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를 본다.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를 개척한 SBS 12부작 ‘악귀’. 폭염이 찾아온 7월 남량특집 드라마를 기대하며 ‘악귀’를 보고 있다. 좀비 사극 ‘킹덤’으로 유명한 김은희 작가의 복귀작인지라 기대가 높았다. 8부가 끝난 현재 ‘전설의 고향’을 세련되게 포장한 공포물의 위력에 제대로 빠졌다. 악귀에 씐 여자 구산영과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 염해상 교수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드라마이다.
민족의 전승 문화를 연구하는 학문, 민속학을 다룬다는 점에서 매우 흥미롭다. 샤머니즘을 학문적 접근으로 세련되게 다루고 있다. 제작진이 설명하기를 설화, 속담, 세시풍속, 민요, 무속신앙 등 생활상을 연구하는 ‘민속학’은 어찌 보면 시대의 생활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거울이다. 문화재 연구보다 거창하지 않을 수도 있고 역사보다 작은 얘기일 수 있지만, 당시 민중들의 삶이 어땠는지 그래서 우리가 어떤 삶을 이어받았는지 알 수 있게 해준다. 그런 민속학을 통해 금줄, 장독, 된장, 집들이 풍속, 복날 등 주변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것들에 대한 유래 혹은 시초에 접근해보겠다는 것이 ‘악귀’의 제작 의도이다.
먹으로 그려진 동양화풍의 이미지를 보는 듯한 오프닝 타이틀 영상부터 기괴함을 뿜어낸다. 소름 돋는 악귀 모먼트를 만들어낸 ‘(귀)신 들린’ 연기자 김태리, 항상 어딘가 허공을 응시하며 ‘귀와 신을 보는’ 배우 오정세의 연기가 몰입도를 높인다. 그림자로 표현된 악귀의 존재가 다른 떡밥에 비해 허접하지만 그래도 검은 머리를 풀어헤친 악귀라는 설명, 인간의 욕망을 파고드는 악귀가 우리의 삶 속에 도사리며 언제 어떻게 그 존재를 드러낼 지 모른다는 걸 의미하기도 해 극강의 두려움을 유발하려는 의도는 나쁘지 않다. 그렇다고 납량특집 전설의 고향 속 “내 다리 내놔” 같은 직접적 공포 요소가 있는 건 아니다. 담고 있는 소재도 어려운 편이다. 어린아이 귀신 ‘태자귀’ 어린 아이의 시신(덕)을 매달았던 덕달이 나무, 노표 장승을 이용해 만든 귀신길 등 기억해야 할 용어들이 꽤 많이 등장한다.
디즈니플러스가 해외 배급사인 이 드라마는 현재 미국 OTT 플랫롬 Disney+에서는 볼 수 없다. ‘낭만닥터김사부3’ 후속으로 훌루(HULU)가 방영하지 않을까 예상은 한다. K-드라마 매니아들에게 한국TV 덕분에 ‘악귀’를 보고 있다고 떠벌렸다가 뒤늦게 신세계를 접했다. 인터넷 연결과 온라인 개인정보를 보호하는 서비스 ‘가상 사설 네트워크’(Virtual Private Network·VPN)이다. VPN을 이용하면 디즈니플러스 코리아의 콘텐츠를 미국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그동안 VPN을 사용한 우회 접속은 ‘불법’이라고 여겼는데 매월 소액의 사용료를 내면 합법적으로 해외 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는 노드VPN(NordVPN)을 알아버린 것이다. 신세계에 선뜻 발을 들여놓는 스타일이 아닌지라 수 많은 의혹이 마음 속에 일었다. ‘악귀’ 하나 보려고 VPN에 가입해야 하나 생각도 했다. VPN은 인터넷 주소(IP)를 변조할 수 있기 때문에 접근을 막아놓은 사이트에 접속하거나 추적을 피하는데도 사용되는 기술로 인식해왔다. 해커, 사이버 범죄자들이 이용하는 게 VPN 기술이라고 알았는데 노드VPN에 나열된 혜택을 보니 귀가 솔깃해졌다.
첫째, VPN을 사용하면 공용 Wi-Fi 핫스팟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었다. 공용 와이파이를 접속하며 늘 개인정보 누출에 신경이 쓰였는데 VPN은 데이터가 지나가는 암호화된 터널을 만들고 사용자의 IP주소를 숨겨 온라인 익명성을 보장한다고 한다. 또, 해외에서 홈페이지에 접속해야하거나 영상을 봐야할 때 짜증나게 접했던 “접속하신 국가에서는 해당 영상을 재생할 수 없습니다”라는 해외접속 불가 메세지가 뜨는 경우 이를 차단해제시키는 기능도 있었다.
노드VPN이 지난 7월5일 발표한 전 세계 18개국의 VPN 사용 실태에 따르면 미국은 VPN 인식률 66.8%로 8위에 올라있고 VPN 사용률은 4위(33%)다. 노드VPN이 외부 기관에 의뢰해 19개국 15만1,400명을 대상으로 VPN 인식률과 사용률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이다. 한국은 55.5%가 VPN을 알고 있고 24.5%가 사용 중에 있었다. 한국 VPN 사용자의 대부분은 25세에서 44세 사이의 남성으로, 소위 밀레니얼로 불리는 Y세대와 포스트 베이비부머 세대인 X세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주로 정규직에 종사하며, 저축이 가능한 정도의 소득 수준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또한 VPN을 현재 사용 중인 설문자들을 대상으로 심층 조사를 한 결과, 이 중 오직 30.7%만이 유료VPN을 사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59.4%는 무료 버전을 사용 중이라고 밝혔다. 즉 10명 중 6명가량이 무료 버전을 사용 중이었다. 흔히 온라인에서 활동이 가장 활발하다고 알려진 Z세대(만 18세에서 23세)는 다른 세대에 비해 월등히 무료VPN을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 동안 흘려 들었던 Z세대의 VPN 사용이 이거구나 싶다. VPN으로 더 저렴한 항공권을 구매했다, 접속 국가마다 달라지는 여행 관련 상품이 있다 등등. 이제야 알게된 신세계 VPN. 왠지 무료 버전은 꺼려져서 유로VPN 가입을 했다. Z세대만큼 인터넷 지식이 풍부하지 않은지라 얼마만큼 혜택을 누릴 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공용 와이파이 사용만큼은 안심할 수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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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