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세상에 태어나서 주 양육자인 엄마, 아빠를 통해서 처음으로 교감을 경험하게 된다. 나는 지난 십 여년 간 발달심리학자로서 부모와 아이의 교감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조하며 강의하였지만, 직접 아이를 키우면서 부딪치는 현실을 통해서야 비로소 부모와 아이의 온전한 상호작용이 한 아이의 발달에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놀랍게도, 우리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상호작용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난다. 생후 약 2-3개월부터 아기는 주 양육자와 눈빛, 제스처 등을 통해서 상호 간의 소통을 시작하며, 양육자도 이에 맞게 자신과 상호작용을 할 것이라 예상한다. 매사추세츠 대학의 심리학과 교수인 닥터 에드워드 트로닉(Edward Tronick)은 ‘무표정실험’(Still face experiment)이라는 흥미로운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해보았다.
이 실험에서 2-6개월 된 아기들은 엄마와 일상적인 상호작용(서로 바라보기, 미소 짓기 등)을 하던 중에, 돌연 아무런 반응이 없는 엄마와 맞닥뜨리는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엄마는 아이의 어떠한 표현에도 대응하지 않고 오직 무표정으로 아이를 바라보는 상황을 몇분간 지속하게 된다.
이때 아이들의 반응이 굉장히 흥미롭다. 아이들은 일단 엄마의 무표정에 적지 않게 당황하며, 심장박동수가 증가하고 코티솔 레벨이 증가하는 등의 신체적 변화를 보인다. 그리고 곧 아이들은 엄마의 주의를 다시 끌기 위한 모든 행동을(옹알이, 미소, 손 휘젓기 등) 동원하여 어떻게든 엄마와 다시 교감하려고 노력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무 대응이 지속되면 아기들은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고 결국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이 실험을 통해서 알 수 있는 점은, 생후 몇 개월 채 되지 않은 시기부터 아이들은 놀랍도록 부모의 감정 상태와 교감에 민감하게 즉각 반응한다는 것, 그리고 부모와의 교감의 부재는 이 아이들에게 생각 이상으로 큰 당혹감과 상실감을 안겨준다는 것이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시점부터 아이들은 능동적인 자세로 부모와의 교감을 적극적으로 경험하려하고, 이를 통해 세상을 배우고 알아가는 발판을 마련하는 것을 알 수 있다. 아이가 가장 교감을 느끼고 싶어 할 주 양육자에게서 안정적인 상호작용을 경험할 수 없을 때, 아이들은 감정적 방치(emotional neglect)의 상황에 처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반복되면 궁극적으로 아이들이 이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에 부정적인 영향을 가져올 수밖에 없다.
부모의 진심과 노력이 담긴 아이와의 상호작용은 정서적으로 부모-아이 유대관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준다는 것, 그리고 이를 통해서 아이가 더 적극적으로 세상에 대해 배우고 긍정적인 시각을 갖도록 해준다는 점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눈빛, 그리고 즉각적인 감정의 반응을 통해서 아이가 세상을 바라보는 렌즈가 바뀐다는 것을 모든 부모들이 인지하고, 자신들이 맡은 역할의 중요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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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지영 뱁티스트대학교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