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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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적인 강우량에도 가주는 아직 가뭄

2023-03-03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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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겨울폭풍이 남가주를 휩쓸고 지나갔다. 강풍과 폭우에 폭설까지 내리면서 일부 지역은 침수되거나 산사태가 주택을 덮쳤고, 곳곳에서 나무와 전신주가 쓰러져 발생한 정전사태로 많은 사람들이 며칠 동안 추위에 떨어야했다.

산에는 눈이 잔뜩 쌓였고, 수위가 심각하게 내려갔던 호수들에 물이 차올랐으며, 바닥을 보이던 LA 강조차 처음으로 넘실대는 광경을 연출하고 있다. 올겨울에 이렇게 비가 많이 내렸으니 이제 가뭄이 다 끝난 것 아닌가? 비상 절수령을 아직도 지켜야하나?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가주는 아직도 가뭄에서 한참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비가 아무리 많이 와도 대부분이 그대로 하수구를 따라 바다로 유실돼버리기 때문이다. 내리는 빗물을 땅이 잡아둬야 하는데 지면의 너무 많은 부분이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보도가 돼있고, 강과 내와 하천들도 홍수 범람을 막기 위해 콘크리트 제방을 쌓았기 때문에 빗물이 모두 흘러가버리는 것이다. 게다가 중가주의 농장들이 지난 몇십년 동안 지하수를 너무 많이 끌어올려 써버린 탓에 싱크홀과 지반침하가 자주 일어나고 대지는 메마를 대로 말라있다. 수자원 전문가들은 아스팔트 보도를 줄이고 공원과 녹지대를 더 많이 만들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많은 행정절차에 가로 막혀 현실화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한편 기상학자들은 3월 중에 몇차례 더 눈과 비가 내릴 것이라고 예보하고 있다. 지난 1월에 9회나 찾아와 22명의 인명피해를 낸 ‘대기의 강’이 이달 중순께 또 다시 찾아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번 시스템은 ‘온화한 폭풍’이라는 점이다. 따뜻한 아열대 해역의 수증기가 집중된 ‘대기의 강’이 폭우가 되어 내릴 경우, 지금 잔뜩 쌓여있는 산 위의 눈들이 단기간에 모두 녹아내리면서 홍수를 이룰 가능성이 크다. 겨우내 쌓인 눈은 여름 동안 천천히 녹아내리면서 가주 물 공급의 3분의 1을 담당하는 중요한 수원인데 이 또한 유실될 위험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미 서부지역의 가뭄은 1,200년만의 ‘대가뭄’(20년 이상 지속되는 가뭄)이라고 한다. 겨울폭풍 몇 번으로 쉽게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일인당 하루 80갤런, 계속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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