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강절도범 금방 풀어주는 ‘제로 베일’ 또 시행

2023-05-25 (목) 01:51:45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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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 카운티 법원 ‘보석금제 위헌’ 판결

LA 카운티에서 지난해 여름 종료됐던 무보석금 석방 제도인 ‘제로 베일’(Zero Bail) 정책이 또 다시 시행된다.

이에 대해 한인들을 비롯한 주민들은 최근 가뜩이나 강·절도 범죄가 곳곳에서 기승을 부리면서 피해가 늘고 있는 가운데 ‘제로 베일’ 정책의 부활로 강·절도범들이 범죄 행위로 체포돼도 곧바로 풀려나 또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악순환으로 치안 불안이 더욱 커지지 않을까 우려를 쏟아내고 있다.

LA 카운티 수피리어코트는 최근 현재의 보석금 제도가 본질적으로 부유층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6명의 원고가 제기한 집단 소송에서 원고들의 손을 들어줬다. 즉, 현재의 보석 제도를 금지하는 가처분 결정을 내린 것이다. 로렌스 리프 판사는 “구치소에 구금된 용의자들이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보석금을 내지 못해 석방되지 못한다면 이는 심각한 헌법 위반”이라며 ‘제로 베일’ 정책을 24일을 기점으로 다시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24일부터 절도, 마약 남용, 밴달리즘, 비폭력 범죄 등으로 구금된 용의자들은 보석금을 내지 않아도 석방될 수 있게 됐다. 단, 성폭력이나 강력 범죄를 저질렀거나 무보석으로 석방됐다가 또 다시 범행을 저지른 경우에는 기존의 보석 제도가 적용된다.

무보석금으로 용의자들을 석방 하는 ‘제로 베일’ 정책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 구치소 내의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용의자 수감을 줄이기 위한 일환으로 시행됐었다가 일부 범죄자들이 이를 악용해 강·절도사건이 증가하는 부작용을 초래하자 지난해 여름 종료됐었다.

당시 ‘제로 베일’ 정책은 체포된 범죄자들을 다시 거리에 풀어주는 상황으로 이어지면서 강력사건 급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한 예로 2021년 연말 34만 달러 상당의 물품을 그로브, 스튜디오 시티 등에서 훔친 11건의 떼강도 사건 용의자 14명은 체포된 뒤 ‘제로 베일’ 정책 덕에 미성년자를 제외한 13명 모두 무보석 석방됐다.

또 제로 베일 정책으로 풀려나는 용의자들은 법원이 정한 재판 날짜에 맞춰 법원에 출두해 인정신문을 받아야 하는데 상당수의 범법자들이 이를 무시하고 도주할 우려가 높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스티브 쿨리 LA 카운티 전 검사장은 ‘캘리포니아 인사이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제로 베일’ 정책을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제로 베일’ 정책의 부활은 범죄자들이 더 이상 경찰에 체포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게끔 한다”이라며 “실제로 ‘제로 베일’ 정책을 시행하던 팬데믹 시기에 훨씬 더 많은 강·절도 범죄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쿨리 전 검사장은 “강도 행각을 벌여 체포되고도 무보석금으로 석방된다면 누가 범죄를 저지르지 않겠느냐”며 “사회는 더욱 무법지대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취임과 동시에 검사장 특별지시를 통해 현금 보석금 제도 폐지를 명령한 조지 개스콘 현 검사장에 대해서도 비판하며 “개스콘 검사장의 급직적인 정책은 LA 카운티를 범죄의 온상으로 만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앞서 쿨리 전 검사장은 범죄 피해자 가족들 및 권익단체 관계자들과 개스콘 검사장 리콜 캠페인을 진행한 바 있다.

LA의 한인들은 최근 한인타운 등지에서 급증하고 있는 범죄에 대해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한인 김모씨는 “좀도둑들이나 강도들이 붙잡혀도 금방 풀려나기 때문에 두려움 없이 반복적으로 범죄를 저지르고 있어 무고한 시민들만 피해가 늘고 있다”며 ““한인타운에만 30년째 살고 있는데 요즘같이 길을 걷기가 무서운 때는 없었다. 미국이 뭔가 잘못 되가고 있는 것 같다”고 한탄했다.

실제로 한인타운 지역에서는 가장 흔히 발생하는 차량털이 범죄가 올들어 상당폭 늘어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본보 24일자 보도) LA 경찰국(LAPD)에 따르면 한인타운과 인근 지역 일부를 포함하는 올림픽경찰서 관할지역에서 지난 1월1일부터 5월13일까지 총 647건의 차량 물품 절도 사건이 보고됐는데, 이는 지난 2022년 같은기간의 551건과 비교해 17.4% 증가한 것으로, 2021년 같은 기간의 536건과 비교해선 20.7% 많아진 숫자다.

<석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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