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우크라이나 대반격, 그 결말은…

2023-06-12 (월) 옥세철 논설위원
크게 작게
마침내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시작된 것인가. 그 결정적 시기는 이미 도래했다는 것이 미국을 비롯한 서방 주요언론들의 보도다.

지난 6일 우크라이나 남부의 노바 카호우카댐 파괴(우크라이나군의 대공세의 압력에 못이긴 러시아군의 소행으로 서방측은 판단)가 그 한 증거로 지난 8일 현재에는 자포리자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대대적 공세에 들어간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전황은 그러면 앞으로 어떻게 펼쳐질 것인가. 전선은 1,000km에 걸쳐 있다. 거기에다가 전쟁에 결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외부적 요인도 하나 둘이 아니다. 때문에 앞으로 최소한 수 주가 지난 후에야 어느 정도 그 윤곽을 더듬을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크라이나군의 대반격은 예상과 달리 러시아군에 결정적 타격을 입히지 못 할 수도 있다.’ ‘전쟁은 장기화되면서 휴전의 압력이 높아질 수 있다.’ ‘아직은 애써 중립적 입장을 취하고 있으나 러시아가 궤멸상황에 몰릴 경우 중국은 적극적으로 러시아를 지원할 수도 있다.’

우크라이나의 대반격 시작과 함께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는 지적들이다. 다른 말이 아니다. 불확실한 요소가 지배하는 것이 전쟁이다. 그러니 섣부른 낙관론은 금물이란 이야기다.

그런 가운데에도 한 가지는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러시아가 승리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지는 관련해 서방 당국자들의 견해를 종합해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하고 있다.

첫 번째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성공, 러시아군이 궤멸적인 상황을 맞게 되고 크름반도까지 위협을 받으면서 이는 푸틴의 실각으로 이어지고 유럽은 평화를 되찾게 된다는 시나리오다.

두 번째는 우크라이나군의 공세에 따른 피해가 커지자 더 이상 가망이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러시아가 2014년에 점령한 동부 돈바스지역 영토도 포기하면서 물러난다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에도 푸틴의 정치적 입지는 크게 손상된다.

세 번째 시나리오는 러시아가 돈바스에서 크름반도에 이르는 점령지역을 모두 지켜내면서 전쟁은 장기화 되는 경우다. 이는 서방으로서는 최악의 상황으로 러시아는 한국 전쟁식의 휴전을 이끌어 내 숨고르기에 들어간 후 재차 침공할 수도 있다.

어느 시나리오가 현실화 될 가능성이 가장 클까.


“푸틴의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의 엘리트들은 날로 암울한 분위기에 빠져들고 있다. 가장 낙관적으로 사태를 바라보는 사람들조차 전쟁동결로 이끄는 것이 그나마 크렘린으로서는 최선으로 생각하고 있다” 시사 주간지 타임의 보도다.

한 마디로 푸틴이 우크라이나 전쟁을 승리로 이끌 수 있다고 보는 엘리트는 없다는 거다. 특히 미국과 서방의 대대적 무기지원 하에 이루어지는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을 맞아 러시아 당국자들의 기대치는 더 낮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쟁이 당초 예상과 달리 16개월 이상 지연되면서 러시아의 정치, 경제 엘리트들 사이에 전쟁피로증세가 만연되고 있고 우크라이나 침공을 지지했던 당국자들조차 점차 초조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타임은 밝히고 있다.

무엇을 말하나. 푸틴의 위치가 흔들리면서 쿠데타 가능성도 배제 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푸틴 사망이나 권좌축출의 경우에 대비해 시진핑의 중국은 대체안(back-up plan)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보도다.

시진핑은 기회가 될 때마다 푸틴과 굳건한 동맹관계임을 과시해왔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푸틴의 건강 악화설, 쿠데타소문과 관련해 뒤로는 푸틴의 후계자 가능 인물과의 친밀한 관계 설정을 추구하고 있다는 것.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연방 총리가 바로 그 인물로 지난 3월 시진핑은 모스크바 방문에서 푸틴과의 정상회담과 별개로 미슈스틴 총리와 독대를 했다. 그리고 5월에는 리창 중국총리의 초청으로 미슈스틴은 베이징을 방문해 시진핑과 정상회담을 방불케 하는 회견을 했다.

이 잇단 이례적 만남이 그렇다. 무엇인가 파워 다이내믹의 변화를 암시하는 것으로 ‘포스트 푸틴’에 대비해 베이징은 대체안 마련에 들어간 것으로 보여 진다는 거다.

미 의회 전문지 더 힐도 비슷한 진단을 하고 있다. 지난 3월 이루어진 시진핑과 미슈스틴의 회합을 중국 공산당의 외교 프로토콜을 벗어난 이례적 사례로 지적하면서 이는 베이징이 푸틴을 전략적 자산이 아닌, 부담으로 점차 인식하고 있는 증거로 보았다.

“미국의 장군들은 푸틴 러시아체제에게 ‘전략적 패배’를 안겨줄 방안 마련이 가능한 것으로 점차 자신하고 있다.” 우크라이나 대반격과 관련한 이코노미스트지의 보도다.

일부 나토 유럽국들의 지원과 함께 미 군부는 또 다른 침공이 불가능할 정도로 러시아의 군사능력은 물론 의지마저 분쇄시킬 계획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속되게 표현하면 러시아의 허리를 반쯤 분질러 유럽에서는 러시아, 아시아에서는 중국이라는 2개 전선에서의 동시 전쟁, 그 우려를 차제에 불식시키고 중국에만 올인 하는 계획을 모색하고 있다는 보도인 것이다.

여기서 앞서의 질문으로 되돌아가자. 셋 중 어느 시나리오가 가장 가능성이 클까. 첫 번째와 두 번째의 절충이 그 답이 아닐까.

대반격과 함께 전쟁의 결말은 우크라이나의 승리로 굳어진다. 결국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 러시아를 3류 국가로 몰락시킨 장본인, 푸틴의 몰락은 정해진 수순인 그런 형태로….

<옥세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