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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 코비드’, 그 정치방역의 끝은…

2022-12-05 (월)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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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항저우, 청두…. 중국의 대도시마다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베이징대, 칭화대 등 중국을 대표하는 대학을 필두로 75개 대학에서도 시위가 발생했다. 자유와 제로 코비드 정책폐지를 요구하면서. 심지어 시진핑 퇴진, 공산당 타도의 구호까지 나왔다.

이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조지 오웰도 울고 갈, AI(인공지능)까지 동원한 디지털 전체주의체제 하에서 벌어진 전국규모의 동시다발적 시위. 이 초현실적인 상황을 목격하면서 스스로 던진 질문이다.

동시에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없다는 생각도 스친다.


코로나 19 바이러스의 시발점은 중국의 우한이다. 공산당국은 철저한 검열과 은폐를 통해 이 사실을 숨겼다. 그러면서 이 바이러스의 전 세계적 만연을 방치했다. 이와 동시에 취한 것은 철저한 봉쇄조치였다.

그 결과였나. 미국에서는 100만 이상이 코비드로 숨졌지만 중국의 사망자는 극소수(3만2,000여명)로 발표됐다. 그리고 코비드 팬데믹으로 전 세계 경제가 뒷걸음 친 2020년 말에서 2021년 기간 동안 중국경제는 플러스 성장을 기록했다.

베이징은 이 과정에서 하나의 내러티브를 만들어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중국은 승리했고 이는 중국식 사회주의 모델의 우월성을 알리고 있다는. 그리고 그 공로를 공산당 영수 시진핑에게 돌리면서 대대적인 선전선동을 펼쳐왔다.

그 코로나 바이러스로 중국은 또 다시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다름에서가 아니다. 제로 코비드 정책에 따른 무지막지한 봉쇄조치에 반발해 톈안먼 사태 이후 최악의 시위가 발생한 것과 관련, 코비드 팬데믹은 궁극적으로 시진핑 영도의 중국공산당체제의 붕괴를 가져오지 않을까하는 일종의 기대(?)섞인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사태에 이르게 됐을까. 1인 독재 시진핑체제 특유의 오만과 독선, 편견과 무지, 거기다가 허영과 광기…. 이런데서 찾아지는 것은 아닐까.

제로 코비드 방침에 따른 봉쇄조치가 펜데믹 초기에 효과를 발휘한 것은 사실이다. 그 제로 코비드 정책을 시진핑의 공로로 돌리다보니 방역정책을 너머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됐다. 일종의‘언터처블(Untouchable)’이 되고 만 것이다.

1인 독재체제에서는 전문 관료집단과 국가조직을 최대한 활용해 국익을 극대화하는 정책결정의 합리성은 배제된다. 오직 독재자의 뜻만이 중요하고 그 독재자에 대한 맹종만 요구된다.


바로 이 점을 지적, 제로 코비드 지침을 얼마나 잘 수행했는가는 시진핑에 대한 충성 지표가 됐다는 것이 아시아타임스의 보도다. 뭐랄까. 정치방역이 됐다고 할까.

이런 풍토에서 2022년 10월 16일~20일로 예정된 중국 공산당 20차 전당대회 개최라는 중국의 정치일정과 맞물려 무한 충성경쟁이 벌어지면서 중소도시는 말할 것도 없고 심지어 수백, 수천만 인구의 대도시도 어느 날 갑자기 봉쇄되는 극히 ‘중국스러운’ 사태가 계속 발생해왔다.

폐쇄에 따른 경제적 파장 따위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주민들이 받을 고통은 더 더욱 그렇다. 중요한 것은 제로 코비드 정책수행 점수다. 공산당 고위당직자의 인선이 이루어지는 전국 당 대회를 목전에 둔 상황에서 특히. 뒤따르는 것은 무리한 조치이고, 그와 비례해 인민의 고통만 가중되는 거다.

상하이 봉쇄 경우를 보자. 인구 2,000만이 넘는 상하이는 중국의 경제 수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상하이가 지난 3월 27일 봉쇄됐다. 그러자 실업률이 껑충 뛰었다. 세계 공급망에도 엄청난 차질이 발생했다.

두 달에 걸친 오랜 폐쇄조치에 따라 의료대란에, 심지어 기근 상황까지 발생했다. 중국에서 제일 부유한 도시 주민들이 굶어죽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그리고 급기야 코비드가 아닌 다른 질병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이 속출하기에 이르렀다. 마침내 시민들이 들고 일어났다.

정상국가였다면 그 같은 무리한 조치를 취한 관료는 직위박탈은 물론 처벌도 받았을 것이다. 그 상하이 봉쇄의 장본인 리창(李强-63) 상하이시 공산당서기는 오히려 벼락출세가도를 달리고 있다.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으로 발탁된 데다가 차기총리 후보로 검토되고 있다. 막무가내로 몰아붙인 상하이 봉쇄는 시진핑을 감동시켰다는 평가다.

그 제로 코비드 이데올로기가 오미크론 변이 확산과 함께 허구로 판명됐다. 그러니까 날조 내러티브에 매몰돼 베이징은 감염율이 높은 변이 코로나 바이러스 확산에 대한 대처를 못해온 것이다. 이 정황에서 그나마 제로 코비드 정책을 폐기, 방역에 변화를 꾀할 때 어떤 상황을 맞게 될까.

노년층의 부스터 백신은 말할 것도 없고 2차례 백신접종률도 극히 낮은 편이다. 거기다가 잇단 봉쇄조치로 집단면역이 형성되지 않았다. 이 상황에서 방역정책 궤도수정을 할 경우 확진자는 하루 4,500만에 이르고 사망자는 68만에 이를 수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이다. 시진핑체제의 중국은 진퇴양난의 처지에 몰려있는 것이다.

그 중국은 앞으로 어떤 운명을 맞게 될까.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가 답이다. 그러나 한 가지는 분명하다. 중국, 러시아, 이란 같은 독재체제는 겉만 봐서는 멀쩡해 보인다. 그러나 이는 일종의 사후경직 증상 같이 환각일 수도 있다.

헤밍웨이가 남긴 말대로 “서서히, 그러다가 갑자기(gradually, then suddenly)" 올 수가 있는 것이 독재체제의 붕괴다. 중국사태를 계속 주시해 보아야겠다.

<옥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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