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성 관상동맥증후군 재발이 잦은데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항혈소판제을 투약할 때 약 강도를 단계적으로 줄여도 표준 요법과 효과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단계적 감량 요법은 항혈소판제로 인한 출혈 부작용도 줄여 환자 안전성을 더 증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항혈소판제(antiplatelet agent)는 혈액 중 혈소판 응집을 억제해 혈전 생성을 억제하는 약물이다.
COX 억제제(아스피린, 인도부펜 등), PDE 억제제(실로스타졸), ADP 수용체 길항제(클로피도그렐, 프라수그렐 등), 당단백질 IIb/IIIa 길항제(압식시맙, 티로피반), 세로토닌 수용체 길항제(사포그릴레이트) 등이 있다.
박경우ㆍ강지훈 서울대병원 순환기내과 교수팀이 4개의 대규모 무작위 배정 임상연구(TROPICAL-ACS, POPular Genetics, HOST-REDUCE-POLYTECH-ACS, TALOS-AMI)에 등재된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 1만133명의 임상 데이터를 바탕으로 표준 항혈소판제 요법과 비교해 단계적 항혈소판제 감량 요법의 효과성과 안전성을 분석한 결과다.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은 심장 근육에 혈류를 공급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혀 갑자기 혈류가 차단돼 심장 근육이 손상되는 질환이다.
급성 관상동맥증후군은 환자의 5분의 1 정도가 1년 이내 재발하고, 재발하면 사망률이 높아지므로 재발 예방 관리와 약물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
따라서 이 질환이 있으면 스텐트를 삽입해 좁아진 관상동맥을 넓힌 후 재발을 막기 위해 1년 이내 항혈소판제 약물 치료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항혈소판제는 출혈 부작용을 동반한다. 표준 치료법인 이중 항혈소판제 요법은 강력한 약제를 포함한 만큼 부작용을 더욱 고려해야 했다. 이에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항혈소판제 강도를 점차 낮추는 단계적 감량 요법이 제안된 바 있다.
단계적 감량 요법은 시시각각 변하는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재발 위험과 항혈소판제로 인한 출혈 위험을 비교해 출혈 위험이 늘어날 것으로 판단되면 항혈소판제 강도를 단계적으로 줄이는 치료법이다.
하지만 단계적 감량 요법의 효과성과 안전성에 대한 근거는 부족한 실정이었다.
연구팀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대규모 임상 연구 데이터를 바탕으로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를 항혈소판제 요법에 따라 ▲표준 치료법군(5,068명) ▲단계적 감량 요법군(5,065명)으로 나누고, 발병 후 1년간 임상 사건 발생률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허혈 사건(심장 사망, 심근경색 및 뇌혈관 사건의 복합)의 1년 누적 발생률은 표준 치료법군과 단계적 감량 요법군이 각각 3.0%, 2.3%였다. 출혈 사건의 1년 누적 발생률은 각각 9.1%, 6.5%였다.
즉 단계적 감량 요법은 표준 치료법보다 허혈 사건을 24%, 출혈 사건을 30% 줄이는 효과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추가로 연구팀이 연령·당뇨병·고혈압·콩팥 기능·흡연 여부 등 변수에 따라 환자를 저위험군과 고위험군으로 구분해 하위 분석을 실시한 결과, 단계적 감량 요법의 허혈 및 출혈 사건 예방 효과는 두 위험군에서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지훈 교수는 “항혈소판제 투약은 급성 관상동맥증후군 환자들에게 필수적이며 단계적 감량 요법으로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특히 우리나라를 비롯한 동양 환자들은 출혈 위험이 크므로 단계적 감량 요법이 더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경우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근거 수준이 가장 높은 무작위 배정 연구의 메타 분석 데이터를 활용해 단계적 항혈소판제 감량 요법의 신뢰도 높은 근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며 “이번 연구 결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검증된 단계적 감량 요법이 세계적 치료 가이드라인에도 반영되기를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유럽 심장 저널(European Heart Journal)’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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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