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생각] Z세대가 X세대를 길들이는 방법
2022-12-05 (월)
김선원 / 한국혁신센터 팀장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하나뿐인 우리아이는 한국에서 치면 고3으로 버클리의 공립고등학교 12학년이다. 11월30일이면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UC의 입학원서 마감접수일이다. 마감접수일 전 마지막 토요일 밤에 아들이 아르바이트로 다니는 캘리포니아 피자키친에서 저녁 5시간 시프트를 끝낸 것을 데리고 들어왔다. 저녁 간식을 챙겨주고 식탁머리에 앉아있자니 갑자기 아들녀석이 전화를 받는다. 전화기 저편에서는 변성기를 갓 지난 아들녀석 친구. 뭐라 얘기를 하는지 들리지 않고 아들의 수락 메시지만 들린다. “yeah, I am down.” ‘야행’을 다녀오겠단다. 이 도련님은 아직 입학원서 준비의 마지막인 4번째 에세이 마무리를 하지 못하고 벌써 일주일째 붙잡고 있는 와중이었다. 게다가 엊그제는 샌프란시스코 시내로 통하는 베이브릿지 톨에서 무작위 총기사건이 일어난 뉴스를 본 후였다.
“아, 이 애는 정신이 있는 걸까?” 한국에 고3을 둔 동창 친구들의 생활은 숨이 막히게 빡빡하게 보내는 고3과 동거동락하느라 괴로워 보인다만, 나 또한 이렇게 태평한 인간들을 옆에서 보면서 등짝도 못 때리고 꿀밤도 못 먹여주고 애만 태워야하는 것도 힘들다. 2020년부터는 수학능력시험 SAT 스코어 없이 입학원서를 보겠다는 입시 정책변화로 아들녀석의 캘리포니아 고3 생활은 하릴없어 보여 숨이 막힌다. 틴에이저들의 두뇌 발달 구조는 올빼미형이 될 수밖에 없어 아침잠을 더 재워야 된다는 방침이 생겨 아침 8시 0교시가 없어졌다. 야간자율이란 제도는 모르기에 점심 먹고 파하는 학교를 마치고 삼삼오오 스포츠 및 취미활동으로 바쁘다.
내 머릿속은 온통 저렇게 보내도 괜찮은가로 복잡하다. 아침 7시부터 등교하던 것도 모자라 밤 10시에 학교에서 돌아와 새벽까지 공부한다고 앉아있던 내 고3의 수험생 시절이 생각나 한숨이 나온다. 무엇이 옳은 것일까? 아이 아빠는 아들이 원서접수 끝나고 나면 나한테 다른 걱정거리가 없어서 자기가 걱정이라면서 농담한다.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붙잡고 시간을 오래 보내야할 것은 아니고, 시간을 오래 보낸다고 성적이나 결과가 최상을 보장하지도 않는 것 아닌가. 아서라… 이 아이가 살아갈 세상과 생활방식은 기술의 발달로 상상도 못할 곳일 터인데, 내가 배운 대로 내가 해본 대로 하지 않는 듯 보이니 불안하다. 다시 한번 믿어보자고, 그 아이가 혼자서 해내도록 자기시간을 알아서 보내도록 말없이 지지하자고 마음을 다잡아본다.
<김선원 / 한국혁신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