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병이 창궐한다. 대기근이 발생한다. 뒤이어 병란의 소식이...’이런 식으로 펼쳐지던가. 천하대란의 서곡은.
코비드 팬데믹. 준 공황상태의 경제난, 그리고 우크라이나 전쟁. 2020년대 들어 맞이한 상황이다. 일찍이 경험해보지 못했던 복합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할까. 그래서인지 ‘위험한 10년(The Dangerous Decade)’이란 말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10년이란 기간 동안 때로 한 세기에 걸쳐 일어날 그런 대변화가 발생한다. 2020년대가 바로 그 같은 10년이다.” 싱크탱크 외교협회(CFR)의 리처드 하스가 한 말이다. 대변화의 이 2020년대 10년이 그런데 아주 위험하다는 거다.
국제질서가 무서운 속도로 무너지고 있다. 세계 평화가 파괴되고 있는 것이다. 그 주범을 꼽으라면 아무래도 러시아의 푸틴과 중국의 시진핑이다.
푸틴은 과거 소련제국의 위상을 그리워하며 ‘대러시아의 미몽’에 사로잡혀있다. 그 망상의 발현이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황이 불리해지자 핵사용을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중국은 개혁개방 30년 동안 부유해졌다. 그러나 민주화로 가지 않았다. 시진핑의 출현과 함께 오히려 마르크스-레닌주의를 더 강화했다. ‘마오쩌둥의 중국’으로 회귀한 것이다.
이와 함께 내건 것이 중화민족의 부흥, 중국몽이다. 미국과의 경쟁도 마다하지 않으면서 서태평양지역, 더 나가 세계패권을 노리겠다는 야망을 공개적으로 펼친 것이다.
이와 함께 대만침공의 시간표는 점점 짧아지고 있다. 2035년, 2027년. 2023년..., 심지어 어쩌면 2022년이 중공인민해방군의 대만침공의 해가 될 가능성도 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나 중국에 비하면 경량급이다. 그러나 핵 개발과 함께 중동지역을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악의 상태로 몰아가고 있다. 그런 면에서 이란 역시 빼놓을 수 없는 평화 파괴범의 하나다.
“1년, 2년, 아니면 3년 안에 유럽과 태평양지역에서 거의 동시에 발발한 전쟁으로 세계가 요동치는 시나리오를 상상해보라. 말도 안 되는 상황으로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세계가 직면한 현실이다.” 존스 홉킨스 대학의 할 브란즈의 지적이다.
푸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에서는 수세대 만에 열강의 대리전이 전개되고 있다. 동아시아에서는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 연방하원의장의 대만방문 이후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고 있다. 중동에서 미국은 이란의 핵개발을 허용하든지 아니면 전쟁으로 가야할지 선택의 기로에 몰리고 있다. 이 위기들을 모으면 한 거대한 그 림이 떠오른다. 대전란에 휩싸인 유라시아대륙의 모습이다.
시나리오는 시나리오일 뿐이다. 그러나 이 악몽의 시나리오는 대전쟁 발발 위험이 고조돼있는 것이 현실이고 오늘날의 위기들은 보기보다 서로 깊게 연관돼있음을 상기시켜주고 있다.미국의 적대국들이 공식적으로 동맹을 맺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중대한 지역, 다시 말해 유라시아 중 핵지대에 위치해있는 미국의 적대국들은 서로 등을 맞대고 공통의 목적에 따라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관련해 한 가지 심각한 질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 광대한 유라시아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전쟁이 발생할 때 미국은 대처할 수가 있을까 하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이 맞은 곤경은 2차 대전 전 시기에 맞이했던 상황과 흡사하다는 것이 브란즈의 지적이다. 그 때와 오늘날의 기본적인 지정학적 패턴이 통렬할 정도로 닮았다는 거다. 지금처럼 그 때에도 국제 시스템은 사방에서의 포격으로 붕괴되고 있었다. 군국주의 일본은 극동지역에서 지배권을 추구하고 있었다. 나치 히틀러는 유럽정복에 광분해있었다. 이탈리아의 무솔리니는 지중해와 아프리카에 걸친 대제국 건설 야망에 들떠 유혈의 진격에 나서고 있었다. 거기다가 스탈린의 소련은 나치와 결탁해 동유럽을 잠식하고 있었다.
이 수정주의세력(revisionist)들은 팽창주의 독재체제라는 점만 빼놓고 이데올로기나, 추구하는 목표가 달랐다. 게다가 서로가 믿지 못하는 사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차대한 시기에 이 독재자들은 서로 도왔다. 이 세력들의 상호 연관된 도움은 엄청난 파괴적 시너지 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결국 세계대전으로 이어졌다.
푸틴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함께 유럽은 이미 전쟁의 소용돌이에 빠져 들었다. 유라시아대륙의 정반대 쪽 대만해협에서도 대충돌의 카운트다운은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 브란즈의 진단이다. “미국은 ‘결정적인 10년(decisive decade)’의 초입에 들어선 것 같다.” 중국공산군의 대만침공 시간표가 날로 촉박해지면서 제이크 설리반 백악관 안보보좌관이 한 말이다.
‘결정적인 10년’ - 이는 한반도 상황에도 적용되는 것이 아닐까.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에 나서 핵 협박을 하자 김정은은 핵무기사용 법제화에 이어 잇단 화력시위에 나섰다. 시진핑은 그 김정은에게 단결과 협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전략적 의사소통강화를 주문했다. 동북아에서 중-러-북의 독재세력 연대가 부쩍 강화되는 모양새다.
그 가운데 높아가는 것은 윤석열 대통령탄핵구호다. 좌파의 좌장 백낙청의 대통령 퇴진발언이 신호였던가. 촛불, 주사파 세력이 총집결,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맞물려 결판을 낼 태세다.
내란이냐, 주사파 척결이냐. 대한민국의 2020년대 10년은 그 양자 중 택일의 결정적 시기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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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세철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