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중간 선거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일은 11월8일(화)이지만 10월초부터 유권자들에게 우편투표용지가 자동 발송되고, 투표일 이전에도 사전투표를 할 수 있기 때문에 사실상 선거시즌이 시작된 셈이다.
LA카운티는 지난 6일부터, 오렌지카운티는 10일부터 우편투표용지 발송이 시작됐으며 투표센터는 오는 29일부터 가동된다. 이번 중간선거를 통해 연방하원의 435명 의원 전원과 연방상원의원의 3분의 1을 선출하고, 각 주정부와 의회, 카운티, 시 등의 선출직 공직자들도 뽑는다. 또한 주민들의 실생활과 직결되는 발의안들에 대한 찬반투표도 함께 실시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선거이다. 이번 선거에는 많은 경선과 후보들이 있어 기표할 곳이 많기 때문에 한인유권자들도 반드시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필요가 있다.
이번 중간선거는 한인 후보도 다수 출마해 한인들의 투표 참여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남가주에서 미셸 박 스틸, 영 김 연방하원의원이 재선을 위한 막바지 캠페인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A카운티 34지구에 다시 도전장을 내민 데이빗 김 연방하원의원후보의 막판 선거전도 지켜볼 만하다. 뉴저지주에서 3선에 도전하는 앤디 김 연방하원의원, 워싱턴 주에서 재선에 도전하는 매릴린 스트릭랜드 연방하원의원도 활발한 유세를 벌이고 있다.
가주하원선거의 최석호, 유수연, LA카운티 판사 선거의 캐롤린 박, 오렌지카운티 수퍼바이저 선거의 써니 박, 어바인 시장 선거의 사이먼 문, 브랜다 린, 어바인 시의원 선거의 존 박, 랜초 팔로스 버디스 시의원 선거의 폴 서, 부에나팍 시의원 선거의 조이스 안, 마이클 한 등 다수의 한인 후보도 출마했다. 또한 LA시장 자리를 놓고 격돌하는 캐런 배스 연방하원의원과 릭 카루소 시장 후보간의 대결도 손에 땀을 쥐게 하고 있다. 정치인들은 항상 표를 의식한다. 그래서 선거시즌만 되면 유권자들에게 정책을 홍보하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대대적인 TV 캠페인을 펼치는 것은 물론 가가호호 방문해 유권자와 악수하면서 한 표라도 더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한인타운 청소년회관 등 한인단체들은 한인후보들이 출마하는 지역에서 한인 유권자들이 꼭 투표에 참여하자는 막바지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그렇다면 투표를 왜 해야 할까?
투표를 통해서 주류사회에 한인사회의 목소리를 낼 수 있고 정치력을 신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한인사회의 권익을 위해 우리가 원하는 후보와 정책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팬데믹 이후 한인 등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과 증오범죄가 끊이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우리의 목소리를 내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는 가장 빠른 길은 투표를 통해 더 많은 한인 정치인을 배출하는 일이다.
30년전 LA폭동 당시 우리의 입장을 대변해 줄 정치인이 없었던 한인사회는 정치력 부재의 결과를 뼈저리게 체험해야했다. 당시 타운을 지켜야 할 경찰은 폭도를 피해 달아나기 급급했고 정치인들은 피해 한인들의 어려움을 도와주기는커녕 오히려 리커가 범죄의 온상이 된다는 억지 주장으로 이들의 복구작업을 방해했다. LA폭동을 통해 우리의 권익은 우리 스스로의 힘으로 지켜야한다는 교훈을 배웠다. “투표하는 데 1분, 후회하는 데 100년이다”
그나마 고무적인 사실은 한인 2세들도 정치력 신장의 중요성을 깨닫고 한인 정치인들의 선거캠페인에 자원봉사 등을 통해서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8년 LA 하계 올림픽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는 ‘미스 틴 올림픽’ 홍보대사 리아 최(트로이테크하이 9학년)양은 현재 45지구 연방하원으로 재선에 도전하는 미셸 박 스틸 연방하윈의원 선거캠프에서 자원봉사요원으로 구슬땀을 흘리며 정치지망생으로서 풀뿌리 민주주의의 현장을 체험하고 있다.
미국 민주주의에서 한 사람의 유권자의 힘은 엄청나다고 할 수 있다. 지난 2007년 베트남계 자넷 누엔 오렌지카운티 제1지구 수퍼바이저가 단 7표차로 선거에서 승리한 사실이 이를 반영한다. 이번 중간선거에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위해 시민권자들이 사전에 우편으로 선거에 참여하거나 우편투표 용지수거함에 넣어도 된다. 또한 선거당일 투표소에서 유권자등록을 마친 후 현장에서 투표해도 될 정도로 절차는 간편해졌다.
지난 1984년 미국에 이민 온 기자는 1989년 시민권 취득 후 출장 등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투표를 한 번도 거른 적이 없다. 미국 시민으로서 권한과 의무를 다했다는 자부심이 절로 든다. “한인사회의 미래가 내 한 표에 달렸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은 저절로 이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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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흥률 특집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