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신경과 전문의, 편두통 50% 겪어… 일반인보다 8배 이상

2022-11-29 (화)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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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신경과 전문의 50% 정도가 편두통을 겪어 일반인(6.0%)보다 8배 이상 많이 고통을 겪는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김병건 노원을지대병원 신경과 교수ㆍ조수진 한림대 동탄성심병원 신경과 교수 연구팀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 연구 결과는‘저널 오브 클리니컬 뉴롤로지(Journal of Clinical Neurology)’에 실렸다.

연구팀은 2019년 9월 26일~11월 13일 국내 신경과 전문의 442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49.8%가 편두통을 경험했으며 남녀 간 차이는 없었다.

또 조짐(兆朕) 편두통(두통이 생기기 전에 사물이 왜곡돼 보이거나 시야가 어두워지거나 번쩍거리는 증상)과 일차찌름 두통(뒤통수를 바늘로 찌르는 듯한 느낌을 받는 두통) 유병률은 각각 12.7%, 26.7%였고, 매우 드문 질환으로 알려져 있는 군발(群發)두통(cluster headache)은 1.4%로 조사됐다.


연구팀은 신경과 전문의의 편두통 유병률이 높은 이유로 편두통 특성과 동반 증상을 알고 있고 가족력ㆍ유발 인자ㆍ치료 반응 등 다양한 측면에서 정확히 진단할 수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반면 국내 일반인 유병률 추정치는 6.0%로 신경과 전문의와 비교해 현저히 낮다. 대부분 두통이 발생하면 진통제를 조기에 사용하므로 편두통 진단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병건 교수는 “일차찌름두통ㆍ군발두통 등은 잘 알려져 있지 않아 편두통으로 오진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두 질환의 치료법이 편두통과는 완전히 다름을 고려할 때 비신경과 의사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 교수는 “신경과 전문의 본인이 편두통 환자라면 환자에 대한 공감도는 더 높지만 치료 패턴에 있어서는 편두통을 경험하지 않은 신경과 의사와 큰 차이가 없었다”며 “이는 편두통 치료에 있어 대부분의 신경과 의사가 진료 지침에 따라 치료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한쪽 머리 통증 있는 편두통 환자는 40% 불과

‘두통의 왕’으로 불리는 편두통은 이름의 ‘편(偏)’자 때문에 보통 머리 한쪽에서 나타나는 두통으로 잘못 알고 있는 사람이 적지 않다. 한쪽 머리 통증이 있는 편두통 환자는 40%에 불과하다.

편두통은 머리에서 맥박이 뛰는 것처럼 쿵쿵 울리듯이 아프고, 소화불량ㆍ구역질ㆍ구토 등 위장 증상이 동반되면서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일부 환자는 빛이나 소리로 인해 두통이 심해져 빛과 소리 공포증을 겪기도 한다.


두통이 생기기 전에 사물이 왜곡돼 보이거나 시야가 어두워지거나 번쩍거리는 증상, 감각 이상, 발음장애 등을 경험한다(조짐 편두통).

군발두통은 매우 고통스러운 두통이 한쪽 머리에 생기면서 눈물, 눈 충혈, 코막힘, 땀과 같은 자율신경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군발두통 환자들은 두통을 ‘눈을 칼로 도려내는 듯한 고통’ ‘차라리 머리를 벽에 찧는 것이 나을 듯한 고통’이라고 입을 모을 정도로 통증이 극심하다.

편두통에 의한 두통은 4시간~3일 정도 지속되며 주로 두근거리는 박동성 양상을 보이기에 환자들은 ‘머리 속에서 심장이 뛰는 느낌’ ‘딱따구리가 머리를 쪼는 느낌’ 등으로 표현한다. 두통이 한 달에 15일 이상, 편두통이 8일 이상 지속되면 만성 편두통으로 진단한다.

<권대익 의학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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