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고 여성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하고 있다.’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경찰에 끌려갔던 20대 여성이 의문사를 당했다. 이후 세달 째 계속되고 있는 반정부시위. 그 현장, 이란에서 들려오고 있는 소식이다.
“흑암이 깊게 드리우고 있다(Darkness Deepens)." 이제는 그 끝자락을 드러내고 있는 2022년 임인년(壬寅年)을 앞두고 내셔널 리뷰지가 내뱉은 한탄이었다.
코비드 팬데믹은 그칠 기미가 없다. 악성인플레에 기근이 덮쳤다. 그런데다가 권위주의 독재체제가 때를 만났다는 듯이 발호하고 있다. 고문, 인종청소. 인권부재, 그리고 근육자랑.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의 전매특허다. 한 마디로 반문명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그 가운데 유라시아대륙의 양 끝에서는 흑암전선이 더욱 짙게 형성되면서 2022년은 불확실성의 기류가 지배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는 것이 애틀랜틱 카운슬의 전망이었다.
2022년이 시작됐다. 그러기가 무섭게 상황은 더 암울하게 전개됐다. 시진핑의 블레싱 하에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단행한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워밍업에 불과하다. 더 큰 환란은 인도태평양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되면서 들려온 소리다. 유라시아대륙 서부와 동부전선에서 전쟁의 불길이 타오르면서 이는 자칫 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제기 됐던 것이다.
패스트 포워드(Fast Forward). 대반전의 징후가 드러나기 시작했다. 깊어가는 암흑, 그 뒤로 뭔가 서광이 비쳐지고 있다고 할까. 우크라이나군의 하루키우대첩 소식이 그 첫 번째다. 그 둘은 40여년 집권 이란회교혁명정권체제에서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2022년 9월의 시점에 거의 동시적으로 발생한 이 잇단 사태를 포린 폴리시 리서치 인스티튜트의 로버트 카플란은 포악한 권위주의 제국의 붕괴징후로 진단하면서 광대한 유라시아대륙을 뒤흔들 거대한 지정학적 변화가 뒤따를 것으로 내다보았다.
이후 전개되어온 상황은 거대 권위주의 독재 파워의 몰락을 재촉하고 있다고 할까. 그런 방향으로 계속 이어지고 있다.
“첫 번째는 키이우, 두 번째는 하루키우, 세 번째는 헤르손. 러시아군은 10만 이상의 사상자를 내면서 이 세 주요전투에서 잇달아 패배하면서 푸틴은 ‘백조의 노래(swan song-백조가 죽을 때 마지막으로 부르는)’를 부를 처지에 몰렸다.” 의회 전문지 더 힐의 진단이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전략의 귀재’니 어쩌니 하는 찬사를 한 몸에 받으며 존재감을 과시하던 푸틴이었다. 그 푸틴이 전범재판소 법정에 서는 것을 모면하기 위해 중국, 이란, 시리아, 심지어 북한으로 망명할지도 모른다는 국제적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이다.
이 정황에서 푸틴의 ‘깐부’ 시진핑에 대한 국제여론은 최악을 향해 달리면서 중국은 사면초가의 상황을 맞고 있다.
‘경찰이 반정부 시위대를 향해 발포하고 여성들에게 무차별 폭행을 가하고 있다.’ 지난 9월 이후 하루가 멀다고 이란 발로 전해지고 있는 뉴스다. 3개월째 이어지는 이 시위사태 역시 그렇다. 한마디로 ‘40여년 회교정권 독재’를 청산할 혁명으로 비화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 이코노미스트지의 분석이다.
구호부터가 과거 시위와 다르다. 인권보장도, 처우개선도 아니다. ‘회교혁명정권 타도’다. 그렇지 않아도 호메이니 사망이후 33년째 이어지고 있는 하메이니의 장기집권과 그에 따른 부패만연에 혐오감은 깊어지고 있다. 그 상황에서 이 ‘회교혁명정권 타도’의 외침은 이란의 전 계층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여성들이 주도했다는 점에서 이번 시위는 종전과 다르다. 또 그 만큼 체제에 위협적이다.
1987년 수 십 년의 군사평의회 독재에 항거, 여성들이 거리에 나섰다. 실종된 아들, 남편의 소재를 밝히라며 어머니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던 것. 이 시위는 군부독재를 청산하고 아르헨티나를 민주화시키는 촉매작용을 했다. 1989년 아프가니스탄에서 소련군부의 부패와 심각한 인권침해 상황이 하나 둘 드러났다. 그러자 어머니들이 거리로 나섰다. 여성들의 시위는 소련체제 붕괴로 이어졌다.
거리로, 거리로 쏟아져 나온 이란의 딸들과 어머니들. 그리고 몸을 던져 그들을 경찰폭력으로부터 막아주는 젊은 남성들. 그 광경을 전하면서 시위는 혁명으로 번지고 있다는 관측이 잇달고 있는 것이다.
동시에 후퇴를 거듭해오던 자유민주주의 전선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스웨덴, 핀란드의 나토가입과 함께 서방은 그 어느 때보다 단합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리고 중간 선거를 통해 미국의 민주주의는 뚜렷한 회복 신호를 보냈다. 타임지는 ‘민주주의(Democracy)'라는 제목의 커버를 내걸고 중간 선거를 심층보도하면서 이번 선거 결과를 비정상의 시대에 미국 유권자들이 얻어낸 정상적 정치의 승리로 평가한 것.
‘2022년은 경이의 해(annus mirabilis)가 될 것 같다.’ 이 같은 대반전 상황과 함께 감사의 계절을 맞아 파이낸셜 타임스가 던진 화두다. 기적같이 그 깊은 흑암이 거두어졌다는 거다.
대한민국의 2022년도 ‘경이의 해’가 될 것 같은 예감이다. 대놓고 대선결과를 불복한다. 그러면서 ‘미친 소’에, ‘촛불’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도 모자라 이태원참사의 ‘정치무당’역할을 마다하지 않으면서 탄핵을 외쳐댄다. 그 주사파 종북세력의 패륜적 행태가 이재명의 분신, 정진상의 구속과 함께 그 끝이 보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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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