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담하기 그지없다고 할까. 그게 푸틴의 요즘 심정일 거다.
악질에, 호전적이다. 시리아에서, 크름반도에서, 또 아프리카에서 분탕질을 쳐 온 러시아군과 사병조직들. 관련해 푸틴에 대해 따라 붙은 비난이다. 그 정도야 견딜만했다. 나름 ‘대러시아의 꿈’을 실현한다는 입장에서.
그 푸틴이 또 다시 일을 벌였다. 우크라이나 전면침공에 나선 것이다. 그의 말은 이랬다. ‘길어야 3주면 작전은 완수된다.’ 헛소리가 됐다. 졸전에 졸전을 거듭한 러시아군은 밀려나기 바빴다. 그 와중에 드러난 것은 푸틴의 무능이고 러시아 군부의 부패상이다.
그리고 발생한 것이 ‘프리고진의 난(亂)’이다. 시리아, 아프리카, 우크라이나 등지에서의 대학살 등 반인륜범죄를 도맡아 저질러 왔다. 푸틴의 아주 비열한 해외공작 대행역할을 해왔다고 할까. 그 프리고진이 팽(烹)당할 위기를 맞자 반기를 들고 모스크바를 향해 돌격을 감행한 것.
이와 함께 푸틴의 명성은 완전히 땅에 떨어졌다. 차르(러시아 군주의 호칭)에 비견됐었다. 그러나 실상은 허황한 갱 랜드의 두목 같은 존재가 푸틴이고 거기에다가 파워가 모든 것인 그 세계에서 그 위치마저 흔들리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국가지도자에게 부여된 첫 번째이자, 가장 중요한 임무는 국가안전을 지키는 것이다. 그 임무마저 이행하지 못한 것이다. 뒤따르는 것은 조소와 야유로 이 같은 농담만 소셜 미디어를 통해 번져가고 있다는 보도다. “내게 필요한 것은 타고 갈 비행기다. 총알이 아니다.” 러시아 침공을 맞아 결연히 사수에 나선 우크라이나 젤렌스키와 달리 바그너그룹의 진격에 달아나기에 바빴던 그의 행태를 풍자 한 것이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프리고진의 난’을 그러면 어떻게 보아야 하나. 쿠데타기도로 정의 내리기에는 어딘가 미진한 감이 있다. 쿠데타는 개혁의 기치를 내걸든지. 아니면 반대로 과거 독재시대의 향수에 젖어 저지르든지 둘 중의 하나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다.
그래서인지 스트래터지스트지는 ‘프리고진의 난’을 푸틴 통치에 대한 위협이라기보다는 푸틴체제에 내재된 허약성의 한 증후로 파악하고 있다.
정상국가에서 폭력은 국가의 전유물이다. 바그너 그룹 같은 사병(私兵)집단이 제 멋대로 폭력을 휘두른다. 물론 푸틴으로부터 하청을 받은 것이긴 하지만 그 자체부터가 비정상으로 러시아국가 체제가 부식되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고 있다는 것.
프리고진의 바그너그룹은 남부의 주요도시와 주요 군사기지를 무혈점령했다. 그리고 모스크바를 향해 800마일을 진격하는 동안 별다른 저항을 받지 않았다. 무엇을 말하나. 러시아제국이 제대로 기능이 안 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바그너그룹을 지지해 호응해오는 엘리트들도, 민중도 찾기 어려웠다. 푸틴을 응원하는 소리도 없었다. 두고 보자는 냉랭한 분위기만 감지된 것이다. 부패와 공포를 통해 통치를 해온 것이 푸틴체제다. 그 마저 안 통할 정도로 푸틴 체제는 어딘가 단단히 고장이 나 있다는 지적이다.
‘푸틴 체제는 막장에 다다랐고 곧 무너질 것이다.’ 일부에서 나오고 있는 전망이다. 그러나 아직은 다소 희망적 관측이 아닐까 하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진단이다. 곧 무너질 것 같다. 그런데도 지탱해 나가고 있는 독재자들이 하나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러나 푸틴체제를 위협하는 변수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나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다. ‘군사적 패배는 정변을 불러 온다’- 러시아의 과거 역사에서 수 없이 되풀이 되어온 사례다.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16개월 동안 20만 가까운 전사자를 냈다. 그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군의 대공세를 맞아 또 한 차례 궤멸적인 타격을 입을 경우 이후 상황은 알 수 없다.
또 다른 변수는 경제다. 지속적인 재정난으로 푸틴은 새로운 대공세를 펼 여력이 없다. 그런데다가 원유와 천연가스 가격은 떨어지고만 있다. 그러니….
‘고정화된 열강(Great Power)에 대한 종전의 판단은 지정학의 왜곡을 불러올 수 있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 16개월을 맞아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적이다.
‘러시아는 세계적 파워로 분류할 수 있는 열강이다. 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결정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 모스크바뿐이 아니다. 워싱턴도 같은 견해였다. 막상 전쟁이 발발하자 이는 잘못된 내러티브임이 드러났다. 러시아는 패퇴를 거듭해왔고 급기야 프리고진의 바그너그룹이 반기를 들고 한 때 나마 남부의 요충을 점령하고 모스크바로 진격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와 관련, 포린 어페어지는 열강이란 개념에 대한 새로운 정의, 개념 파악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나섰다. 열강에 대한 잘못 된 판단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지원을 늦추어 오히려 전쟁을 장기화 시켰다는 자성론을 펴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의 파워를 평가하는 데 같은 실수를 저지르지 말 것을 주문하고 있다. 중국은 분명 러시아를 능가하는 세계적 파워다. 그러나 만일의 유사시 미국, 일본, 대만 그리고 한국과 호주, 멀리 인도와 유럽의 지원을 받는 대연합에 맞설 수 없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전 경험도 없다. 그런데다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싸운다는 각오도 없다. 그런 중국 군대는 보다 쉽사리 패배할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여기에 하나 덧붙일 것이 있다. 푸틴 러시아에서 보듯이 부패한 1인 독재체제는 수퍼 파워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부패에 찌든 1인 독재 시진핑 체제 역시 종이호랑이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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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