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유행이 지속되면서 포장ㆍ배달 음식을 많이 먹은 탓에 고콜레스테롤혈증(hypercholesterolemia) 유병률이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전체 성인의 비만ㆍ당뇨병 유병률은 소폭 감소했지만 40대 남성과 30대 여성의 비만은 늘었다. 지난해 고콜레스테롤혈증 유병률은 남성이 21.5%로 전년보다 1.3%포인트 증가했고, 여성은 20.3%로 1.5%포인트 올랐다. 유병률 증가 폭이 가장 큰 연령대는 50대로, 남성은 전년보다 7%포인트, 여성은 6.6%포인트 증가했다. 질병관리청이 24일 발표한‘국민건강영양조사 제8기 3차년도(2021) 결과’에서다. 국민건강영양조사는 국민건강증진법에 근거해 매년 약 1만여 명을 대상으로 흡연, 음주, 영양, 만성질환 등 250여 개 보건 지표를 산출하는 대표적인 건강통계조사다.
◇LDL 콜레스테롤 160㎎/dL 넘을 때 진단
고콜레스테롤혈증은 혈액 속 ‘나쁜’ 저밀도 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60㎎/dL 이상으로 높을 때를 말한다.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도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어 치료 적기를 놓치고 심혈관 질환이 발생한 뒤에야 진단받을 때가 많다.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의 뇌, 신경, 근육, 피부, 간, 창자, 심장 등 어디에나 존재한다. 콜레스테롤은 세포막을 만드는 데 중요할 뿐 아니라 여러 가지 호르몬, 비타민 D, 담즙산을 만드는 데 필요하다.
하지만 콜레스테롤이 혈액 속에 과다하면 동맥경화를 촉진한다. 동맥경화는 지방, 특히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붙어 발생하는 일종의 노화 증상이다.
그러나 고콜레스테롤혈증이나 고혈압 등이 있으면 혈액에 넘쳐나는 콜레스테롤이 혈관 벽에 붙으면 ‘죽상(粥狀)경화증’을 일으킬 수 있다. 죽상경화증은 혈관 벽이 좁아져 혈액이 원활히 흐르지 못하고 혈전이 생기거나 혈관이 막힐 수 있는 상태다.
죽상경화증 같은 동맥경화가 심해지면 협심증(혈관이 좁아진 상태)ㆍ심근경색(혈관이 막힌 상태) 등 허혈성 심장 질환과 뇌졸중(뇌경색ㆍ뇌출혈) 같은 뇌혈관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혈액 속 콜레스테롤 수치는 ‘어떤 음식을 먹는가’뿐만 아니라 ‘몸에서 나쁜 콜레스테롤을 얼마나 빨리 만들어 저장하는가’에 달려 있다.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조절하는 요인에는 유전ㆍ음식ㆍ체중ㆍ육체적 활동ㆍ운동ㆍ나이ㆍ성별ㆍ음주ㆍ스트레스ㆍ질병ㆍ약물 등 다양하다.
유전적 요인으로는 가족형 고콜레스테롤혈증이 있다. 이는 ‘나쁜’ LDL 콜레스테롤이 몸에서 얼마나 빨리 만들어지고 혈액에서 제거되는지를 결정하는 유전자에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이상학 세브란스병원 심장내과 교수팀 연구(296명 환자 분석)에 따르면 ‘나쁜’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177㎎/dL 이상이면 유전적 성향이 강한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Familial HypercholesterolemiaㆍFH)’일 가능성이 있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은 혈중 LDL 콜레스테롤 농도를 조절하는 LDL 수용체의 유전적 변이로 인해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들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인 사람은 정상 체중에 금연ㆍ절주 등 생활 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하고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기준치 대비 1.5~4배 높아지는 것으로 보고된다. 혈중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상승하면서 심혈관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 보통 사람보다 5배가량 높다. 유전적 변이가 원인이어서 자녀에게 유전될 확률이 50% 정도다.
혈액 속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는 요인으로는 우선 주로 동물성 고기에서 섭취하는 포화지방과 동물 육류에서만 얻을 수 있는 콜레스테롤이 꼽힌다.
과체중이나 비만도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인다. 따라서 비만이면서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다면 중성지방을 줄이고 ‘좋은’ HDL 콜레스테롤을 증가시키는 체중 감량이 도움이 되고, 표준 체중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육체적 활동을 규칙적으로 시행하면 ‘나쁜’ LDL 콜레스테롤이 줄어들고 ‘좋은’ HDL 콜레스테롤이 증가한다. 폐경기 전 여성의 총콜레스테롤 수치는 같은 나이의 남성보다 비교적 낮다. 60~65세까지는 나이가 들수록 콜레스테롤 수치가 점차 늘어난다. 당뇨병, 갑상선기능저하증, 콩팥병, 경구 피임약, 부신 피질 스테로이드제 등이 고콜레스테롤혈증을 일으킬 수 있다.
◇증상이 없어 뒤늦게 발견
고콜레스테롤혈증은 대사질환으로 그 자체로는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동맥경화로 인한 허혈성 심장 질환(협심증ㆍ심근경색)이나 뇌혈관 질환(뇌경색)이 발병한 후에 그로 인한 증상이 나타나면서 고콜레스테롤혈증이 뒤늦게 발견되기도 한다.
따라서 20세가 넘으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를 검사하는 것이 좋다. 올바른 검사 수치를 확인하려면 9~12시간 공복 후 혈액검사를 시행한다.
치료는 고콜레스테롤혈증 고위험군에게는 ‘나쁜’ LDL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기 위해 비약물 요법과 약물 요법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반면 저위험군에게는 ‘나쁜’ LDL 콜레스테롤 목표 수치를 상대적으로 높게 정해 우선 비약물 요법을 3~6개월간 시행한다. 이 기간에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화되지 않으면 약물 요법을 시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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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대익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