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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종이호랑이는 아닐 런지…

2023-05-08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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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대만침공사태. 이게 현실로 이루어질까.

한동안 먼 훗날에나 혹시 가능한 일 정도로 치부됐었다. 그러던 것이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가까운 장래에 있을 수 있는 두려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분위기다.

푸틴의 예를 쫓아 시진핑의 중국도 대만침공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 잇달고 있는 것이다.


이 경고 대열에 미군 고위 장성들도 합세하고 있다. ‘2027년이 가장 위험하다.’- 필립 데이비슨 전 미 인도태평양함대사령관이 2021년 3월 연방 상원군사위 청문회에서 한 발언이다. 이후 미 고위 장성들의 중국의 대만침공 경고는 봇물을 이루고 있다.

데이비슨의 후임인 존 아퀼리노 제독도 최근 의회 청문회에서 같은 취지의 발언을 했다. 마이클 미니헌 미 공군기동군 사령관은 ‘2025년을 그 시기’로 보고 대비를 서둘러야 한다는 메모를 남겨 파문이 일고 있다.

군 장성들 뿐만이 아니다. 미정보계 고위 당국자들도 같은 경고를 하고 있다. 날짜와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다. 그렇지만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 미 국방부 정보국(DIA)국장인 스콧 베리어 중장 등은 지난주 상원국방위 청문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전쟁 가능성을 경고하면서 대비에 나서야한다는 증언을 했다.

안보담당자들의 이 같은 경고에 중국문제 전문가들도 찬성의 입장을 보이고 있다. 랜드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중국전문가들 중 63%는 ‘10년 내에 중국의 대만침공이 가능하다’는 진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진 것.

중국의 인민해방군(PLA)의 대만침공 군사작전이 마침내 실제로 전개됐다. 그러면 그 때 어떤 상황이 펼쳐질까.

그동안 실시된 '워게임(War game·가상전쟁실험)'결과들은 상당히 실망스럽다. 그 한 예가 지난 3월 공개된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2026년 중국의 대만 침공을 가정한 워게임 결과다. 중국의 침공은 실패하지만, 전쟁 당사자인 중국, 대만은 물론 미국, 일본도 막대한 피해를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진핑에게 최악의 시나리오가 펼쳐질 수도 있다. PLA의 작전이 대실패로 돌아가거나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에서 보여준 쇼킹할 정도의 무능력을 PLA가 드러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 평화 연구소의 앤드류 스코벨의 주장이다.


중국이 지난 수 십 년에 걸쳐 군 현대화를 추진해왔고 그 결과 인민해방군의 전력이 크게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그 전력강화가 주로 대만해방에 포커스가 주어졌다는 점에서 중국의 대만침공은 조기에, 그것도 쉽사리 승리로 이어질 수 있다. 다수의 관측으로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시진핑은 1인 통치 독재자들이 흔히 빠져드는 트랩에 갇혀 있다. 바로 이 독재자 트랩이 자칫 최악의 상황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이다.

1인 독재 체제에서 ‘넘버 1 프라이오러티’는 북한식으로 표현하면 ‘무조건적인 수령옹위’다. 이 체제에서 군 지휘관 임명, 진급 등의 기준은 독재자에 대한 충성심이다. 지휘관으로서의 자질, 전투능력 등은 뒷전이다.

시진핑 체제 출범과 함께 군에서 이루어진 부패척결작업도 그렇다. 한 마디로 ‘반대세력 몰아내기’로 중국 공산당 내 다른 세력에 줄 대고 있는 수 백 명의 장성들을 부패척결이란 이름으로 쫓아내고 ‘시자쥔(習家軍)’으로 오로지 채운 것에 다름이 아니다.

공산주의 독재체제가 극도로 경계하는 것은 이른바 보나파르티즘이다. 군사쿠데타 방지가 군 운용에서 최우선 과제다. 그 일환이 지휘관에게, 더 나가 특정 무력집단에게 파워가 쏠리는 상황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다.

푸틴이 와그너그룹을 허용, 정규 군사조직을 견제한 것 같이 시진핑 체제도 무려 160여만 병력의 중국 인민무장경찰부대라는 별도의 무력집단을 따로 편제해 정규군을 견제한다.

이와 별도로 쿠데타방지를 제도화 하고 있다. 각 단위부대 마다 정치장교를 파견하고 당세포를 투입해 감시하는 거다. 그렇지 않아도 철저한 톱-다운 식의 중국군 지휘통제체제는 그 결과 극도로 경직, 유연성, 적응성, 하급 지휘관의 자율성, 그리고 신속성이 요구되는 21세기 전쟁에서 제 기능을 발휘할지 의문시 되고 있다는 것.

독재자 트랩의 또 다른 병폐는 독재자가 듣기 좋아하는 정보만 올리는 것이다. 그러니 이 체제 하에서 믿을 만한 정보가 소통되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파워에게 사실을 사실대로 알린다는 건 자유 민주체제에서도 쉬운 일이 아니다. 그 파워가 생사여탈권을 쥔 잔인한 독재자인 경우에는 말할 나위도 없다.

그 한 예가 2022년 1월 무렵의 푸틴이다. 푸틴은 러시아군이 잘 훈련되고, 무장도 잘 갖추어져 있고, 전투에서 무적의 용맹을 떨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왜. 그 같은 보고만 받았고 시찰 현장에서도 그런 러시아군만(사실은 사열에 대비해 급조한 것이다) 보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때만 해도 러시아군은 푸틴의 대대적인 군 현대화계획에 따라 무적의 정예군으로 다시 태어났다는 것이 서방의 일반적 관측이기도 했다. 그 러시아군의 신화는 우크라이나 전투 현장에서 여지없이 무너졌다. 무능의 극치를 보이면서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

요약하면 항공모함에, 초음속 미사일 등 현대무기체계를 갖춘 중국의 인민해방군은 무늬만 강군으로 사실은 종이 호랑이일 수도 있다는 거다. 정확한 진단일까.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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