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왜 ‘가장 중요한 뉴스’ 인가

2023-03-20 (월) 옥세철 논설위원
크게 작게
‘이번 주의 가장 중요한 정치 뉴스’- 이코노미스트지 국제 섹션의 고정란이다.

2023년 3월 셋째 주, 그러니까 지난 13~18일 주간 이 란의 첫 머리를 장식한 뉴스는 샌디에이고에서 열린 호주, 영국, 미국 3국 안보협의체인 오커스(AUKUS) 정상회의였다. 두 번째는 16~17일에 도쿄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일본총리의 정상회담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리시 수낙 영국 총리, 앤소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가 참석한 13일의 정상회담에서 3국 정상은 2030년대 초부터 최대 5척의 버지니아급 핵잠수함을 호주에 인도한다고 발표했다.


윤 대통령의 과감한 일제의 강제징용 배상해법 제시와 함께 12년 만에 처음으로 이루어진 것이 이번 한국 대통령의 일본방문으로 이로 인해 국가안전보장회의(NSC)차원의 경제안보대회를 신설하는 등 한국과 일본의 전략적 협력 범위는 크게 넓어졌다.

태평양의 양쪽 끝에서 거의 동시적으로 벌어진 주요국 정상들의 만남 - 이코노미스트는 왜 이를 이번 주의 가장 중요한 정치 뉴스로 선정했을까.

‘투키디데스의 함정’- 한동안 회자됐었다. 하버드 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이 그 저자로 신흥 강국 아테나의 파워가 점점 커지자 기존의 패권세력 스파르타는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다가 결국 전쟁이 불가피해졌다는 것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다.

이 주장이 나온 것이 2018년 이었다. 그 주장은 존스 홉킨스대학의 할 브랜즈와 터프츠 대학의 마이클 베리 두 정치학자에 의해 반박되고 있다. 그 보다는 피크에 올랐다가 쇠퇴하는 파워가 더 위험 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중국이 바로 그 ‘쇠퇴하고 있는 파워’로 ‘도전의 창’이 닫히는 것이 두려워 그 전에 무모하게 패권국에게 도발, 강대국 간의 전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 말하자면 시진핑 체제의 중국은 1914년 1차 대전을 일으킨 독일, 1941년 진주만 기습을 감행한 군국주의 일본과 비교될 수 있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 진단이 적중이라도 한 것인가. 우크라이나를 침공을 계기로 푸틴 러시아, 그리고 시진핑의 중국은 제국주의적 현상(status quo)변경 세력으로 그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신냉전은 이미 시작됐다. 이와 함께 국제사회를 짓누르고 있던 화두도 변색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충돌은 불가피한가’에서 ‘언제 전쟁이 발발할까’로.


모하비사막에서, 오키나와 인근의 무인도에서 미 해병은 실전을 방불케 하는 훈련을 벌이고 있다. 중국의 대만침공 시 있을 수도 있는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한 훈련이다. 그러면 그 때는 언제가 될까.

2035년이 아닐까. 그 때쯤이면 중국 인민해방군의 현대화가 이루어지니까. 그 예측은 앞 당겨졌다. 2027년으로. 그리고 이는 워싱턴의 공식적 판단으로도 보여 진다. 인공지능개발과 함께 중국 인민해방군 전력이 급격히 강화돼 그 때쯤 대만침공이 이루어질 수 있다는 것.

일부의 주장이지만 예측은 더 앞당겨 지고 있다. 대만의 총통선거, 미국의 대선이 2024년에 치러진다. 그 다음해가 가장 위험하다는 관측이 미 군부 내에서 공공연히 제기되고 있는 것.

그리고 때 마침 발생한 중국의 스파이 풍선 미국 본토영공 침범사건과 함께 워싱턴의 분위기는 반중을 넘어 혐중으로 치달으면서 예측되는 대만침공 타이밍은 ‘빠르면 3년 안에’가 하나의 컨센서스로 굳어지고 있다.

이 정황에서 열린 게 미국, 영국, 호주의 오커스 정상회의다. 과거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앵글로스피어(Anglosphere- 영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고 비슷한 문화적 가치관을 공유하는 권역)’국가들이 이번에는 중국에 맞서 태평양 제해권을 확보하기 위한 동맹을 재결성한 게 이 정상회담의 골자다.

이 3각 동맹과 관련해 주목해야 할 또 다른 3각 동맹이 있다. 일본-필리핀-미국을 잇는 재퍼스(JAPHUS)동맹이다.

앞으로 5년 안에 앵글로스피어동맹은 중국이 설정한 해상방어선인 '제1 도련선(오키나와~대만~필리핀을 연결하는 선)'너머 해역으로 공격형 원잠을 투입하고 재퍼스도 비슷한 목표 설정과 함께 중국과의 인접성을 최대한 살려 전쟁억지에 나선 다는 게 아시아타임스의 진단이다.

이코노미스트는 그러면 윤 대통령의 일본방문을 왜 오커스 3국 정상회담과 함께 가장 중요한 뉴스로 분류했을까. 앞서의 그 질문으로 되돌아간다.

한일정상회담, 그리고 다음 달로 예정된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예상되는 것은 한미일 안보협력 강화, 더 나가 또 다른 3각 동맹 태동 가능성이다. 이 한미일 3각 동맹이 이루어질 경우 오커스, 재퍼스 동맹과 함께 미국과 서방세계의 중국 해양봉쇄는 완성된다. 미-중 격돌시대를 맞아 그 지정학적 중요성을 감안한 것이 아닐까.

이는 다른 말이 아니다. 한국은 자유 동맹의 일원으로서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수호 전선에 뛰어들 각오가 돼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이다. 죽창가도 모자라 이완용을 들먹인다. 그 응원에 나섰는지 김정은의 북한은 또 미사일을 쏴댄다.

북한과 연계된 이 주사파 세력의 준동이 그렇다. 세계관 충돌이란 점에서 우크라이나 전쟁, 그리고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수호 전쟁과 사실상 같은 한 전쟁이다. 대한민국의 장래 가 걸려 있는 전쟁이다.

국내정책에서도 보다 담대하고 과감한 행보를 내딛는 리더십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옥세철 논설위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