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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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다시 달에 가나

2022-12-07 (수) 정숙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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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아달아 밝은 달아 이태백이 놀던 달아 저기저기 저 달 속에 계수나무 박혔으니 옥도끼로 찍어내어 금도끼로 다듬어서 초가삼간 집을 짓고 양친부모 모셔다가 천년만년 살고지고 천년만년 살고지고”

달은 인류가 최초로 우주에서 꿈과 상상의 나래를 펼친 가장 가까운 지구의 벗이다. 계수나무 아래 토끼 한 마리가 살고 있다던 달에 인간이 첫 발을 내디딘 게 1969년, 그로부터 100년 후가 되면 정말로 토끼 아닌 사람들이 살게 될지도 모른다.

넷플릭스에서 상영 중인 8부작 한국드라마 ‘고요의 바다’(The Silent Sea, 2021)는 2075년을 배경으로 한 미스터리 공상과학드라마다. 물 부족으로 황폐해진 지구를 떠나 달에 설치된 ‘발해’ 연구기지에서 발견된 원시의 물 ‘월수’를 찾아가는 특수대원들의 이야기, 과학적 오류가 많다는 비난도 있지만 공유와 배두나가 실감나는 연기를 펼치는 스릴러다.


‘애드 아스트라’(Ad Astra, 2019) 역시 상당히 잘 만든 심오하고 아름다운 SF 영화다. 배경은 21세기 후반. 생명체를 찾아 해왕성으로 떠난 아버지(타미 리 존스)가 임무에 실패하고 연락이 두절되자 29년 뒤 아들 로이(브래드 핏)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떠난다. 그는 해왕성까지 가기 위한 중간기착지로 달 기지와 화성 기지에 들르는데, 이 시기 이미 달과 화성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거주하고 곳곳에서 해적이 출몰하는 무법지대가 되어있다.

이런 이야기가 이제는 더 이상 공상과학이 아니게 될 모양이다. 지난 16일 미국항공우주국(NASA)은 ‘오리온’을 발사함으로써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을 시작했다. 1972년 이후 중단된 달 탐사여정을 50년 만에 재개한 것이다.

지금까지 달 탐사에 성공한 나라는 6개국-소련, 미국, 일본, 중국, 인도, 유럽(EU)이며, 지난 8월 한국이 달 궤도 탐사선 ‘다누리’호를 쏘아 올려 7번째 나라가 됐다. 현재 성공적으로 비행 중인 ‘다누리’가 연말께 달 궤도에 진입하면 내년부터 달의 극지방 음영지역을 촬영하고 달 착륙 후보지를 탐색하며 나사의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을 지원하게 된다.

달 탐사 성공 7개국 가운데 사람을 착륙시킨 나라는 미국이 유일하다. 미국은 역사적인 아폴로 11호에 이어 아폴로 12, 14, 15, 16, 17호가 달에 내렸고, 총 12명의 우주비행사가 21~75시간 동안 머물며 암석채집, 각종 관측장비 설치, 탐사차량(루나 로버) 시험주행 등의 작업을 수행하고 돌아왔다.

아폴로 17호를 끝으로 한동안 중단됐던 달 탐사는 2000년대 들어 일본, 중국, 인도, 유럽, 한국이 뛰어들면서 부흥기를 맞고 있다. 이처럼 전 세계가 달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단순하다. 우주가 과학기술을 넘어 경제와 산업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50여년전 미국의 우주비행사들이 한 일이라곤 달 착륙지에서 불과 몇 마일 정도 탐험한 것뿐이다. 달에 얼마나 많은 잠재가치와 자원이 있는지 알지 못하는 상태에서 철수한 것이다. 그런데 이제 다른 나라들이 달 탐사에 나서고 있으니 미국으로서는 그 자원개발 기회를 선점당하도록 놔둘 수 없는 것이다.

특히 중국의 공격적인 우주굴기가 본격화되면서 21세기의 달 탐사는 미국 대 중국의 경쟁이 되었다. 1960년대 냉전시대에 미국과 소련의 국가적 경쟁이던 것과는 내용도 목적도 다르다.


중국은 2007년 첫 달 탐사선 창어 1호를 발사하면서 비교적 늦게 우주경쟁에 뛰어들었지만 2014년 창어 3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고, 2019년 창어 4호가 세계 최초로 달 뒷면에 착륙하여 2020년 달 시료를 지구로 가져옴으로써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다.

중국은 그뿐 아니라 올해 독자적으로 우주정거장 ‘톈궁’을 완공했다. 15개국이 함께 건설한 국제우주정거장(ISS)이 노화돼 머잖아 운영을 중단할 위기에 놓여있음을 감안하면 톈궁은 크기가 훨씬 작지만 지구 궤도에 남은 유일한 우주정거장으로서 그 위상이 높아질 전망이다. 아울러 2030년대에는 달기지 건설도 계획하고 있으니 미국의 우주 기술을 바짝 따라온 중국의 맹추격에 미국이 긴장하는 것은 당연하다.

아르테미스 계획은 3단계로 진행된다. 이번 아르테미스 I 비행은 인간 생체조건과 거의 같은 두 마네킹을 태운 우주선이 26일간 달 궤도를 돌며 모든 장비가 안전하게 작동하는지 확인한 후 귀환하는 게 목표다. 2024년 5월 발사될 아르테미스 II에는 우주비행사 4명이 탑승해 10일 일정으로 지구 궤도와 달 궤도에서 광범위한 실험을 수행한다. 그리고 2025~26년 아르테미스Ⅲ가 마침내 달 남극에 최초의 여성과 유색인종 우주비행사를 착륙시킬 예정이다.

이 계획이 성공하면 매년 한 차례씩 달에 로봇과 우주비행사를 보내 달 상주기지를 짓고 달 궤도에 우주정거장 ‘게이트웨이’(Gateway)를 건설한다는 게 나사의 계획이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이 모든 달 탐사기술과 경험을 바탕으로 화성에 유인 탐사선을 보낸다는 장기적인 구상을 하고 있다.

아르테미스 계획에 참여할 우주인으로 6명의 여성을 포함해 13명이 선발되었는데 이 가운데 LA 출신의 한인 2세 조니 김(38)이 있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으나 해군 네이비실 장교가 된 그는 중동에서 수많은 작전을 수행하여 은성훈장을 받았으며, 하버드 의대를 나와 군의관으로 복무했다. 1만8,300명이 지원한 나사 우주인단 22기에 선발된 13인 중 한명인 그가 부디 달을 밟는 최초의 유색인 우주비행사가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정숙희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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