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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 칼럼] 피 흘리는 트럼프

2022-12-26 (월) 찰스 M. 블로우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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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2019년 칼럼을 통해 트럼프가 그의 지지자들 사이에서 민간 영웅의 반열에 올랐다고 쓴 바 있다. 트럼프의 온갖 거짓말과 부패, 성차별과 사기는 그에게 상처를 입히기는커녕 전설을 강화하는데 힘을 보탰다.

그는 민담에 흔히 등장하는 전형적인 사기꾼 같은 인물이다.

예컨대, 미국 남부지역에서 성장한 흑인 어린이에게 스태거리는 민간 영웅이었다. 흑인 포주였던 “스택” 리 셸톤은 1895년 자신의 모자를 빼앗으려던 남성을 사살했다. 그의 이야기는 범죄를 미화하는 이른바 ‘살인 발라드’의 주제가 되었다. 셸턴은 석방된 후 강도짓을 하던 남성을 사살하는 것으로 그의 주가를 끌어올렸다.


노예 제도와 자유, 범죄인과 영웅 사이에서 자신이 공간을 찾으려던 이 남성은 “사회의 밑바닥에 놓인 흑인들의 집단감정을 대변하는 인물이 되었고, 흑인 커뮤니티의 상징이 되었다.” 세실 브라운의 저서 “스태거리 빌리를 쏘다”에 나오는 대목이다.

조 클록은 2011년 마더 존스에 기고한 글에서 스태거리가 거리낌 없이 규칙을 깨뜨리는 것으로 어떻게 남부 흑인사회의 영웅이 되었는지 상세히 서술했다. 클록은 이렇게 말한다. “그를 둘러싼 모든 신화들 뜯어보면, 스태거리의 성격에서 대단히 이성적인 면을 발견하게 된다. 그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도대체 왜 내게 불리하기만 한 룰을 따라야하느냐”고.

바로 이것이 필자가 트럼프의 매력과 우상화를 본능적으로 이해하는 이유다.

수년, 아니 수십 년에 걸친 왜곡된 선전은 근로계층 백인들을 피해 계층으로 바꾸어놓았다. 판이 뒤집어진 대체현실에서 이들은 스스로를 신종 니그로(Negro)로 바라본다. 이제 사회의 룰은 그들에게 불리하게 돌아가는 듯 보인다.

바로 여기서 사기꾼이자 룰 파괴자인 트럼프는 그들의 두려움과 반항심을 아우르는 인물로 떠오른다. 그는 정치인이지만 백인 근로계층에겐 그 이상의 존재다. 도널드는 신의 영역에 접근한다. 추앙자들은 그를 개인숭배의 대상으로 끌어안는다.

그러나 상황이 바뀌었다. 트럼프의 대권 재도전 발표는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지명도가 높은 공화당 인사들은 그에 대한 지지를 약속하지 않았다. 트럼프 자신은 대선 출마 발표 이후 단 한 번의 유세도 벌이지 않은 채 마라라고에 칩거 중이다. 사실 그는 자신의 디지털 트레이딩 카드를 직접 판매하는 한심스런 처지로 전락했다. (평소 트럼프는 그의 골수 지지자들을 자신의 상품을 팔 수 있는 소비자로 간주했다.)

게다가 최근의 여론조사는 적어도 현 시점에서 공화당원과 공화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트럼프보다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두 자릿수 차이로 선호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간단히 말해 신이 피를 흘린 것이다. 신이 피를 흘리는 광경을 목격한 사람들은 더 이상 그를 신이라 믿지 않는다.

중간선거 결과가 공화당뿐 아니라 트럼프 자신에게도 얼마나 큰 상처를 입혔는지 입에 침이 마르도록 강조해도 전혀 부족함이 없다. 수년 간 트럼프는 손실과 패배를 타인의 책임으로 돌리거나 아예 승리로 둔갑시키는 남다른 재간을 보였다.

로버트 뮐러의 보고서는 여러 측면에서 그의 죄상을 적시하면서 사법처리를 피할 수 없게 만들려고 노력했지만 기소의견을 제시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럼프로 하여금 완전한 결백을 주장할 단서를 제공했다.

그는 정치적인 동기를 지닌 계책에 의해 명예가 실추된 피해자가 아니다. 탄핵과 관련해 트럼프는 지지자들에게 “나의 정적들이 두 번이나 나를 제거하려 했지만 모두 실패했다”고 떠벌렸다. 그는 가장 결함이 많은 대통령이 아니라 가장 복원력이 강한 대통령이었다.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하자 트럼프는 이를 부패와 부정 선거 탓으로 돌렸다. 물론 또 다른 거짓말이었다. 사이버 보안 및 인프라 보안국(CISA)에 따르면 2020년 선거는 “미국 역사상 가장 안전한 선거”였고 “투표 시스템 결함, 투표용지 분실, 기표조작과 같은 부정행위의 증거는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공화당이 장악한 전국의 주 의회는 트럼프의 선거 사기 거짓말을 멀쩡한 선거제도를 손보는 명분으로 활용했다. 물론 강화된 투표 제한을 두기 위한 조치이다.

그러나 공화당의 시도는 의도치 않은 결과를 가져왔다. 선거과정을 더욱 안정적으로 바꾸었다는 자랑은 그들이 선거에서 패배할 경우 승리를 도둑맞았다는 주장을 펼치기 힘들게 만들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가장 퇴보한 선거제도를 시행한 조지아와 애리조나의 격전지를 비롯, 전국 각지의 주요 레이스에서 트럼프의 낙점을 받은 후보들이 민주당 경쟁자들에게 줄줄이 패했다. 중간선거에서 나타난 참담한 순환의 진실에서 빠져나올 방법은 없다. 격전주에서 승리하기엔 트럼프 브랜드는 지나치게 독성이 강하고 흠집이 많다. 이제 그는 더 이상 정치의 중력을 거스르지 못한다.

그와 동시에 트럼프를 겨냥한 수사의 칼끝이 한꺼번에 목줄을 노리는 상황에서 그의 법정 패소 기록도 쌓여가고 있다. 한 때 거칠고 질긴 테프론에 비견되던 그는 이제 파리를 잡는데 쓰이는 끈끈이 종이에 비유된다.

한때 천하무적이었던 그에게서 공화당은 약점과 상처를 본다. 군중심리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 정치판에서 공화당 지지자들은 이제 사정없이 그를 물어뜯을 것이다.

1994년 NYT에 그래픽 에디터로 입사하여 2008년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로 승진했다. TV 해설자이며 정치, 사회정의, 저소득층 커뮤니티에 관해 글을 쓰고 있다.

<찰스 M. 블로우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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