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한인타운에 거주하는 지인은 요즘 가까운 거리도 절대 걸어다니지 않는다고 한다. 주거지 인근 거리에서는 마리화나 냄새가 진동하고 수일 간격으로 총격과 칼부림 사건이 들려온다. 결혼 2년차, 조만간 아기를 가질 계획인 이 부부는 하루빨리 이사를 위해 집을 알아보고 있다.
두 달 전 오렌지 카운티로 이사한 또 다른 지인도 이러한 이유에서 한인타운을 떠났다. 한인타운 지역 범죄는 코로나19 팬데믹 첫 해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지만 다시 반등해 전보다 되레 더 많아졌다. 한인타운의 치안 악화는 주민 삶의 질과 더불어 상권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경제적 우려까지 더하고 있다.
LA경찰국(LAPD)의 최신 자료에 따르면 한인타운과 인근 일부를 포함하는 올림픽 경찰서 관할지역에서 지난 2022년 1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1만1,907건의 범죄가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1년의 1만775건과 비교해 10.5% 증가한 숫자다. 이는 팬데믹 전인 2019년의 1만237건보다 14.0% 많은 숫자다.
유형별로 차량물품 도난과 차량 도난이 가장 많았지만, 가중폭행(Aggravated Assault)도 881건으로 상당한 숫자였으며, 살인도 15건 보고됐다. 가중폭행은 총이나 칼 등 치명적 무기를 사용한 폭행, 큰 부상을 유발할 정도의 폭행, 노약자 폭행 등 단순 폭행 수준을 넘어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의 심각한 폭행을 일컫는다.
한인이 살해 당하기도 했다. 지난해 8월2일 45세 한인 남성 스캇 J. 이 씨가 웨스트 올림픽 블러버드와 세라노 애비뉴 교차점 인근에서 범인과 몸싸움을 벌이다 칼에 찔려 사망했다. 검시국은 출혈성 쇼크, 간에 찔린 상처 등이 주요 사망 원인이라고 밝혔다. 몸싸움을 벌인 경위는 알려지지 않았다. 또 지난해 12월 10일 61세 한인 남성 안대환 씨가 5가와 커먼웰스 애비뉴 교차점 거리(3000 W 5th St. LA)에서 돈을 노린 36세 흑인 남성 노숙자에게 총격을 입고 사망했다. 이제는 평소 외출시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올들어서도 한인타운에는 많은 범죄가 보고되고 있는데, 일부 유형의 범죄가 줄었지만, 가중폭행과 빈집털이가 증가하며 주민들은 불안은 되레 높은 상황이다. LA경찰국(LAPD)에 따르면 올 1분기 올림픽 경찰서 관할지역에서 강력범죄 중 성폭행, 강도 등이 줄었지만 가중폭행이 상당히 증가했다. 올해 1월 1일부터 4월 1일까지 283건의 가중폭행이 발생했으며 이는 2022년 같은기간의 242건과 비교해 16.9%(41건) 늘어났으며, 2021년의 209건과 비교하면 35.4%(74건)나 많아진 숫자였다.
한인 피해자도 있는데, 지난 2월 26일 오후 7시10분께 한인타운의 윌셔/웨스턴 스테이션에서 퍼플 라인 열차를 기다리던 60세 한인 남성이 흑인이 포함된 20대 용의자 4명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했다. 경찰이 증오범죄로 파악하고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또 지난 1월 4일 오후 5시 45분께 8가와 후버 스트릿 교차점 인근의 쇼핑몰에서 64세 한인 여성이 그를 따라온 괴한의 칼에 찔리는 사고가 발생했다. 역시 범인은 아직 잡히지 않았다.
재산 범죄의 경우 빈집털이가 증가했다. 올핌픽 경찰서 관할지역에서 올해 1월 1일부터 4월 1일까지 230건의 빈집털이가 발생했으며, 이는 2022년 같은기간의 191건보다 20.4% 증가했으며, 2021년의 181건보다 27.1%나 늘어난 숫자였다.
지난 2월 1일 7가와 8가 사이 웨스트모어랜드 애비뉴 선상에 있는 한 아파트에서 79세 한인 여성, 2월 3일 7가와 그래머시 플레이스 교차점 인근 주택에서46세 한인 남성, 3월 7일 제임스M우드 블러버드와 킹슬리 드라이브 교차점 인근 주택에서 34세 한인 여성, 3월 23일 6가와 노튼 애비뉴 교차점 인근 주택에서 63세 한인 남성 등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기록됐다. LAPD 보고서에서 한인 피해자의 인종이 아시안으로만 기록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한인 피해자는 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
LA의 강력범죄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K-문화의 중심지로 남가주의 핫 플레이스가 된 한인타운의 치안 문제는 한인 및 주민들의 안전 뿐 아니라 한인사회 성장과 경제 발전을 위해서도 중요한 문제다. 시정부와 경찰, 지역단체의 협력 및 강력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고, 또 한인 주민들 각자가 각별히 주의를 기울이는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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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형석 사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