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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에세이] 수술 없이 뇌를 바꾸다

2023-02-11 (토) 모니카 이 / 심리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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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밝혀주는 뇌 연구 결과들은 늘 흥미로운 배울 거리다. 사람의 뇌 구조와 작동 방식, 그리고 세레토닌, 도파민, 엔돌핀 같은 뇌의 신경전달물질에 대한 기본지식만 있어도, 눈에 콩깍지가 씌운 커플, 외계인처럼 낯설어진 사춘기 자녀, 또는 감정이 널뛰는 갱년기 배우자의 반응과 행동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과거에는 뇌가 성장기 동안 만들어져 20살 무렵에 완성되고 더 이상 새 뉴론이 생겨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동안 많은 연구와 뇌 사진들을 통해 우리 뇌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경험의 반응에 따라 새로운 뉴론이 계속 생성되고 연결되고, 사용하지 않는 뉴론은 소멸되면서 뇌 구조가 계속 변하고 있음을 발견했다. 이를 전문용어로 ‘뇌의 신경가소성(neuroplasticity)’이라 한다. 사고나 질병으로 인해 좌뇌를 제거할 경우, 남은 우뇌가 점차 좌뇌 역할을 담당하는 신경망을 생성하면서 전체 뇌가 하던 기능을 한쪽 뇌가 담당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바로 신경가소성 때문이다.

새로운 경험, 감정, 생각, 기억 등에 맞닥뜨렸을 때 두뇌는 신경 경로를 설정한다. 뉴론은 신경 경로 안의 한 지점(시냅스)에서 만나 상호 간의 의사소통을 한다. 즉 새로운 지식이나 반복 훈련을 할 때마다, 시냅스의 소통과 전송은 연관된 신경세포들 사이에서 강화된다. 나이가 들면서 속도는 느려지지만 눈을 감는 순간까지 뇌는 새로운 경험에 반응하며 함께 점화하고 연결되면서 새로운 뇌 지도를 그리게 된다.


과학의 발달로 우리는 fMRI같은 사진을 통해 실제로 뇌에 어떤 변화가 있는지 볼 수 있게 됐다. 예전의 상담사들은 분노 문제로 찾아온 사람들에게 ‘혼자 맘껏 화낼 장소를 찾아가 분노를 분출하라’ 권했지만 이제는 그렇지 않다. fMRI 사진을 찍어보니 분노를 계속 폭발하면 그 쪽 뇌의 신경세포가 더 활성화되고 연결이 강해지면서 뇌에 ‘분노의 고속도로’가 닦아져서 작은 자극이나 짜증에도 바로 분노가 폭발하는 것을 발견했다.

대신 평소에 명상이나 마인드풀니스 등을 통해 자신의 신체감각과 감정과 생각을 알아차리고 통합하는 훈련을 꾸준히 하면, 분노가 올라오는 순간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래서 그 순간 화를 폭발하는 대신 심호흡을 하면서 “지금 내가 굉장히 화가 나네요” 또는 “마음이 불쾌/섭섭/억울... 하네요” 등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그렇게 ‘분노의 고속도로’ 사용이 점점 줄어들면 사용되지 않는 뉴론은 점점 희미해지며 고속도로는 오솔길로 변하게 된다. 이 것이 바로 뇌의 신경가소성의 신비이다.

그렇다면 새로운 뇌지도를 그리는 데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까? 신경과학자 타라 스와트 박사는 ’활동의 복잡성에 따라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새로운 뇌 지도를 얻으려면 4개월 반, 144일 또는 심지어 3개월이 걸리기도 한다’라고 하니 ‘할만하네’란 희망이 번진다. 불평불만과 부정적인 생각에 집중하면 그 부분 뉴론의 결속이 강화되어 더욱 부정적인 뇌가 되는 반면, 긍정적인 생각과 감사거리를 찾으면 그쪽 뉴론의 연결이 세지며 더 긍정적인 뇌로 구조가 바뀌게 된다.

한 지인이 “매일 감사일기를 쓰고 친구와 나누다보니 몇 개월 후 우울증이 없어졌다”고 고백했는데, 그것이 그냥 느낌이 아니라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것이다.

우리 모두는 나이, 성별, 지식과 물질의 많고 적음에 상관없이 모두 ‘뇌의 신경가소성’이란 마법 같은 능력을 지녔다. 조물주가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내려준 공짜 선물이다. “자, 이제 당신의 뇌에 어떤 생각의 나무를 심고, 어떤 모습의 길을 내고 닦을지는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오늘 내가 시작할 수 있는 작은 걸음은 무엇일까요?”

<모니카 이 / 심리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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