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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크루그먼 칼럼] 우익 터프 가이의 문제점

2023-03-08 (수)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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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국가가 그렇듯 완벽하진 못하지만 자유세계의 일원이 되기를 갈망하는 민주국가가 잔인무도한 만행을 밥 먹듯 저지르는 이웃의 독재국가에게 침략을 당하고 있다. 포악한 이웃에 단 며칠도 버티지 못할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을 뒤엎고 동유럽의 민주국가는 상대의 거센 공세를 물리쳤을 뿐 아니라 몇 개월간 이어진 치열한 전투에서 빼앗긴 영토의 일부를 되찾았다.

자유의 등불을 자처하는 미합중국의 시민이라면 러시아의 침략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게 당연하지 않을까? 그러나 미국 정가의 좌우 양측 진영에는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에 반대할 뿐 아니라 아예 러시아의 승리를 원하는 분파가 존재한다. 이 같은 기류는 우파 진영에서 강하게 감지되지만 좌파 내부에서도 유사한 소수의견이 나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1주년을 맞아 필자가 묻고 싶은 질문은 미국의 우파가 블라드미르 푸틴을 지지하는 이유가 무엇이냐이다.

지금 미국의 우파가 좋아하는 외국의 독재자는 푸틴 한 명만이 아니다. 헝가리의 빅토로 오르반은 국내 보수주의자들의 아이콘으로 자리를 잡았고, 보수정치행동회의(CPAC)가 부다페스스트에서 개최한 회의에 특별연사로 등장했다.


이런 말을 해서 미안하지만 우파가 내세우는 목표를 감안하면 그들의 오르반 사랑은 이해가 간다. 만약 당신이 원하는 국가가 명목상으로는 민주국가이지만 실제로는 일당제국가인 백인 민족주의와 사회적 진보주의의 철옹성이라면 헝가리를 그렇게 바꿔놓은 오르반은 로드맵의 제공자가 될 수 있다. 물론 그것이 공화당 진영의 많은 사람들이 원하는 바다.

하지만 필자가 알기로는 우파의 개인숭배 대상이 아니다. 미국의 보수주의자들 가운데 그가 어떻게 생겼는지 아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이와 대조적으로 푸틴은 벌써 수 년 간 러시아뿐 아니라 미국에서도 소름 돋는 개인숭배 대상이다. 예를 들어보자. 지난 2014년 내셔널 리뷰의 칼럼니스트는 상의를 벗은 채 승마를 즐기는 푸틴과 ‘메트로섹슈얼 골프복장’의 버락 오바마를 대비시켰다.

우크라이나 침공 때까지 푸틴 찬양자들은 손에 손을 맞잡고 러시아의 군사적 효율성을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했다. 그중 가장 유명한 것은 근육질의 남성이 남성다운 일을 하는 모습을 담은 러시아의 모병광고와 육군 신병들의 다양성을 강조한 미국의 광고를 대조시켜 2021년 테드 크루즈가 내보낸 영상물이다. 해당 비디오를 통해 크루즈는 “아마도 사회적으로 각성한, 여성화된 군이 최선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푸틴주의 숭배의 근거는 무언가? 필자가 생각하기에 우파에 속한 많은 사람들은 강력하다는 것을 잔뜩 허세를 부리는 터프 가이와 동일시하고 지적 개방성과 다양성에 대한 존중 등 허세에 방해가 되는 모든 것을 비웃는다. 우파에게 푸틴은 강력한 남성의 이상적 모습이고, 근육질 남성상의 군대를 거느린 러시아는 강력한 국가의 이상형이다.

애초부터 이 같은 세계관이 명확하게 잘못된 것임을 알았어야 했다. 현대세계에서 국력은 군사력이 아니라 주로 경제력과 기술적 역량에서 나온다.

뒤이어 단행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서 사회적으로 각성되지 않고 여성화되지도 않은 러시아군은 전쟁을 수행하는 데에도 능숙하지 않은 것으로 판명됐다. 군사강국으로 여겨지던 러시아가 보기 좋게 실패한 이유가 무얼까? 현대전의 승리는 근육자랑을 해대는 허풍스런 남성들이 만들어내는 게 아니다. 병참, 첨단기술과 (군사 및 민간분야 모두의) 정보력이 승리를 좌우한다. 러시아는 바로 이런 분야에서 취약점을 노출한 반면 우크라이나는 놀랄 만큼 잘해내고 있다. (서방측이 지원한 무기가 큰 힘이 됐지만 단지 그것만이 우크라이나가 선전한 이유는 아니다. 우크라이나인들은 군사적 필요에 맥가이버식 해법을 찾아내는 탁월한 재간을 과시했다.)


분명히 말하지만 제아무리 월등한 화력을 지녔다 해도 전쟁은 엄청난 용기와 인내심 없이는 승리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 역시 우크라이나의 남녀 모두가 놀랄만큼 풍부하게 지닌 자질임이 확인됐다.

용기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바이든 대통령의 대담한 키이우 방문과 라파예트 파크의 비무장 시위대를 보고 백악관 지하벙커로 피신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사이의 극명한 대조에 충격을 받은 사람은 필자만이 아닐 것이다.

여기서 다시 전쟁으로 돌아가자. 점차 수위를 높이는 우파의 우크라이나 염증을 제대로 이해하는 열쇠는 러시아의 실패가 그들이 우상화하는 지도자의 결함뿐 아니라 힘의 본질을 터프 가이와 동일시하는 관점의 오류까지 드러낸다는데 있다.

미국의 푸틴주의 선봉장들이 우크라이나가 실제로 전쟁에서 지고 있다고 계속 주장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우크라이나가 몇 차례의 승전고를 울리기 며칠 전인 지난해 8월29일, 터커 칼슨은 푸틴이 “우크라이나에서 이기고 있다”고 선언했다. 아직도 러시아의 동계 대공세에 관한 과장된 추측들이 무성하게 나돈다. 그러나 한 우크라이나 관리는 러시아 공세는 이미 진행 중이지만 워낙 별 볼일이 없다보니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러시아가 끝내 우크라이나를 정복하지 못하리라는 뜻은 아니다. 하지만 만약 러시아가 승리한다면 부분적인 이유는 미국의 푸틴 팬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중단을 강요했기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지원이 중단된다면 그건 미국의 우파들이 사회적 각성이 약함을 의미하는 게 아니고, 터프 가이 행세를 하는 남성들이 실제로는 패배자임이 드러나는 세상을 참을 수 없기 때문이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폴 크루그먼은 현재 뉴욕 시립대 교수로 재직중이며 미국내 최고의 거시경제학자로 평가받고 있다. 예일대학을 졸업하고 MIT에서 3년 만에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뉴욕타임스 경제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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