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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덕 칼럼] 정치의식 사분오열 시대

2023-03-02 (목) 김광덕 서울경제 논설실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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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회가 ‘의식의 분단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필자는 ‘관훈저널’ 2022년 여름호 권두시론을 통해 우리 사회의 국론 분열을 ‘분단(分斷)’으로 규정했다. 우리나라의 갈등은 낡은 이념의 늪에 빠진 문재인 정부 5년을 거치면서 증폭됐다. 특히 공정과 상식을 뒤흔든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국론은 두 동강 났다. 권위주의 정권과 민주화 과정에서도 수십 년 동안 지속됐던 친구 관계가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깨진 경우가 많았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내로남불’ 행태를 보면서 “퇴진”과 “수호”로 양분됐다. 이어 ‘팬덤 정치’까지 가세해 국민 정치의식은 양극화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분열은 치유되지 않았다. 외려 정치의식은 사분오열되고 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최대 이슈로 떠오르면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지지층은 ‘친명(親明)’과 ‘비명(非明)’으로 나뉘어졌다. 이 대표의 체포동의안 국회 표결이 임박한 가운데 당 지도부는 소속 의원들을 접촉하면서 부결을 위한 표 단속에 나섰다. 이 대표는 23일 검찰이 대장동 의혹 등으로 자신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것과 관련,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돼가는 폭력의 시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기자 간담회를 갖고 윤 정부와 검찰을 맹비난하는 여론전으로 표결을 앞둔 의원들을 더 압박한 셈이다.


그러나 이상민 의원 등 비명계 인사들은 “이 대표가 국회의원 불체포특권 폐기를 공약했으므로 스스로 영장 실질 심사를 받겠다고 결단하는 게 맞다”고 주장한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인 ‘개딸’들은 ‘이재명 방탄’에 소극적인 비명계를 겨냥해 겉과 속이 다른 ‘수박’들을 잡아내겠다며 겁박하고 있다.

요즘 국민의힘 지지층도 ‘친윤(親尹)’과 ‘비윤(非尹)’ 두 갈래로 쪼개지고 있다. 새 대표를 뽑는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윤심(尹心)의 경선 개입을 둘러싸고 당심(黨心)도 분열되고 있다. 대통령실은 나경원 전 의원과 안철수 의원이 선두 주자로 떠오를 때마다 두 사람을 정면으로 공격했다. ‘두더지 게임 같은 1위 때리기’라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윤 대통령은 안 의원을 겨냥해 “‘윤핵관’ 표현은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이라고 말했다고 여권 관계자가 전하기도 했다. 한 정치학자는 “윤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서른다섯 번 외쳤는데 대통령실이 당내 민주주의 훼손 발언을 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여야 모두 양분되는 요즘 정국은 조선 시대의 사색당파를 떠올리게 한다. 16세기 말부터 17세기 중반까지 일본·청나라의 침입으로 임진왜란·병자호란이 벌어졌을 때 당파 싸움에 빠진 조선은 제대로 대처하지 못했다. 1575년 관직 인사를 둘러싼 대립으로 동인과 서인이 탄생하더니 1591년에는 동인이 북인과 남인으로 분당됐다. 1680년대에 서인이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지는 등 파당 분화가 계속됐다. 구한말에는 친일·친청·친러·친미파 등 여러 갈래로 찢어졌다.

정치권과 정치학계의 일부 인사들은 극단적 대립 정치와 지역주의 해소를 위해 소선거구제에서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고 주장한다. 권력 구조를 바꾸기 위한 개헌론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본이 파벌·부패 정치 조장 등 중대선거구제의 부작용을 없애기 위해 소선거구제·비례대표제 혼합으로 개편했다는 점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지금 상황에서 백가쟁명식 개헌 논쟁을 벌이면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영토·기본권 조항 등을 놓고 이념 갈등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정치의식 균열을 막고 국력을 결집하려면 제도 개편보다 지도자와 국민들의 의식 대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국민 의식의 간극을 좁혀야 좌우 두 날개로 건강하게 날 수 있다. 다양한 사고가 공존하게 하려면 공통 기반을 찾고 리셋해야 한다. 공통분모는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법치주의 등 헌법 정신과 상식·사실 등 세 가지다. 조국 사태 이후 국론을 분단시킨 결정적 변수는 상식을 따르느냐 여부였다. 모든 경제주체들이 힘을 모으지 않으면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복합 위기 극복과 나라 정상화를 위해 상식과 기본으로 돌아가야 할 때다.

<김광덕 서울경제 논설실장·부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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