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버켓 리스트에는 와인 마시면서 열기구 타보기, 자이언 캐년을 속속들이 탐험해보기, 오케스트라에서 첼로 주자로 연주하기 등이 있지만 그 중에는 ‘건강할 때 감사인사 전하기’ 또한 같이 있다. 갑자기 몸을 자유롭게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진다고 가정했을 때, “고마웠다”라는 네마디의 말을 주위 사람들에게 충분히 전하지 못한 후회가 가장 클 것 같은 확신이 들었기 때문이다.
35년 동안 아트 서플라이(Art Supply) 사업을 하면서 나는 모든 열정과 시간과 나의 재능을 이 사업 외에는 쏟아 부은 곳이 없었기에, 나의 감사의 대상은 자연스럽게 많은 손님들과의 소중한 인연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미국대학으로 세일즈를 나가면 나를 데리고 다니면서 동료들에게 소개시켜주던 미대교수들, 첫 강의시간에 재료는 탑스 아트(Top‘s Art)에서 사도록 학생들에게 권유해주던 교수들, 강의 중간에라도 내가 강의실을 방문하면 학생들에게 나를 소개시켜주던 교수들, 알아서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다 채워달라고 믿고 맡겨주는 대학 서점의 매니저, 배달을 가면 무거운 짐들을 대신 들어주는 배려 넘치는 직원들, 큰 체인스토어보다는 이왕이면 작은 가게에서 물건을 사주고 싶다는 손님들, 오랜 세월 단골로 오시는 손님들, 먹을 것까지 사다주시는 손님들, 그리고 중학생 때부터 오던 여학생이 성인이 되었을 때 나는 중매까지 섰고 이제 그 가정의 아이들이 고등학생이 되어 다시 찾아오게 된 지난 35년 동안 수없이 많은 고마운 분들을 만나는 행운을 선물 받았다.
나는 두 달 전부터 이제 내가 건강하게 움직일 수 있을 때 기억나는 고마운 분들을 한 분씩 토요일 아침 브런치에 초대하는 나만의 감사 이벤트를 시작했다.
얼마 전에는 20년 단골이신 민화협회장 성기순 선생님을 모시게 되었다. 선생님은 물건 값을 지불하실 때도 합계가 $50.65이면 반올림을 하여 $51를 주시는 분이다. 누구도 그렇게 주시는 손님이 없다고 극구 말려도 항상 할인받아서 고맙고, 이런 좋은 스토어가 한인 타운에 있는 것이 고맙다고 하시면서 감동을 주시는 손님이기에 이제는 나도 사양치 않고 그냥 주시는 대로 받고 있다. 선생님과 나는 지난 20년 동안 한 번도 같이 차를 마실 시간도 못 가진 채 각자가 바쁘게 살아왔기에 그 토요일 아침의 감사 브런치는 서로에게 큰 기쁨을 준 위로의 시간이 될 수 있었다.
나이가 들어 느끼는 감사의 무게는 젊었을 때와는 사뭇 다른 무게로 내게 다가와서 그동안 받은 사랑과 은혜들이 엄청난 일들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해주고 있다.
사랑과 감사는 미루지 말라고 읽었다. 그러나 말을 하지 않으면 어떻게 사람의 마음을 짐작이나 할 수 있을까? 사느라 바빠서 충분히 전하지 못한 감사를, 지금이라도 전할 수 있는 조건에 놓여있음에 또 감사하며, 인생의 후반부에 서있는 지금, 감사에 인색하지 않고 넘치도록 표현하면서 살려고 한다.
이제 12월17일 토요일의 감사 브런치에는 오티스(OTIS) 패션 대학에서 근무하면서 20년 동안 나와 나의 스토어를 최대한으로 서포트 해주고 은퇴한, 잊지 못할 비(Bea)가 기꺼이 나의 초대에 응하여 먼 곳에서 올 예정이다. 만나면 눈물부터 날 것 같아도, 두 손을 꼭 잡고 “고마웠다”라는 말로 감사의 브런치를 나누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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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미 탑스 아트 서플라이즈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