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거래 5달 연속 하락… 주택시장 전형적인 조정 장세 진입

2022-12-22 (목) 준 최 객원 기자
크게 작게
거래 5달 연속 하락… 주택시장 전형적인 조정 장세 진입

주택 거래가 5개월 연속 하락하는 등 주택 시장이 전형적인 조정 장세에 진입했다. [로이터]

거래 5달 연속 하락… 주택시장 전형적인 조정 장세 진입

이자율 하락에도 불구하고 경기 침체 우려로 주택 수요가 살아나지 않고 있다. [로이터]



◇ 이자율 떨어져도 구매 심리 요지부동

이자율이 매주 연속 떨어지고 있지만 바이어는 요지부동이다. 집계에 따르면 12월 2일 기준 모기지 신청 건수는 전주 대비 2% 감소했다. 주택 구입을 위한 평균 모기지 대출 금액 역시 2021년 1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그만큼 집을 사는 사람이 줄었고 그나마 집을 보는 사람도 저가대 매물 위주로 찾고 있다는 말이다.


12월 8일 기준 30년 만기 고정 이자율의 전국 평균치는 6.33%까지 떨어졌지만 주택 시장을 떠난 수요는 돌아올 생각이 없다. 지난해 초 3.1%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 이자율은 2배를 넘는 수준으로 이자율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는 바이어가 많기 때문이다.

사상 최악의 인플레이션과 순식간에 이자율이 치솟는 것에 겁을 먹은 바이어들이 주택 시장으로 쉽게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이다. 국영 모기지 보증 기관 프레디 맥의 샘 카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경기 둔화 우려에 모기지 이자율이 4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라며 “큰 폭의 이자율 하락세에도 여러 불안감 때문에 주택 매수 심리가 여전히 위축된 상태”라고 설명했다.

◇ 이자율 10월 정점 찍었다

12월 2일 기준 모기지 이자율은 직전 4주 연속 떨어져 075%포인트 하락했는데 2008년 이후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모기지 이자율은 지난 10월 중 최근 수년간 가장 높은 수준인 7%대를 돌파한 바 있다. 이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다소 해소되고 ‘연방 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폭이 낮아질 것이란 기대감에 전문가들은 모기지 이자율이 10월 최고점을 찍은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모기지 은행업 협회’(MBA)의 밥 브록스미트 대표는 “지속적인 이자율 하락, 주택 가격 상승세 둔화 등의 현상에도 주택 구매 결정을 미루는 바이어가 여전히 많다”라며 “주택 구입 대출액은 2년 사이 최저치로 주택 가격 하락 신호로 볼 수 있다”라고 분석했다.

◇ 이자율 더 떨어져야 구입 능력 개선돼

모기지 이자율이 6% 초반대에 근접하면서 주택구입부담지수가 약 8% 개선되는 효과가 나타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상 내 집 마련이 가능한 바이어는 많지 않다. ‘전국 부동산 중개인 협회’(NAR)의 나디아 에반젤로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대출 승인에 필요한 소득 수준이 바이어 실제 소득보다 여전히 높기 때문”이라며 이자율 하락에도 주택 구입 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상황을 설명했다.


에반젤로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이 지속적으로 해소된다면 내년 모기지 이자율이 6% 초반에 머무르게 될 전망으로 바이어 소득이 1,000달러 오르는 효과가 발생한다”라며 “이자율이 안정적인 수준에 머무르면 내년 초부터 주택 거래가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경치 침체 우려가 수요 막아

주택 거래 절벽 현상이 나타난 원인은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와 높은 수준의 이자율 때문이다. 올해 발생한 이자율 급등으로 많은 바이어가 주택 구입 능력을 상실하고 주택 시장을 떠났다. 최근 이자율 하락 폭은 떠난 바이어를 돌아오게 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택 구입 부담이 여전히 높은 것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난 4년간 주택 가격은 전국적으로 40%나 치솟았는데 높은 이자율 수준과 맞물려 주택 구입 여건은 여전히 사상 최악이다.

브라이트 MLS의 리사 스튜어트번트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2019년의 경우 중간 가격대 주택 구입에 필요한 연 소득은 5만 2,000달러면 충분했고 월 모기지 페이먼트 부담도 1,220달러 정도였다”라며 “이후 주택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간 가격대 주택 구입에 필요한 연 소득은 10만 달러로 상향 조정됐고 월 페이먼트 역시 2,200달러로 두 배나 뛰었다”라고 한층 어려워진 내 집 마련 실정을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자율이 떨어지고 주택 가격이 둔화해도 경기 불안에 대한 우려로 적어도 올해 연말까지 주택 수요가 살아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 거래 5달 연속 하락, 전형적인 조정 장세

NAR은 10월 기준 재판매 주택 거래가 5개월 연속 하락했다고 최근 발표했다. 전국을 크게 4 지역으로 구분했을 때 3 지역은 전달 대비 주택 거래가 하락했고 4 지역 모두 전년 대비 하락세를 나타냈다. 로렌스 윤 NA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모기지 이자율이 20년래 최고치를 기록한 10월은 바이어들에게는 가장 힘든 달이었다”라며 “주택 가격이 높은 서부 지역에서 주택 거래가 큰 폭으로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라고 설명했다.

주택 매물량에는 큰 변화가 없지만 팔리지 않는 집이 늘면서 판매 기간이 늘어나는 전형적인 조정기 현상도 나타나기 시작했다. 10월 중 시장에 나온 매물 숫자는 122만 채로 전달인 9월과 2021년 10월(123만 채)과 비교해 큰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수요 위축에 따른 거래 감소로 10월 매물 대기 기간은 3.3개월로 전달(3.1개월)보다 늘었다.

◇ 주택 가격 상승 폭 크게 둔화

로렌스 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매물량이 여전히 부족한 편으로 일부 매물에는 여전히 여러 명의 바이어가 오퍼를 제출하고 있다”라며 “10월 거래된 주택 중 약 24%는 리스팅 가격보다 높은 가격의 오퍼를 제출받았다”라고 설명했다.

주택 시장이 전환기를 맞은 가운데 전년 대비 주택 가격은 여전히 높지만 상승 폭은 예년보다 크게 낮아졌다. 지난해 10월 주택 중간 가격은 2020년 대비 13%나 높은 수준이었으나 올해 10월 주택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약 6.6%오르는 데 그쳤다. 연간 대비 가격 상승 폭이 불과 1년 사이 절반으로 낮아진 것이다.

<준 최 객원 기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