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에게 결코 나쁘지 않은 한 해였다’-. 12월도 벌써 중순이다. 2022년도 그 끝자락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이 시점에서 워싱턴 안팎에서 나돌고 있는 말이다.
2022년 중간선거의 해를 맞아 당초의 전망은 ‘레드 웨이브(Red Wave)’가 전 미국을 휩쓴다는 거였다. 중간 선거는 현직 대통령의 무덤으로 불린다. 정권심판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그런데다가 경제난에, 치솟기만 하는 물가, 폭력범죄 급증…. 집권 민주당으로서는 악재투성이었던 것이 올해의 선거전이었다.
그 중간선거가 조지아 주 연방 상원선거 결선이 민주당 승리로 마무리되면서 마침내 막을 내렸다. 그러니까 민주당이 상원에서 다수당 위치를 차지함으로써 바이든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선방’을 넘어 승리로 봐도 좋을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뭐랄까. 바이든에게는 운이 따른다고 할까. 그것도 왕운(旺運)이. 말 그대로 ‘2022년 격동의 한 해’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새삼 드는 느낌이다.
국내 정치뿐만이 아니다. 국제정치의 흐름에서도 그게 느껴진다.
강하다. 아니 무서워 보이기조차 했다. 그런 권위주의 독재 세력들이 허점을 드러냈다. 그 내부가 허약하기 짝이 없는 것이다. 미국 중심의 국제질서에 공공연히 도전해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가 패퇴에, 패퇴만 거듭, 체제붕괴의 위험에 처한 푸틴의 러시아가 그 하나다.
40여 년 동안 철권통치를 해왔다. 그러면서 회교혁명을 수출해왔다. 그 결과 이라크에서 시리아, 레바논, 그리고 예멘에 이르기까지 세력권을 확장했다. 그 시아파 회교혁명정권 이란에서 대대적 반정부 시위가 발생해 3개월째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14억 인구의 시진핑 치하 중국에서도 전혀 예기치 못한 사태가 발생했다. 전국적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발생, 1989년 톈안먼 사태에서도 듣지 못했던 ‘공산당 타도’ 구호까지 들려오고 있는 것이다.
어딘가 한 방향으로 가는듯한, 그리고 동시적으로 발생한 이 사태들. 무엇을 말하고 있나. “전 유라시아 대륙이 위기에 빠져들고 있고 이는 상대적으로 미국의 파워가 극적으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오폴리티컬 퓨처스의 조지 프리드먼의 진단이다.
이 같은 진단과 함께 프리드먼이 특히 주목한 것은 중국의 시위사태다.
‘제로 코비드 정책에 따른 상하이 봉쇄’- 왜 시진핑은 이 같은 무리수를 감행했을까. 중국의 시위사태와 관련해 그가 먼저 던진 질문이다. 그러면서 홍콩사태에서 그 답을 찾고 있다.
공공연한 사회, 정치적 불안 노정은 (엄격한 통제에서도)가능하다. 홍콩사태에서 베이징이 얻은 교훈의 하나다. 폭동은 확산될 수 있다. 때문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그런 사태는 막아야한다. 두 번째 교훈이다. 세 번째 교훈은 국제교역으로 먹고 사는 중국이 세계여론의 재판을 받는 상황은 극력 피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훈에 따라 불온한 움직임이 감지되는 지역, 시위발생 가능성이 큰 곳을 주 타깃으로 베이징은 봉쇄정책을 밀어붙인 게 아닐까 하는 것이 프리드먼의 진단이다. 소요사태 확산 사전 봉쇄가 시급을 다투는 상황이지 상하이가 봉쇄돼 경제가 뒷걸음치는 것은 뒷전이라는 베이징의 멘탈리티가 작동한 결과로 본 것이다. 코비드-19은 구실에 불과 했다는 거다.
다른 말이 아니다. 이번 시위사태를 ‘찻잔 속의 태풍’정도로 볼 수 없다는 이야기다.
“주목해야 할 것은 4억에 이르는 중국 중산층의 동향이다.” 포린 폴리시지의 지적이다. ‘제로 코비드’정책에 대한 피로감 누적이 시위를 불러왔다. 맞는 지적이다. 그러나 시위의 배후에는 더 큰 이슈가 잠복해 있다는 것이 이 잡지의 진단이다.
‘정치에는 관여하지 말라. 당이 알아서 할 것이다. 대신 부와 충족감을 안겨줄 것이다.’ 개혁개방이후 중국의 정치와 사회를 지탱해온 공산당과 중국 대중과의 일종의 묵계사항이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통해 중국공산당은 어느 정도 그 약속을 지켰다. 그리고 그 개혁개방 정책 30여 년의 과실이 4억에 이르는 중산층이다.
개혁개방은 경제적 부만 약속한 것이 아니다. 일반 거버넌스에서 시민의 사생활에 이르기까지 당의 간섭을 가급적 줄이겠다는 것도 포한돼 있다.
안보와 통제 강박증세를 보이고 있는 시진핑은 이 모든 것을 뒤집었다. 중국 사회 전체를 디지털 감시망의 포로로 만들었다. 전체주의의 공포가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다가 경제는 성장 동력이 끊겼다. 이와 함께 장래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정황에서 시진핑이 내건 ‘중국몽’은 망상임을 자각하면서 중산층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제로 코비드’정책과 맞물려 임계점에 이르렀다는 것이 포린 폴리시지의 진단이다.
“중국의 시위사태는 바이든에게는 예상치 못한 기회다.” 아메리칸 포린 폴리시 카운슬의 로렌스 하스의 지적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할 브란즈도 같은 시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이들 해외정책 전문가들이 하나 같이 소환해내고 있는 것은 소련을 서슴없이 ‘악의 제국’으로 질타, 냉전종식을 이끌어낸 레이건이다.
과감하게 중국공산당의 인권문제를 공격하고 자유를 희구하는 중국의 인민, 더나가 러시아와 이란의 시민들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접근방식으로 이 기회를 살릴 때 바이든은 어쩌면 위대한 인권 대통령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의회전문지 더 힐의 지적이다.
2023년은 바이든에게 왕운의 해가 될까. 기대되는 새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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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