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폴리의 김민재가 세리에 A 우승 후 경기장에서 팬들과 함께 축하하고 있다 [로이터=사진제공]
김민재(27)가 이끈 SSC 나폴리가 이탈리아 세리에 A 역사에 이름을 남겼다. 고(故) 디에고 마라도나도 이루지 못한 진기록이었다.
이탈리아 매체 투토스포르트는 5일(한국시간) "나폴리가 33년 만에 스쿠데토(세리에 A 우승팀에 주어지는 방패 모양의 문양)를 차지했다"며 "현재 나폴리의 가치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실이 하나 있다. 나폴리의 선수와 감독 중 누구도 세리에 A 우승 경험이 없다. 이런 팀이 우승을 차지한 것은 1952~1953시즌 인테르 이후 70년 만"이라고 밝혔다.
앞서 나폴리는 이탈리아 프리울리베네치아줄리아주 우디네에 위치한 다키아 아레나에서 펼쳐진 우디네세와 2022~2023시즌 세리에A 33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1-1 무승부를 거뒀다.
김민재도 풀타임을 소화한 이 경기 결과로 25승 4무 3패로 승점 80점을 마크한 나폴리는 잔여 5경기 결과와 상관없이 자력으로 세리에 A 우승을 차지했다. 나폴리의 스쿠데토 획득은 고 디에고 마라도나가 활약했던 1986~1987시즌과 1989~1990시즌 후 3번째로 33년 만이다.
이번 우승은 나폴리뿐 아니라 세리에 A 역사에서도 큰 의미를 지닌다. 2000~2001시즌 AS 로마의 우승 후 22년 만에 나온 남부 지역 연고 팀의 우승이다. 이탈리아는 밀라노, 토리노, 제노바 등이 위치한 북부지역과 나폴리, 로마 등 남부지역의 빈부격차가 심한 나라다. 이러한 점은 축구에도 적용이 돼 그동안 세리에 A 우승은 돈 많은 유벤투스, AC 밀란, 인테르 등 북부 연고 팀들의 차지였다.
재정 규모의 현격한 차이는 선수단 구성에도 영향을 줬다. 북부 연고 팀들은 풍부한 재정을 바탕으로 우승 경험이 있는 베테랑 혹은 젊은 재능들을 과감하게 데려왔다. 하지만 남부 연고 팀들은 필연적으로 셀링 클럽이 됐고, 매년 주축 선수가 이탈한 빈자리를 변방 리그나 하위 리그에서 찾아 채워야 했다. 감독도 마찬가지다.
올 시즌 나폴리도 비슷했다. 루치아노 스팔레티(64) 감독은 30년 차 베테랑 감독이지만, 대부분 하위권 팀을 전전하면서 세리에 A 우승은 경험하지 못했다. 선수단 역시 튀르키예 리그의 김민재, 프랑스 리그앙1의 빅터 오시멘, 조지아 리그의 흐비차 크바라츠헬리아 등 우승 경험이 일천한 어린 선수들이 주축이었다.
하지만 뛰어난 기량과 패기로 선배 마라도나도 하지 못한 진기록을 달성했다. 투토 스포르트에 따르면 감독과 선수 모두 우승 경험이 없는 팀이 세리에 A 우승을 달성한 사례는 1952~1953시즌 인테르가 마지막이었다. 리그처럼 긴 호흡이 필요한 장기 레이스에서 우승 경험이 있는 선수의 존재는 엄청나다. 같은 의미로 그런 선수 없이 리그 우승을 조기 확정지었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다. 1986~1987시즌 나폴리의 세리에 A 첫 우승을 이끌던 마라도나에게도 클라우디오 가렐라 등 우승 경험이 있는 동료가 있었다. 가렐라는 1984~1985시즌 헬라스 베로나에서 세리에 A 우승을 경험한 바 있다.
김민재는 역사적인 팀의 핵심 중의 핵심으로 인정받았다. 리그 33경기 중 32경기를 선발 출장했고 그 중 29경기를 풀타임 소화하며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통계적으로도 뛰어나서 축구 통계 매체 옵타에 따르면 김민재는 올 시즌 공중볼을 따낸 것이 88번인데 이는 세리에 A 다른 수비수보다 5번 이상 많은 수치다. 또한 상대 선수의 드리블 돌파도 5번을 허용하는 데 그쳤는데 24경기 이상 출전한 세리에 A 수비수 중 가장 적은 기록이었다. 그야말로 철벽이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을 퍼포먼스.
스카이 스포츠 이탈리아는 이런 김민재에게 마술사라는 호칭을 부여하며 스팔레티 감독, 오시멘, 크바라츠헬리아(이상 9점) 다음으로 높은 8.5의 시즌 평점을 매겼다. 또 다른 매체 풋볼 이탈리아는 9점을 매겼고, 현지 중계방송사 DAZN의 경우 아예 10점 만점을 주며 김민재의 활약상을 높이 평가했다.
<스타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