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60대 이상 손 떨고 행동 느려지면 파킨슨병 의심

2023-06-27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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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킨슨병을 앓고 있는 박모(62)씨는 길에서 택시를 잡기 위해 손을 들려고 하면 동작이 너무 느려 이미 택시가 지나가 버리기 일쑤다. 또 전신의 경직이 심해져 항상 납복을 입고 있는 것처럼 몸이 무거워서 일상생활이 힘들다. 파킨슨병은 주로 60대 이상에서 발병하는 신경 퇴행성 질환이다. 중뇌 흑질의 도파민 신경세포가 파괴되면서 신경전달물질이 점점 없어져 행동장애가 나타나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자료를 보면 국내 파킨슨병 환자는 지난해 12만 명을 넘어섰으며, 2018년 10만5,882명과 비교하면 최근 5년간 14% 증가했다.

2022년 기준 남성이 5만1345명(43%), 여성이 6만9202명(57%)으로 여성 환자의 비율이 더 높았다. 연령별로는 50대 이하가 8,836명으로 7%인데 반해 60대 이상은 전체 환자의 98%(11만8,486명)에 달했다.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은 손 떨림, 몸이 굳어지는 경직, 행동이 느려지는 운동 완서, 보행장애 등으로 정상적인 노화 현상과 혼동하기 쉽다.

김영수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파킨슨병 증상 중 떨림과 경직은 정상적인 노화 현상에서는 드문 현상”이라며 “고령의 파킨슨병 환자들은 신경 퇴행이 빠르게 진행된다”고 했다.

김 교수는 “이 경우 약으로 조절이 어렵고 보행장애로 화장실 가는 것, 손 떨림과 경직으로 식사를 하는 것도 어려워지므로 조기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했다.

◇초기에는 몸 한쪽에서 떨림이나 경직 증상

파킨슨병은 퇴행성 질환이기에 전조 증상 없이 천천히 나타난다.

중뇌 흑질에 있는 도파민 세포의 80% 정도가 없어졌을 때 증상이 시작되며 시간이 갈수록 조금씩 신경 퇴행이 진행돼서 병이 악화되는 것이다.

초기에는 주로 우측이나 좌측, 몸의 한쪽에서 떨림이나 경직 증상이 생겼다가 점차 전신증상으로 넘어가고 이후 보행장애까지 나타난다.


주로 몸 한 쪽에서 증상이 나타나기에 뇌졸중과 혼동하기 쉽다. 그러나 뇌졸중은 어느 날 갑자기 몸의 한 쪽이 완전히 마비되고 언어장애가 동반되는 반면, 파킨슨병은 증상이 천천히 나타나고 동반되는 증상에서도 뇌졸중과 차이가 있다.

파킨슨병을 의심할 수 있는 여러 증상들이 있지만 파킨슨병은 다양한 형태로 나타날 수 있기에 파킨슨병 전문의의 진단이 매우 중요하다.

파킨슨병 진단은 신경과 전문의의 정밀한 진찰에 의해 내려지며 최근에는 핵의학과의 PET 검사를 통해 정확한 결과를 얻고 있다.

◇파킨슨병 걸려도 일상생활 가능할까?

파킨슨병은 초기에는 약물 치료로 증상이 호전될 수 있지만 병이 악화하면 수술적 치료를 받아야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특히 파킨슨병 환자 중에는 장기간 투약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하는 경우가 많은데, 빠르게는 2~3년 이상 약물 치료를 하면 약효가 발현되는 시간이 줄고 효과도 떨어질 수 있다.

또 몸이나 얼굴이 흔들리고 꼬이는 이상운동증이 나타날 수 있어서 수술적 치료를 고려하게 된다. 파킨슨병 증상 가운데 떨림 증상이 약물 치료를 받아도 부작용만 생기고 떨림은 감소하지 않아 직장이나 사회생활에 문제되기도 한다. 이러한 환자들은 발병 초기라도 수술적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수술적 치료 중 가장 널리 시행되고 있는 수술은 뇌심부(深部)자극술이다. 전 세계적으로 매년 1만 건이 넘는 뇌심부자극술이 시행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서도 300건 이상 시행되고 있다.

흑질에서 뇌 기저핵 쪽으로 신경의 전달물질이 지나가면서 우리의 행동을 조절하는 게 정상적인 행동인데 파킨슨병은 이것이 방해를 받아서 생긴다.

이에 뇌심부자극술은 뇌 심부에 전극을 집어넣어 망가진 회로를 전기적 작용으로 되돌려 놓는다. 전기 자극은 가슴의 피부 밑에 자극 생성기를 설치하고 전선과 전극을 뇌심부로 연결해 발생시킨다. 5~6㎜ 정도의 아주 작은 신경핵에 전극을 집어넣기 때문에 매우 정교한 수술이 요구된다. 완치 개념은 아니지만 환자 스스로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목적이다.

뇌심부자극술은 파킨슨병이 이미 심하게 진행된 환자에게는 권고되지 않는다. 파킨슨병은 진행 정도에 따라 1~4등급으로 나뉘는데, 2등급 말에서 3등급 초에는 수술 효과가 좋지만, 3등급 말이나 4등급이 되면 효과를 보기 어렵다.

또 비운동 증상을 보이는 파킨슨병 환자도 수술 효과가 떨어진다. 비운동 증상은 우울, 불안, 인지기능 저하, 변비, 소화불량, 수면장애, 다한증 등으로 비운동 증상은 주로 운동 증상이 먼저 나타난 뒤에 발현된다.

뇌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이 운동신경계뿐만 아니라 자율신경계에도 작용하기에 비운동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자율신경계는 온몸에 퍼져 있기에 뇌심부자극술로는 치료하기 어렵고 약물과 재활 치료를 받는다.

김영수 교수는 “파킨슨병은 신경 노화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겠지’라는 생각으로 방치하면 병이 악화되고 치료도 어려워진다”며 “뇌심부자극술을 받으면 병 이전 상태로 돌아가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는 만큼 전문의와 상의해 치료법과 수술 여부 정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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