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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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와 실망

2023-07-08 (토) 박보명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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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천가와 비관론자가 서로 다투었다고 한다. 누가 이겼을까? 결론은 무승부였다네. 두 사람의 결과는 다 ‘거기서 거기였다는군!’ 목숨 걸고 싸워보았자 나이와 세월과 그리고 질병 앞에 장수가 없다는군.

팔팔하고 잘 나가는 젊은이가 나이든 어른 보고 ‘주책 떨지 마세요, 그리고 어른 행세 그만 하세요!’ 하자 어르신의 맞장구는 ‘너 늙어봤어? 나는 젊어봤어!’ 하더란다.

더욱 빨라진 세상에 우리는 지금 초특급 인생 열차를 타고 어쩌면 죽음으로 내몰리고 사는지 모른다. 아무도 내일을 모르면서 장담하고 ‘내가 잘났네 너보다 내가 앞서 가야해!’ 모두가 경쟁자뿐 동료나 동반자는 눈을 씻고 보아도 찾을 수 없는 세상에 내몰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아리송하다.


그렇다고 기대하지 않고는 살수 없는 숙명인 바에야 자기 나름의 목표를 향해 오늘도 어제처럼 거북이처럼 목표를 향해 가는 군중에 끼고 싶다.

‘당신은 삶의 목표나 이정표가 있는가? 하루를 마감하면서 오늘 하루를 되새김하면서 만족하는가? 아니면 되는대로 남이 하는 대로 유행 따라 적당히 보냈는가?’ 점검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오늘은 오늘 나름대로 의미가 있는 날이어야 하고, 내일은 내일의 주어진 일들이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살아야 할 의무와 권리가 있다는 것을 명심할 일이다.

‘3인행 필유아사’란 말이 있다. 곧 내가 배울만한 사람이 있다는 말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인데 어떤 조직이나 ‘꼭 있어야 할 사람, 없어야 할 사람, 있으나마나 한 사람’이 있다.

아무리 사회가 변하고 시대가 지나가도 변함없는 진리가 아닌가. 칠십이나 팔십 고개 사람들은 내리막길에서 더욱 조심할 일이 분명한데 함부로 설치는 것을 보면 기대와 실망이 교차된다. 어린이는 어른을 부러워하고 어른은 어린애를 귀여워하는 것이 자연인 것을 잊으려 해도 안 되는 세상이 아닌가 혼란스럽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장 자크 루소의 말이 떠오른다. 그러고 보면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이라면 틀림없는 사실인데 자연을 정복한답시고 마구 헤집다보면 결국 거기에 자신을 묻어야 하는 결론이 아닌가.

우리는 지금 ‘미친시대’에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딸아이가 한국을 방문하고 놀랜 일화를 들려준다. 일명 ‘미친 부페’란다. 일정한 요금을 내면 무제한 먹을 수 있는 식당이란다. 단어 해석으로는 ‘맛에 친하다’이지만 다른 뜻으로는 미쳤다는 의미도 된다.

그러고보니 어느 유럽기자가 한국에서 5년간 체류하면서 얻은 결론을 한국 기자에게 건넨 교훈이 3가지 미친 사회란 일침을 보내 왔더란다. 스마트폰과 공짜돈 그리고 트로트에 미친 나라. 참으로 새겨들을 교훈이라 여겨진다.


다시 말해 우리는 어느새 너도 나도 유행이라는 미명 아래 알게 모르게 속아서 살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볼 일이다. 무엇이나 ‘최고’를 부르짖으며 고함을 지르며 환호하고 자랑하고 떠밀려 다니는 꼴이 아닌지 모를 일이다.

최고령 사회, 최저출산, 도시와 지방의 양극화, 빈부의 차이 등이 우리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힘겹게 이겨낸 선배들의 경험을 교훈 삼아 정신을 차릴 일이다.

실망하지 않도록 기대치를 조정하며 점검하는 슬기를 배워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박보명 버지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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