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정부 탄압 피해 약 3년 전 제주도로 망명
▶ 한국서 농장일 등 허드렛일하며 신앙 지켜…구호 기관 도움 받아 미국에서 정착할 예정
종교 탄압을 피해 제주도로 망명했던 중국 교인 63명이 미국에 입국했다. 사진은 중국 내 천주교 신자들이 미사를 드리는 모습. [로이터]
기독교 신앙을 지키기 위해 중국에서 탈출한 중국 교인 63명이 한국에서 3년간의 생활을 마치고 미국에 도착했다. 기독교 매체 크리스천 포스트에 따르면 이들은 성금요일인 지난 7일 미국 정부로부터 인도적 임시 입국 허가를 받고 댈러스 포트워스 국제 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이들은 앞으로 여러 구호 기관의 도움을 받아 미국에서 난민 신분으로 재정착하게 될 예정이다.
중국 남부 대도시 심천의 ‘홀리 리폼드’(Holly Reformed) 가정교회 소속인 중국 교인 63명이 중국 탈출해 한국으로 망명을 결정한 것은 2019년 11월이다. 당시 중국 공산당 정권에 의한 기독교 탄압이 갈수록 거세지고 일부 목사가 구속되는 것을 목격한 교인들은 본인과 물론 자녀의 기독교 신앙을 사수하기 위해 망명을 결정했다. 2012년 가정 교회로 설립된 이 교회는 미등록 불법 교회로 지목돼 중국 정부로부터 갖은 핍박을 받아왔다.
이들이 망명지로 선택한 곳은 바로 한국 제주도였다. 이듬해인 2020년 제주도에 도착한 교인들은 중국 정부의 핍박을 피해 그토록 원했던 예배를 자유롭게 드릴 수 있었지만 생활고와 불확실한 신분 문제에 맞닥뜨렸다.
판용광 담임 목사 부부를 비롯한 교인들은 감귤, 마늘, 양배추 농장에서 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힘든 노동에 시달리며 믿음 생활을 이어갔다. 한국에서의 신분 문제 해결을 위해 한국 정부를 상대로 3번이나 난민 신분을 신청했지만 모두 거절됐다.
결국 한국에서의 망명 생활이 보장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교인들은 지난달 다시 태국으로 망명해 난민 신분 신청을 시도했다. 그러나 비자 체류 기간 만료로 태국 이민 당국에 의해 체포돼 추방될 위기에 놓였다.
그러던 중 이들의 사정을 잘 알고 있던 미국 국토안보부와 ‘국제 연합’(UN) 관련 부서가 태국 정부와 교인들의 미국 송환에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교인들이 미국 땅을 밟게 됐다. 텍사스 소재 종교 난민자 구호 단체 ‘프리덤 시커스’(Freedom Seekers)와 텍사스 동부 남침례 교단 소속 일부 교회들이 교인들의 미국 정착을 도울 예정이다. 청교도 신앙을 지키기 위해 17세기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미국에 이민한 영국 이민자를 떠올린다고 해서 중국 교인들에게 ‘메이플라워호’ 교인이란 명칭도 붙여졌다.
미국 정부는 중국을 종교 자유 침해 특별 관심 국가로 지정하고 있다. 기독교 박해국 감시 단체 오픈도어스 USA에 따르면 중국에는 현재 약 9,700만 명에 달하는 기독교인 있고 이들 대다수는 미등록 또는 불법 지하 교회에 출석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경제 성장과 함께 급감한 중국인 망명자 수는 시진핑 정권이 들어선 뒤 다시 급증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연합’(UN) 난민국에 따르면 시진핑이 집권한 2012년 말 약 1만 5,362명에 불과했던 중국인 망명자 수가 2021년 약 10만 5,000명으로 늘었는데 대부분 종교 탄압을 피하기 위한 망명이다. 시진핑 정권이 종교 탄압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2018년 이후 중국 기독교인들의 망명은 크게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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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 최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