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 외로움과 고독의 차이
2023-03-03 (금)
이근혁 메릴랜드
외로움은 나도 모르게 쓸쓸한 마음이 만들어지고, 고독은 자신이 만들어 즐긴다. 외로움은 저절로 찾아오지만 고독은 내가 찾아가는 것이다. 외로움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고 고독은 즐길 수 있으면 즐기는 게 좋다.
외로움은 나이가 먹을수록 필연적으로 찾아와서 나를 괴롭히지만 고독은 잘 즐기면 아주 멋이 있다. 외로운 사람은 추해 보이는데 고독한 사람은 폼만 잘 잡으면 깃 올린 바바리가 어울리는 분위기 있게 보인다.
외로움에는 폭음을 할 수 있지만 고독은 적당히 마시며 과거를 회상하며 미소를 지을 수 있다. 외로움은 필연적이지만 고독은 선택이다. 외로움에 빠지면 우울증이 생길 수 있고 고독에 빠지면 시가 나올 수 있다. 외로움은 남녀 불문 시도 때도 없이 오지만 고독은 여자는 주로 꽃이 피는 봄에 찾고 남자는 낙엽 지는 가을에 주로 찾는다.
바다에 가는 사람은 외로움을 달래러 주로 가고 산에 가는 사람은 고독을 씹으러 가서 낙엽을 밟고 땀으로 모든 걸 버리고 온다. 외로울 때는 차중락의 ‘사랑의 종말’을 부르지만 고독할 때는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노래를 듣고 싶다. 외로움은 짝이 없는 사람에게 주로 오는데 고독은 있는 짝이 없는 듯이 무관심 할 때 주로 온다.
외로움은 연인이 사라졌을 때 생기는 것이고 고독은 연인이 사라지려 할 때 생긴다. 외로움은 피해야하는 것이지만 고독은 오면 즐기고, 가도 즐긴다. 외로움은 맑은 날이나 비 오는 날이나 상관이 없이 오지만 고독은 비가 오나 눈이 오는 날 주로 내가 만든다.
외로움이나 고독은 한국말은 명확히 틀리는데 영어는 그 말이 그 말 같다. 그러나 나이가 먹으면 둘 다 구분이 잘 안 된다. 자체는 굉장히 멋이 있고 관리를 잘 하면 내 삶에 윤활유 같이 아주 중요하다. 나이가 먹을수록 억지로 노력해서 외로움이나 고독을 은혜로운 시간으로 바꾸어 즐기며 살아야 하는 것들이다. 둘 다 잘 이용하며 살아갈 때 내 영혼이 살찌며 풍요롭게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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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혁 메릴랜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