들의 지혜를 복원해내려는 노력은 다른 말로 미래를 비추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편안한 미래를 쉽게 꿈꾸기 힘든 요즘의 젊은 세대에게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주리라 믿기 때문입니다.

당신은 뼈를 깎는 고통 속에서도 꿋꿋하게 일상을 영위하고 미래를 꿈꾼 위대한 선조의 후손이라고, 그러니 어떤 고통의 순간에도 실망할지라도 끝내 좌절하지는 말라고, 토닥이고 일으켜 세워 주리라 믿습니다.

한국도 하와이도 아닌, 경계 모호한 세계에서 이방인의 삶을 살며 방황할 때 제가 그들의 이야기에서 위로받고 그들의 지혜에 기대어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던 것처럼 말입니다.

<이진영 감독>
이화여대 언론정보학/영상학과 졸업.

2005년 하와이로 이주해 이듬해 국내 최초의 하와이 여행서《아이 러브 하와이》를 시작으로 다수의 서적을 출간했으며 동서문학상 입선, 재외동포문학상 우수상을 수상했다.

2021년 감독 본인이 하와이 한인 이민사를 탐구해가는 여정을 담은 6부작 연작 다큐, ‘무지개 나라의 유산'으로 리버티국제영화제, 타고르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신인 감독상을 수상, ‘제 41회 하와이국제영화제’를 비롯 전세계 10여개 영화제에 초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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