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과성의 소동인가. 아니면 제 2의 ‘스푸트니크 쇼크’로 볼 것인가.
2월 1일이었다. 몬태나 주 상공에 떠 있는 거대 풍선, 그러니까 중국의 고고도(高高度)무인정찰기구, 이른바 ‘스파이 풍선’이 목격된 것이다.
이 풍선이 처음 포착된 시점은 지난 1월 28일이다. 러시아의 캄차카 반도와 알래스카 사이에 있는 얄루산 열도 부근에서 솟아올라 캐나다를 거쳐 미 본토 상공을 이동했다. 이처럼 미 영공을 유유히 유영하면서 이 스파이 풍선이 미국 핵미사일 격납고가 다수 있는 몬태나 주 상공을 지나는 것이 육안으로도 식별하게 된 것이다.
미국은 기습공격에 대해 강박증세를 보이고 있다. 두 번이나 속수무책으로 당한 경험 때문이다. 그 하나는 진주만 기습사건이다. 또 다른 하나는 9.11사태다.
중국의 스파이 풍선이 미 본토 상공에 날아들다니, 이는 또 한 차례 기습의 전조인가. 전 미국이 패닉 상황에 빠져들면서 워싱턴이 뒤집어졌다.
마침내 바이든 대통령은 격추 명령을 내렸고 미 공군은 F-22 랩터 전투기를 동원, 사우스 캐롤라이나주 머틀 비티 상공에서 스파이 풍선을 격추시켰다. 그 날이 2월 4일이다.
그리고 한 주가 지난 현재 분위기는 다소 가라앉았다. 그러나 온갖 음모론과 함께 그 파장은 계속 이어져 오고 있다.
중국은 정찰 기구를 통해 미국을 상대로 핵전쟁 연습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지적이다. 스파이 풍선이 목격된 몬태나 주에는 제 341 미사일 비행단이 ICBM(대륙간탄도탄)을 운용하는 맘스트롬 공군기지가 있다는 점에서 이 주장은 나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인공적인 기상변화를 발생시켜 적에게 막대한 타격을 가하는 환경무기를 실험했을 수도 있다. 에이비오니스트지의 지적이다. 핵전쟁을 능가하는 위협이 될 수 있는 것이 미래의 기상전쟁(weather-warfare)이다. 그 예행훈련을 했을 가능성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나저나 왜 중국은 민감한 시기에 정찰 기구를 미국 영공에 보냈을까. 상황 발생 한 주가 지난 현재에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시진핑은 집권 3기를 맞아 두 가지 정책전환을 추구했다. ‘제로 코로나’정책 폐기가 그 하나다. 또 다른 하나는 경기회복을 꾀하는 것이다. 그 일환으로 미국과의 관계 회복에 나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의 중국 방문에 합의했다.
베이징이 바란 것은 블링컨의 방문이 관계개선의 돌파구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현상유지 여건이 조성되는 것으로 1월 18일 중국 외교부는 블링컨 방중 환영 메시지까지 냈다. 그런데 열흘 뒤인 1월 28일 알래스카 영공에서 중국 스파이 풍선이 포착됐다. 그리고 나흘 뒤에는 미 대륙 본토 영공에서도 목격됐다.
이와 함께 블링컨 국무장관의 중국방문은 전격 취소됐다. 그뿐이 아니다. 연방 하원은 즉각 청문회를 개최, 보다 강력한 중국제재 법안 마련에 들어갔다. 텍사스 등 일부 주정부들은 중국 국적자의 미부동산매입을 금지하는 법제정을 서두르고 있다.
뭐랄까. 한 마디로 미국과의 해빙관계를 놓쳤다고 할까. 이를 도대체 어떻게 보아야 하나.
관련해 제기 되는 것이 시진핑의 리더십에 대한 의문이다. 일부 전문가들은 미-중 관계 회복을 막으려는 일부 군부 내 강경세력의 의도가 작용한 것이 아닐까 하는 진단과 함께 시진핑도 모르게 이루어졌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중국내 일부 세력은 미국의 패권을 인정하는 것은 중국문화, 혹은 중국문명의 말살을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시진핑 3기의 중국지도부는 극도의 외국혐오에, 반미주의가 팽배했던 문화혁명시절에 자라났다.”
아시아 타임스의 지적이다. 미국에 대한 저항이 바로 국가회복이라는 이들 세대의 멘탈리티가 무의식적으로 작용한 결과가 아니었을까 하는 시각을 보이고 있다.
이는 동시에 타성에 젖은 관료주의가 빚은 사태로도 보여 진다는 것이 계속 이어지는 분석이다. 정찰 기구를 띄우는 것은 장기적 플랜에 따라 시행된다. 사전에 계획돼 있었던 것이다.
명령에 충실히 따르기만 하면 된다. 창의적 생각 같은 것은 오히려 신상에 해로울 수 있다. 당연히 금물이다. 때문에 예정에 따라 집행했을 뿐이다. 민감한 시기이니 보류하자는 제안은 언감생심, 말도 꺼내지 않는 게 중국 관료들의 습성이라는 거다.
유사 상황을 우한에서 코비드가 발생했을 때 이미 보았다. 그 결과는 중국은 물론이고 전 세계적 재난으로 이어졌다.
그러니까 시진핑도 아니다. 시진핑을 반대하는 세력도 아니다. 시스템 그 자체에 문제가 있다는 것이 내려지는 결론이다.
워싱턴만이 아니다. ‘보통의 미국인’의 마음도 뒤집어 놨다. ‘국가안보 위협’하면 '저 곳',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서태평양지역을 떠올려왔다. 그런데 육안으로 본토를, 내 가정을 위협하는 비행물체를 직접 보게 된 것이다.
전 미국이, 더 나가 서방세계 전체가 반중(反中)분위기로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다. 동시에 날로 높아가고 있는 것은 강경세력의 목소리다. 시진핑의 중국은 외교적 대참사를 맞고 있는 것이다.
미 본토 상공에 날라든 중국의 스파이 풍선. 결코 일과성 해프닝으로 끝날 것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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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