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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칼럼] ‘코로나 3년’ 허비한 중국의 앞날은?

2022-12-23 (금) 김광수 서울경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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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 환호, 공포….

불과 십여 일 만에 변해가고 있는 중국 내 분위기이다. 철통같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을 사실상 철폐하고 ‘위드 코로나’ 전환에 나선 후 중국은 혼란에 빠져들었다.

지난달 말 상하이에서 시작해 전국으로 확산된 ‘백지 시위’를 계기로 중국에서는 코로나19 관련 방역 조치 완화 기대감이 번졌다. 과도한 격리나 봉쇄 중심의 통제가 줄어들 것이라는 희망이 커졌다.


이달 7일 발표된 열 가지 조치의 새로운 방역 정책이 나왔을 때만 해도 환호가 터져나왔다. 일상생활과 지역 간 이동을 위해 반드시 필요했던 유전자증폭(PCR) 검사 음성 증명 요구가 폐지됐기 때문이다. 코로나에 걸려도 자가격리가 가능해져 열악한 시설로 악명 높은 ‘팡창’에 끌려갈 걱정도 하지 않게 됐다.

기쁨도 잠시였다. 열흘가량 지난 현재 중국은 두려움과 공포에 휩싸여있다. 방역 고삐를 풀자마자 중국에서는 코로나19 감염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상황이다. 방역 당국은 “코로나는 더 이상 위험하지 않다” “바이러스는 약해졌고 우리는 더 강해졌다”며 선전·선동에 나서 국민들을 안심시켰으나 정작 중국인들은 이를 믿지 않는다. 얼마 전까지 제로 코로나만이 코로나19의 위험을 막을 수 있다던 방역 당국이 손바닥 뒤집듯 말을 바꾼 탓이다.

방역 당국의 말을 믿는 대신 앞다퉈 약국으로 뛰어갔으나 감기약·해열제는 구할 수가 없다. 통계는 감염자가 줄어들고 사망자도 없다고 하지만 병원에는 발열 환자가 일주일 만에 6배나 늘고 화장장을 24시간 내내 가동해도 처리하지 못할 정도로 시신이 밀어닥친다는 소식이 이어진다. 지금 중국에서는 이러다가 코로나19에 감염돼 꼼짝없이 치료도 못 받고 죽을지 모른다는 공포가 엄습하고 있다. 사망자가 100만~2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정도다.

정부도 당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점진적인 제로 코로나 폐지로 일상생활이 가능해지면 움츠렸던 경제도 회복될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더 꽁꽁 얼어붙고 있다. 식당은 영업이 가능해졌지만 손님은커녕 일할 직원조차 감염돼 문을 닫았다. 영업을 재개한 쇼핑몰은 코로나19에 감염될까 걱정돼 찾는 사람이 없어 을씨년스럽다.

이 모든 것이 위기관리에 실패한 중국 당국의 책임이다. 코로나19가 확산된 지난 3년간 중국에서는 비과학적인 방식의 바이러스 차단만을 반복했다. 사람은 물론 동물·물건에도 소독약을 뿌리고 바이러스를 채취하며 감염을 막는 데만 집중했다. 매일같이 반복되는 PCR 검사에 지방정부의 곳간은 비어갔다. 차라리 그 돈으로 의료 인프라를 확충하고 코로나 이후를 대비했으면 상황은 지금과 달랐을 것이다.

위기라는 단어에는 위험과 기회가 함께 들어있다고 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따라 위험에 처할 수도 있고 이를 기회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위기를 얼마나 슬기롭게 극복했는가에 따라서 그 나라의 발전 속도가 앞당겨졌을 정도다.

우리나라는 이런 위기 극복의 역사를 전 세계 어떤 나라보다 잘 보여주는 국가다. 근대화 이후 일제의 수탈과 한국전쟁을 겪고도 ‘한강의 기적’을 통해 빠르게 가난에서 벗어났다. 빠르게 성장하던 대한민국이 ‘IMF 외환위기’를 겪었을 때도 전 국민이 장농 속 금반지까지 탈탈 털어 나랏빚을 갚았다.중국은 개혁·개방 이후 빠르게 경제 발전을 이뤄내며 미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성장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만 해도 중국이 미국의 경제를 앞지를 것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으나 지금은 시각이 달라졌다. 중국의 인구 감소와 미국 제재 등의 영향도 있지만 코로나19에 대처하는 중국의 모습을 종합적으로 판단한 결과다. 코로나로 허비한 3년이 중국에는 돌이킬 수 없는 30년이 될지 모른다.

<김광수 서울경제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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