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생각이 별안간 간절했다. 지난 5월20일 토요일이었다.
페어팩스 카운티 교육위원 선거의 민주당 경선 현장투표 날이었다. 투표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그 날 하루, 일주일 째 진행된 온라인 투표도 오후 4시에 현장 투표와 동시에 끝나게 되어있었다. 며칠 째 잠을 설쳤는데 또 아주 이른 시간에 잠이 깼다. 커피부터 한 잔 마시기로 했다.
아침식사로 무엇을 할까 잠시 고민했다. 아무래도 따뜻한 음식이 좋을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계란을 세 개 씩이나 후라이 했다. 배가 환영했다. 역시 노른자가 덜 익은 따뜻한 계란 후라이가 나에게는 위안 음식인 것 같았다. 점심거리로 바나나 두 개와 오렌지, 삶은 계란, 그리고 익힌 고구마 각 하나 씩을 물 두 병과 함께 챙겼다. 가장 투표자가 많을 곳으로 예상된 투표장으로 달려갔다.
날씨는 화창했다. 그 날로 페어팩스 카운티 민주당에서 지지할 교육위원 후보들이 결정되는 것이었다. 기존 민주당원 1,000여 명과 투표 참여 등록을 마친 일반 유권자 3,300명 가량 중 카운티 전체 다섯 곳에서 현장 투표를 해야만 하는 사람은 150명이 채 안 되었다. 그러나 일부러 현장 투표를 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었고 한 표도 소홀히 할 수 없었다. 투표장을 찾는 유권자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어야한다.
그런데 한두 시간을 투표장 앞에 서 있어도 투표자 숫자가 몇 명에 불과했다. 그런 중 12시에는 자원 봉사할 학생도 한 명 왔다. 투표자가 별로 없어 당황스러웠다. 덕분에 점심으로 싸 가지고 간 음식을 다 꺼내 먹기도 미안했다. 바나나 하나를 빠르게 먹었다.
투표장에는 나와 같이 광역구 후보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상대 후보자 한 명 그리고 다른 지역구 후보자 한 명이 나와 있었다. 서서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았다. 간혹 투표자가 나타나면 세 후보자 모두 그를 극진히 대하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
투표 결과는 개표 후 오후 4시 반 정도에 나오지 않겠느냐고 했다. 그리고 결과는 아마 텍스트 메시지로 후보자들에게 알려질 것 같다고도 했다. 그렇게 투표장 밖에 서 있다가 투표 종료 30분쯤을 남기고서는 허기가 더 느껴졌다. 삶은 계란 하나를 입에 밀어 넣었다. 그날 계란을 네 개나 먹은 셈이었다. 네 시까지 그 투표장을 찾아온 투표자는 겨우 13명에 불과했다.
투표가 종결되자 이제 어디로 가지 하고 잠깐 생각하는데 아이스크림이 떠올랐다. 뭔가 단 것을 먹어야 기운을 차릴 수 있을 것 같았다. 연속된 수면 부족과 당일 투표장 밖에서 계속 서 있으면서 생긴 피로가 긴장과 함께 범벅되어 탈진으로 이어진 듯 했다. 편의점으로 차를 달려 아이스크림 콘 하나를 샀다. 게 눈 감추듯 먹었다. 좀 살 것 같았다.
이제 4시20분. 투표 결과 메시지가 하시라도 올 때다. 어디로 가지? 집으로? 아냐, 민주당 사무실로 가야 한다. 차를 몰면서 눈은 수시로 핸드폰을 쳐다보았다. 핸드폰 스크린이 꺼지면 바로 손으로 화면을 재생시켰다. 4시 반이 거의 다 되었다.
왜 연락이 없지? 경쟁 후보자들 중 가깝게 지내던 후보에게 텍스트 메시지를 보냈다. “아무 소식 없나?” “없다.” 다행이다. 내가 낙선했다는 뜻은 아니구나.
이제 4시 반이다. 그래도 연락이 없네. 운전하며 핸드폰 스크린을 계속 재생시킨다. 4시37분. 교육위원회 의장이 메시지를 보내왔다. 단 한 단어. “Congratulations!”
아버지 생각이 별안간 간절했다. 지난 1월에 돌아가신 아버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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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일룡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