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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산이 무너질 것 같이 요란을 떨더니…’

2023-04-10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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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나 시끄러웠다. “대만을 이용해 중국을 견제하려면 자신이 지른 불에 타 죽을 것이다.” 차이잉원 대만 총통의 미국방문과 관련해 내놓은 중국의 성명이다.

외교부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는지 국방부, 국무원 대만판공실, 전국인민대표 외사위원회, 그리고 주미 중국대사관 등 모두 5개 기관이 동시에 아우성대며 격렬한 비난에 나섰다.

차이잉원 총통이 예정대로 케빈 매카시 연방하원의장을 만났다. 그러자 중국 인민해방군은 항공모함 산둥함을 출격시켰다. 대만 동부 해역을 항행하며 군사적 압박수위를 높인 것. 그러자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니미츠호가 같은 해역에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8월이었나. 낸시 펠로시 전 연방하원의장이 대만을 방문했을 때가. 중국해군은 대만해협에서 실탄 기동 훈련에 들어갔다. 거기에다가 쉴 새 없는 공중도발과 함께 탄도미사일도 쏴댔다. 긴장이 병적 흥분사태에까지 이르렀었다고 할까.

‘차이잉원과 매카시의 회동은 중공군의 대만침공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지난해 8월보다 더 살벌한 중국의 대응을 예상하면서 일각에서 제기된 우려였다.

중국과 미국의 항모가 불과 수 백 킬로미터를 사이에 두고 같은 해역에 거의 동시에 출격하기는 사상 처음이다. 전운이 고조되고 있는 것인가.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지는 정반대의 시각을 내보이고 있다. 중국의 대응은 현재로서는 해상당국의 순찰뿐으로 펠로시의 대만 방문 때보다 절제된 대응을 할 것으로 전망한 것.

그 워딩이 아주 살벌하고 도전적이었다. 실제 반응은 그러나 상당히 낮은 수위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태산이 무너질 것 같이 요란하더니 고작…’이라고 할까. 이를 어떻게 보아야 하나.

‘중국몽은 백일몽화와 함께 악몽으로 변질되고 있다.’ 미국의 안보전문지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지적이다. 중국의 경제력, 정치적 흡인력, 그리고 국제적 위상이 계속 쇠퇴하면서 전개되고 있는 상황으로 미국, 더 나가 서방공동체와 대결국면을 맞고 있는 현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지난 10년래 가장 허약한 상태에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그 징후는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우선 경제가 그렇다. 열강의 영향력 측정에 주요 계수기 역할을 하는 것은 해외직접투자(FDI)다.


중국이 본격적 FDI에 나선 때는 2001년부터로 2013년 일대일로 전략 도입과 함께 중국의 FDI는 2005년 100억 달러에서 2017년에는 1700억 달러를 넘어섰다. 이후 5년 동안 계속 감소, 2022년에는 15%나 줄었다. 같은 기간 해외자본의 중국직접투자도 크게 줄었다.

중국몽 실현의 야심찬 계획인 일대일로 전략을 통한 해외투자도 줄어들기는 마찬가지다. 이 계획에 참여한 국가 대부분이 부채폭탄을 떠안게 되면서 5년 전에 비해 반 토막이 난 것.

거기다가 반도체를 비롯한 하이테크 제품 판매금지 등 미국의 일련의 경제제재 조치는 중국에 엄청난 타격을 안겨주고 있다.

이와 함께 새로운 세계질서 주창 당사국으로서 중국의 국제적 위상은 추락을 거듭해왔다. 퓨 국제 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중국에 대해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국가는 계속 감소, 거의 최악 바닥 수준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디지털 권위주의, ‘제로 코비드’정책에 따른 잇단 무자비한 봉쇄조치,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지지입장. 그동안 시진핑 체제가 보여 온 지극히 ‘중국스러운’ 행태와 정책이 중국의 위상을 깎아내려 온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특히 중국의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지지 입장은 인도와 브라질을 포함해 전 세계 2/3에 이르는 국가들로부터 거부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으로 뮌헨안보회의는 밝혔다.

중국의 주요 전략 목표 중 하나는 서방의 동맹구조를 약화시키는 것이다. 그간 중국이 취해온 일련의 안보외교 행보는 그러나 정반대 상황을 불러왔다는 게 내셔널 인터레스트지의 평가다.

‘시진핑의 깐부’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나토(NATO)의 강화를 불러 왔다. 그뿐이 아니다.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 주도의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Free and Open Indo-Pacific, FOIP)구상에도 동참, 중국 포위의 일익을 맡게 됐다.

주요 7개국, G7일원으로서 유일하게 중국의 일대일로에 참여했던 이탈리아가 항모를 파견해 남중국해에서 자유의 항행에 나서기로 한 것이 그 한 예다.

그렇지 않아도 미국, 일본, 호주, 인도의 쿼드(QUAD)동맹에다가, 미국, 영국, 호주의 원잠 3각 동맹인 오커스(AUKUS), 그리고 일본-필리핀-미국을 잇는 재퍼스(JAPHUS)동맹의 2중, 3중 포위망에 갇혀 숨이 가쁘다. 그 중국이 또 다른 강력한 복병을 맞닥뜨리고 있는 모양새다.

차이잉원과 매카시 회동과 관련, ‘태산이 무너질 것 같이 요란을 떨던 중국이 왜…’-여기서 앞서의 그 질문으로 되돌아가자. 왜. 도대체 왜.

“중국은 수퍼 파워가 아니다. 그리고 가까운 장래에 수퍼 파워가 될 가능성도 없다.” 정치 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수퍼 파워로서 하드 파워도, 소프트 파워도, 샤프 파워(sharp power)도 제대로 못 갖추고 있다. 문제는 그 중국이 수퍼 파워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말하자면 수퍼 파워 흉내를 내다가 냉담한 국제환경, 그 현실 파악과 함께 꼬리를 말았다는 진단이다.

권위주의 독재자들이 국내 권력 강화를 위해 흔히 동원하는 것은 내셔널리즘이다. 그 때마다 요구되는 것은 아주 용감해 보이는 강성발언이다. 베이징의 호들갑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것이 또 다른 진단이다.

어느 진단이 맞을까. 둘 다가…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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