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정전(停戰)상태의 나라에 살고 있다. 불시에 북한 미사일이 날아오는 ‘실제상황’이 언제든지 가능할 수 있다. 너무 쉽게, 자주 잊는 현실이다.”
북한이 군사정찰위성을 발사했다. 그 시간은 2023년 5월31일 오전 6시27분(한국시간). 5분 후 6시32분 서울특별시는 경계경보를 발령했다. 뒤이어 대피하라는 ‘위급 재난 문자’를 발송했다. 7시3분 행정안전부는 전혀 다른 메시지를 띄웠다. 서울특별시 발령 경계경보는 오발령 상황임을 알린 것.
결국 실패로 판명된 북한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이를 둘러싸고 빚어진 31분간의 대소동과 관련해 한 국내 언론이 내놓은 논평의 결론이다.
뒤이은 보도는 ‘군사정찰위성 1호기’ 발사에 실패한 북한이 재발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포착된다는 거다.
왜 거침없이 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또 쏴대고 있는 것인가. 그 배경은 무엇일까. 뒤따라 던져지고 있는 질문이다.
‘중국으로 보아야 한다.’- 이 것이 다수 한국국민의 생각이 아닐까.
한국 국민의 과반수(52%)는 북한 핵무장의 배후로 중국을 지적하고 있다. 10명 중 7명(75.4%)은 북한이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연초에 발표된 한국리서치 여론조사 결과다.
이 여론조사가 그렇다. 과거에는 북한위협과 중국위협을 별개의 독립적인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그 인식이 달라졌다. 북한과 중국은 한 통속이라는 게 한국 국민의 일반적 인식으로 굳어져 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있다. 그래서 하는 말이다.
이는 날로 확산되고 있는 반중정서에서 비롯된 편향적 시각의 발로일까. 아니면,‘중국은 북한의 핵무장을 방관해온 정도가 아니다. 오히려 적극 지원해왔다. 그 증거가 차고 넘친다.’ 미국의 외교안보 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보도다.
‘중국의 북한 핵무장 지원, 그 원년은 1982년으로 당시 덩샤오핑은 중국공산당 중앙위 정치국의 비밀그룹 멤버들에게 중국에 우호적인 불량국가들에게 핵무기개발을 지원할 것을 지시했다.’ 이어지는 보도다. 그 대상국은 파키스탄, 북한, 리비아, 이란, 이라크 등이다.
이 때 형성된 것이 파키스탄의 핵무기 아버지로 불리는 압둘 카디르 칸의 이름에서 비롯된 이른바 ‘칸 커넥션’이다. 중국으로부터 핵장치 설계도를 전수받은 파키스탄이 먼저 핵무기를 개발했다. 그리고 파키스탄이 이 커넥션을 통해 북한, 리비아 등에 핵 무기기술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중국의 이 핵 확산전략은 비밀리에 수행됐다.
중국은 핵 비확산협정(NPT)서명국이자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이다. 핵 확산방지에 적극 나서야하는 입장이다. 그러니까 중국은 이중의 더티 플레이를 해온 것이다.
이 ‘칸 커넥션’의 실체가 드러난 것은 2004년이다. 말레이시아에서 제조된 핵 원심분리기를 적재한 선박이 미국과 이탈리아해군에 나포된 것. 그 화물의 송장에는 당시 리비아의 독재자가다피의 아들 주소가 적혀 있었다.
이와 함께 드러난 것이 이 네트워크를 통해 북한도 핵무기기술을 전수받았다는 사실이다.
허드슨 연구소의 데이빗 애셔는 더 구체적으로 중국의 북한 핵무기 지원 증거를 나열하고 있다. 오직 북한의 핵 프로그램 발전을 위해 중국정부와 군부 내에 수 십 개에 달하는 기관들이 발족돼 북한과 협업체제를 이어나가고 있는 것으로 밝힌 것이다.
북한의 지난 5년간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진 신무기개발은 가공할 수준이다. 그 이전 50년간 만들었던 모든 무기보다 다양하고 성능도 아주 뛰어나다. 지속적인 경제난에, 코비드 팬데믹이 덮친 와중에서 이게 도대체 어떻게 가능했을까. 역시 지적되는 것은 외부지원, 중국의 도움이다. 그 증거도 하나 둘 속속 드러나고 있다.
그건 그렇다고 치고, 왜 중국은 북한 핵무장을 적극 지원해왔나. 마이클 필스버리의 저서 '백년의 마라톤'이 그 답의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2049년에 전 세계 군사패권국이 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 선결 과제는 서태평양지역에서 미국의 군사력을 몰아내는 것이다. 그 방법의 하나가 미국과 역내 미동맹국간의 불화를 조성, 동맹을 와해시키는 것이다. 북한 핵무장 지원전략은 그 일환이라는 게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진단이다.
북한 핵무기가 미국 본토를 공격할 수준에 이른다. 그런 상황을 맞아 제기되는 의구심은 미국은 서울을 지키기 위해 과연 L.A.를 포기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 의구심은 동맹 간의 불화로, 갈등으로 이어지면서 동맹은 파기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이는 서태평양지역뿐만 아니라 걸프지역에서도 일관되게 수행되고 있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그 전략은 우크라이나 전쟁이후 더 공세적 성격으로 변모하고 있다. 북한의 핵전력을 중국의 이른바 반접근 지역거부(A2/AD)전략의 일환으로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북한을 핵 무장시켜 미 항모의 접근을 막는 방식으로 북한이 핵 발사를 했을 경우 미국의 핵 보복 대상은 중국이 아닌 북한이 된다.
종합하면 하나의 그림이 떠오른다. 베이징의 사주를 받아 ‘자해 공갈형 도발대행업자’로 변신하고 있는 김정은 체제의 모습이다.
아무래도 중국과 북한이 뭔가 위험한 거래를 하고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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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