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궁극적으로 ‘편’은 없어… 인간관계로 분열 넘어서야”

2022-10-21 (금)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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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광부들의 파업 투쟁이 만들어낸 피트 시거의 노래서 제목 따와…2016년 뉴욕경찰 피터 량 유죄판결 반대 아시안 시위가 모티브

▶ 사회운동가 부모 영향… 어머니는 LA폭동 ‘흑·한 연맹’ 공동의장

“궁극적으로 ‘편’은 없어… 인간관계로 분열 넘어서야”

라이언 리 웡 작가. [사진 Mengwen Cao 제공]

“위기의 순간에는 당신이 어디에 있고 무엇을 믿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국계 한인 라이언 리 웡(34) 작가가 펴낸 데뷔 소설‘당신은 어느 편에 있습니까’(Which Side Are You On)이 사회적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LA의 집을 찾은 컬럼비아 대학생인 21세의 리드가 어머니와 함께 곳곳을 돌아다니며 나누는 대화가 주를 이룬다. 웡 작가는“경찰의 만행과 인종차별이 만연한 이 시대에 맞서 사회활동가가 되고 싶은 청년의 열망을 어머니의 생생한 경험에 비춘 픽션(Fiction)”이라고 소개했다. LA에서 활동하는 중국계 5세 인권 변호사 켄트 왕씨와 1970~80년대 최대의 아시안 인권 운동‘이철수 구명운동’을 LA에서 전개했던 한인 1세 제이 리씨 부부 슬하에서 태어났다. 뉴저지주립대 럿거스-뉴왁 대학원에서 예술학 석사를 받았고 예술후원재단인 제롬 파운데이션 이사를 지냈다. 세대 간 대화, 과거의 사회 활동가로부터 배움을 내세우지만 각자의 신념을 강요하지 않는 소설 ‘당신은 어느 편에 있습니까’의 라이언 리 웡 작가를 인터뷰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 책 제목 ‘당신은 누구 편에 있습니까?’는 다소 도발적으로 들린다


▲약 100년 전 켄터키주에서 파업에 들어간 광부들이 투쟁을 하다가 만들어진 노래의 제목이다. 파업자들은 말 그대로 동료 노동자들이 자신들과 함께 서 있을 것인지, 아니면 노선을 깨고 상사의 편을 들어줄 것인지를 묻고 있었다. 포크송 가수인 피트 시거(Pete Seeger·1919-2014)가 불러 유명해졌고 그 이후로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시위를 포함한 많은 사회운동가에 의해 사용되었다.

위기의 순간에는 자신의 입장과 신념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 동시에 이것은 소설의 주인공이 배워야할 점이었다. 궁극적으로 ‘편’(Sides)이란 것은 없다. 항상 투쟁이 필요한 것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때로는 인간관계로 그 분열을 넘어서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 소설 집필 기간이 5년 이상 걸렸다. 시간이 흐르면서 줄거리가 달라졌나

▲2016년 뉴욕시 경찰(NYPD)이었던 아시안 아메리칸 피터 량이 공공주택 계단에서 28세 흑인 아카이 걸리를 총으로 쏴 숨지게 한 사건이 일어났다. (피터 량은 과실치사 혐의가 인정돼 법정에서 유죄 판결을 선고 받자) 미 전역에서 아시안들이 시위를 벌이는 것을 보고 이 책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그 감정은 너무 생소하고 가공되지 않은 날 것이었다. 소설의 중요한 요소가 ‘역사를 대사하는 것(metabolize)’이다. 사건 발생 다음 날 논평을 쓸 수는 있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이 지혜를 얻거나 고통스러운 상황을 이해하는 데는 훨씬 더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쓰기 시작했을 때 저는 나레이터인 ‘리드’(Reed)에 더 가까웠다. 판단력이 강하고 가혹하며 타인이나 자신에 대한 용서를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의 문제를 명확하게 직시하게 위해 측은지심을 길러야 했다.

- 사회 운동가인 부모의 영향을 받았을 것 같다

▲우리 부모님은 1970년대 UC 버클리 대학에서 학생 운동가로 만났다. 우리가 지금 ‘아시안 아메리칸 운동’(Asian American Movement)이라고 부르는 강렬하고 창조적인 행동주의의 일부였다. 그때부터 부모님은 운동과 정의를 위한 일을 계속해왔다. 어머니는 ‘이철수 구명운동’의 일원이었고 당시 흑·한 연맹(Black Kprean Alliance)의 공동의장으로 활약했다. 지금은 풀뿌리 운동을 하는 여성, 소녀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아버지는 오랜 세월 노동 교육자이자 조직위원을 맡고 계신다.


부모님은 내가 더 철이 들 때까지 그들의 정치학이나 어떻게 만나게 되었는지에 대해 말해주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한다. 이 소설을 쓴 또 다른 의미는 부모님과 마주 앉아 그들의 과거에 대해 인터뷰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 소설은 허구이다. 세세한 부분을 많이 바꾸었다. 하지만 감정적인 진실은 그들의 경험에서 나온 것이다.

- LA폭동 30주년을 맞은 올해 한·흑 관계를 다룬 소설을 펴냈는데

▲뉴욕에서 ‘량-걸리’(Liang-Gurley) 사건을 둘러싼 지역사회의 분열을 보면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흑인 생활 문제에 연루된 우리 아시안 이민자들은 걸리의 가족이나 경찰 폭력진압 등에 대한 언급 없이 피터 량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하며 그를 지지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총격과 화재의 폭력으로 한인 동포들이 정치의식에 충격을 받던 1980년대와 90년대의 대화와 분열이 너무나 흡사하게 느껴졌다.

커뮤니티가 스스로를 이해하기 전에는 커뮤니티 간의 관계를 회복할 수 없다고 믿게 되었다. 즉, 친량 세력이 자신들의 역사와 한 번도 듣지 못한 목소리를 얼마나 많이 느꼈는지에 대해 나는 허를 찔렸다. 30년 전 LA에서도 비슷한 역학관계가 있었다. 사우스 센트럴에서 폭력 사태가 일어나기 전부터 한인 사회에는 트라우마가 너무 많았다. 그래서 4·29폭동이 일어났을 때 말 그대로 한국 업주들은 군사적 상황처럼 여겨졌고 그들의 자동 무기를 꺼내야 했다.

한국 이민자들의 경험을 파헤쳐보면 한국 현대사와 마주하게 된다: 수십 년의 군사 독재, 나라를 반으로 갈라놓은, 수많은 생명을 파괴한 전쟁, 그리고 그 이전에 일본에 의한 수십 년의 잔인한 점령 등이다. 그러한 역사가 오늘날 우리에게 어떻게 공명하고 그 후유증을 어떻게 치유하고 있는지 이해하는 것이 먼저다. 그렇지 않고는 연대를 구축할 기회가 없다고 생각한다. 한흑 관계가 변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커뮤니티에서 목소리를 내고 우리의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들려주는 예술이 왜 중요한지 아는 것이 첫 번째 단계이다.

■ 라이언 리 웡 작가와의 만남

라이언 리 웡 작가는 다음달 LA에서 두 차례에 걸쳐 신간 ‘당신은 어느 편인가’(Which Side Are You On)의 출판기념회를 갖는다. 작가와의 만남이 예정된 행사 일정은 ▲LA공공도서관과 소칼로 공공 스케어에서 열리는 ‘어라우드’(ALOUD) 11월10일(목) 오후 7시 ASU 캘리포니아 센터(1111 S. Broadway) ▲북 론칭 행사 11월14일 오후 7시 슈발리에 서점(Chevalier’s Books 133 N Larchmont Blvd.)이다. 작가 홈페이지 https://www.ryanleewong.com/

<하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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