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 김 어드미션 매스터즈 대표
지난 6월29일 연방대법원이 대학입시에서 학생의 ‘인종’(race)을 한 요소로 고려하는 어퍼머티브 액션을 폐지하는 판결을 내렸다.
이번 판결로 미국이 난리다. 보수진영과 진보진영이 찬반으로 갈렸고, 한인사회 역시 “이제 명문대들이 실력 우선으로 뽑게 되었으니 한인 등 아시안 학생들이 더 이상 차별을 받지 않게 됐다”는 의견과 “흑인·히스패닉 학생 비율이 줄어들면 그 자리는 아시안이 아닌 백인들이 채운다. 김치국부터 마시지 말라”는 의견으로 양분되는 분위기다.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가 정말 한인학생들에게 도움이 될까?
한인학생들과 부모들이 꼭 알아야 할 몇 가지 포인트를 짚어보자.
먼저 이번 판결로 영향을 받는 대학은 미국 내 4,000개 대학 중 합격률 50% 미만인 200여개 대학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우선 대법원의 판결로 대부분 사립대와 일부 공립대에 지원하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공통지원서(Common App) 메인 섹션에서 학생이 인종이나 민족을 표시하면 대학들은 이를 가려야 한다. 그렇다고 입학사정관들이 지원자의 인종이나 민족 배경을 모른 채 심사를 할까? 전혀 그렇지 않다.
에세이를 통해 자신의 인종이나 민족을 밝히는 것은 여전히 가능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학생이 에세이를 쓸 때 자신의 인종/민족 배경을 밝히면서 역경을 극복한 스토리를 얼마든지 쓸 수 있는 것이다.
앞으로 입시에서 에세이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 불 보듯 뻔하다. 이로 인해 입학사정 과정이 지금보다 더 ‘주관적’(subjective)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또 하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미국의 대학입시는 학교성적과 시험점수로 줄 세우기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아이비리그를 비롯한 대부분 명문대들은 포괄적 입학사정 방식인 ‘홀리스틱 리뷰’(holistic review)를 실시한다. AP과목 16개를 택해 올 A를 받고, SAT 에서1590점을 받고, 클래스 랭크 1등인 발렉딕토리안이 되어도 명문대로부터 불합격 통보를 받는 학생이 많은 것이 오늘날의 현실이다. 성적과 시험점수가 뛰어나야 하는 건 ‘기본’일 뿐이다.
명문대들은 에세이, 과외활동, 교사/카운슬러 추천서, 수상경력, 리서치 경험 등 여러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합격생을 선발하기 때문에 “어퍼머티브 액션 폐지가 아시안들에게 유리하겠지”라고 생각한다면 순진한 발상이다.
명문대들은 벌써부터 대법원의 판결 내용을 교묘히 피하면서 인종 다양성을 계속 추구하기 위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원서, 에세이, 추천서 등을 통해 드러나는 학생의 거주지역(zip code), 사회경제적 배경, 가구소득, 퍼스트 제네레이션 여부 등을 적절히 고려해서 인종 다양성을 계속 유지한다는 전략이다. 아울러 시골 등 저소득층 밀집지역을 대상으로 아웃리치를 강화해 더 많은 소수계 학생들의 지원을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바이든 정부와 민주당은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마자 이 같은 입학사정 가이드라인을 대학들에게 제시했다. 연방교육부는 45일 안에 대학들이 참고하면 도움이 될 다양성 추구 공식 가이드라인을 배포할 계획이다. 이번 판결로 흑인, 히스패닉 학생 비율이 지금보다 더 줄어들 것이라고 진보진영이 아우성이지만 정말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대학입시와 관련된 법적 분쟁은 이제 막 시작됐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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