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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전 대통령 기소, 시작일 뿐이다

2023-04-07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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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심판이 시작됐다. 평생 온갖 불법을 자행했으면서도 요리조리 법망을 빠져나오던 그가 마침내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뉴욕 맨해튼 지방검찰청에 의해 형사 기소되는 불명예를 안은 것이다. 성추문 입막음 사건을 둘러싸고 뉴욕검찰이 밝힌 혐의는 34건, 모두 기업문서 조작과 관련됐다.

그런데 이번 기소는 사실 지엽적인 것으로, 그보다 훨씬 중차대한 문제로 현재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연방과 주 검찰로부터 동시에 수사 받고 있는 주요혐의는 5개에 달한다.

첫 번째는 백악관의 기밀문서 무단반출, 트럼프가 임기를 마치면서 100건 이상의 기밀문서가 들어있는 33개 박스를 플로리다 사저로 가져가 대통령 기록물에 관한 법률 위반 및 모두 반환했다고 허위 주장한 혐의다. 두 번째는 지난해 1월6일 국회의사당의 폭동사태를 선동한 혐의, 세 번째는 조지아 주의 선거 결과를 뒤집기 위해 브래드 라펜스퍼거 주 국무장관에게 “표를 찾아내라”며 외압을 행사한 혐의, 네 번째는 트럼프그룹의 탈세와 재정범죄에 관한 맨해튼 검찰의 수사, 다섯 번째는 트럼프와 자녀들이 그룹 재무기록과 부동산 가치를 날조해 세금, 보험, 대출에서 부당한 혜택을 누렸다는 뉴욕주 검찰의 민사소송 케이스다. 이 외에도 한 칼럼니스트가 트럼프에게 성폭행 당했다며 제기한 명예훼손 소송까지, 앞으로 수사와 기소가 줄줄이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는 언제나 그랬듯 자신에 대한 수사와 기소는 정치적 박해이며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를 기회로 지지자들을 결집시키려 노력하고 있다. 또 트럼프의 변호인단은 언제나 그랬듯 재판을 계속 지연시키기 위해 재판의 변곡점마다 새로운 소송을 제기하면서 시간을 끌 것이다.

그러나 그 많은 혐의에 대해 트럼프가 무죄라고 생각하는 미국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CNN이 지난 3일 발표한 조사에서도 민주당과 공화당 소속이 아닌 무소속의 응답자들조차 60%가 트럼프 전 대통령의 기소에 찬성한다고 답변했다.

트럼프의 이번 기소는 누구도 법 위에 설 수 없으며 죄를 지으면 심판대에 서게 된다는 만고불변의 진리를 확인시켜준 사건이다. 하루빨리 미국 사법체계의 정의가 이루어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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