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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 사이즈의 북조선’인가

2023-01-09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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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두는 여전히 중국이다.

“현재의 우크라이나 위기는 워밍업에 불과하다. 큰 것(The Big One)이 오고 있다. 머지않아 다가올 그 사태에 대비는 되어 있는지…” 전 미 전략사령부 사령관 찰스 리처드의 발언이다.

“영어사용권 중추국들은 전쟁억지에 서투른 것이 특징이다. 영국은 과거 두 차례나 독일을 설득하는 데 실패했다. 그 결과로 양차 대전을 겪어야 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푸틴의 우크라이나침공을 사전에 막지 못했다. 대만위기에서 미국은 과연 전쟁억지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의 말이다. 그는 또 이런 말도 했다. “미국은 1930년 대 영국이 맞았던 상황과 흡사한 처지에 놓여 있다… 전쟁억지력을 발휘하지 못할 경우 3곳의 전선, 유럽, 중동, 극동지역에서 러시아, 이란, 중국과 동시에 전쟁을 치를 위험에 맞닥뜨리고 있다.”

퍼거슨은 이어 양차 세계대전에 앞서 벌어진 작은 전쟁들(1912~13년 발칸전쟁, 1936년 이탈리아의 아비시니아 침공, 1936~39년 스페인내란, 1937년 중일전쟁 등)을 열거하면서 우크라이나 전쟁은 최악의 경우 대전쟁의 예고일 수도 있는 것으로 보았다.

한 마디로 시진핑 체제 중국에 대한 경고 일색이다. 2023년 신년을 맞아 미국의 안보외교 전문지들이 내놓은 주요 논평들은.

지난해 2022년은 1989년 이후 가장 격동적인 해로 2023년을 기점으로 미국과 중국은 보다 본격적인 경쟁체재에 돌입하고 있고 이 ‘제2의 냉전’은 과거 미-소 냉전에 비해 안보 측면에서 구조적으로 더 위험하다는 진단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지난 500년간 세계는 16번의 파워의 전환기를 맞았다. 그 중 12번이 전쟁으로 마감됐다. 제2의 냉전이 그 파워의 전환기와 겹쳤다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특히 위험하다는 것이 우선의 지적이다.

미-중의 군사적 대립은 주로 해군력 대결 양상을 보이고 있어 대만위기와 관련해 제한적인 전쟁발발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 또 다른 위험요소다. 그런데다가 전쟁의 영역은 우주에서 인터넷 공간까지 확대돼 그만큼 위험요소가 증대했다는 지적도 따른다.

내셔널 인터레스트지는 중국의 독특한 국내정치 상황을 주시, 날로 경화되고 있는 중국의 국내정황은 시진핑체제의 특성과 맞물려 사태를 더욱 악화 시키고 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일반 열강들(Great Powers)과는 어딘가 다르다. 뭐랄까, 한국에서 유행하는 말처럼 ‘중국스럽다’고 할까. 그게 베이징의 해외정책이란 진단과 함께 이 잡지는 중국적 특성의 해외정책에 내재된 공격성의 위험을 경고하고 있다.

한 사람에게 권력이 집중돼 있다. 그 경우 최고 권력자의 오만과 독선, 무지와 편견은 파멸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때문에 권력의 독점과 전횡을 막는 법적·제도적 장치가 요구된다.

그 장치가 결여된 상황에서 발생한 비극이 수천만의 아사자를 낸 1958~62년 마오쩌둥 시절의 대약진운동이다. 마오 사후 집단지도체제를 도입, 1인 독재 권력의 횡포를 막았다. 그러나 지난해 시진핑은 사실상의 ‘황제’로 등극, 마오 체제를 부활시켰다.

1인 독재 권력이 전횡하는 해외정책은 자칫 재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거다.

중국의 해외정책은 주로 국내용이다, 냉철한 국가이해 계산에 따른 것이 아니다. 인민대중이 듣고, 또 보고 싶어 하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이에 따라 중국공산당 정부가 전가의 보도인 양 동원하는 것은 ‘한(漢)지상주의’의 내셔널리즘이다.

그 전위부대 역할을 맡은 것은 ‘전랑 외교관’들이다. 미묘한 국제정세 따위는 알 바 아니다. 오직 베이징만 쳐다보며 중화만세의 강경발언만 해대는 거다.

오랜 1당 통치체제, 이는 국내적으로 전반적 경화증세를 가져왔다. 이 체제, 이 분위기에서는 ‘건설적 비판’이란 개념은 허용되지 않는다. 오직 체제와 권력자에 대한 충성만 있을 뿐이다.

그 경화증세는 해외정책에도 그대로 배어있다. 중국이 하는 일은 항상 옳다. 평화와 안정과 정의의 편이다. 그러니 외교상 허물은 없다. 이것이 중국 외교관의 기본자세로 창조적 외교란 있을 수 없다. 자결권을 외면한 19세기 식 주권론에 매몰된 베이징의 대만정책이 바로 그 경화증세의 일단이란 것이 내셔널 인터레스트의 지적이다.

중국은 천하의 중심이다. 천하주의라고 하던가. 주권은 오직 천자국인 중국에만 있다. 인근의 다른 나라들은 조공, 혹은 강제 대상에 불과하다.

이런 멘탈리티와 함께 결코 외국을 침공한 적도 없고, 평화만 추구해온 중국이 서방 식민주의 세력의 침공을 받아 100년의 수모를 당했다는 피해자 코스프레식의 내러티브를 주지시켜왔다. 그 결과는 극도의 외국인증오증세의 방어적 국가주의다. 그런데다가 정통 레닌주의를 고수하는 시진핑 체제는 근본체질 상 자유민주주의를 혐오한다. 자유민주주의는 무너뜨려야 할 적일뿐이다.

민주주의의 가치관, 예컨대 인권, 투명성, 법치 등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러니까 사회주의 중국 체제를 붕괴시키려는 서방의 사탕발림에 불과하므로 단호히 배격해야 한다는 것이 베이징의 근본 입장이다.

날로 ‘중국스러워지는’ 중국의 해외정책. 이는 다름이 아니다. 중국이 날로 허약해지고 있다는 증거라는 것이 포린 어페어스지의 지적으로 그 허약한 중국이 더 위험하다는 거다. 그리고 뒤따르는 진단은 그 허약해진 중국은 ‘수퍼 사이즈의 북조선’화 되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막장을 향해 치닫는 중국’- 그 중국이 2023년의 키워드가 될 것 같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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