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복음주의 교계 인사 절반 ‘캔슬 문화’ 피해 입어

2022-09-27 (화)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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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점 다른 사람 소셜 미디어 팔로우 취소하고 보이콧

▶ 유료 광고 삭제되고 대학 강연 취소 등 잇달아 발생

복음주의 교계 인사 절반 ‘캔슬 문화’ 피해 입어

복음주의 교단 내 일부 지도자가 소셜 미디어 등에서 ‘캔슬 문화’ 피해를 입는 것으로 조사됐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 관계없음. [로이터]

텍사스 주 그레이프바인에 위치한 대형 교회 펠로십 처치의 에드 영 담임 목사는 지난달 페이스북이 교회 광고를 삭제한 사실을 전했다. 교회 미디어팀이 주일 설교 예고편으로 제작한 유료 광고였는데 이른바 페이스북 친구들이 자신의 관점과 다르다는 이유로 광고에 대한 ‘캔슬’을 주도했고 결국 페이스북 측이 적절한 조사도 없이 해당 광고를 소셜미디어 플랫폼에서 은근슬쩍 내린 것이다. 소셜 미디어상에서 퍼지고 있는 이른바 ‘캔슬 문화’(Cancel Culture)의 희생양이 된 사례다.

캔슬 문화는 자기 생각과 다른 사람에 대한 팔로우를 취소한다는 뜻으로 유명인이나 공적 지위에 있는 인물이 논쟁이 될 만한 행동이나 발언을 했을 때 소셜 미디어 등에서 해당 인물에 대한 팔로우를 취소하고 보이콧하는 온라인 문화 현상을 일컫는다.

‘전미 복음주의 연맹’(NAE·National Association of Evangelicals)이 지난 7월과 8월 복음주의 지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절반에 가까운 48%의 지도자가 이 같은 캔슬 문화 피해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문 조사 대상은 각 교단 대표, 선교단체 대표, 신학대 관계자, 기독교 출판사 대표, 교회 대표 등으로 이들이 당한 피해 사례는 캔슬 문화와 유사한 초대 취소, 감시 명단 작성, ‘연좌’(Guilt by Association) 등도 포함됐다.


기독교계 비영리 단체 스트래터직 리뉴얼의 대니얼 핸더슨 대표 목사도 비슷한 피해를 당했다. 핸더슨 목사는 9년간 한 기독교 대학의 연례행사에서 주요 강사로 초청을 받았지만 최근 초청이 거절된 사실을 알았다.

핸더슨 목사는 크리스천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지난 9년간 나의 사역 활동과 관점에는 변화가 없었다”라며 “다른 교리적 관점을 지닌 외부 인사와의 관계로 인해 이번 피해가 발생한 것 같다”라며 연좌제에 의한 피해를 언급했다.

월터 김 NAE 회장은 “캔슬 문화는 한 인물이나 조직을 배제하려는 목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행위”라며 “용납되지 않는 행위나 비정상적 인물을 구분해내는 것은 중요하지만 캔슬 문화 방식은 직면한 도전에 대한 의미 있고 공개적인 대화를 어렵게 한다”라고 캔슬 문화의 폐해를 지적했다.

NAE의 설문 조사에서 일부 복음주의 지도자들은 이미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캔슬 문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자조 섞인 우려를 내놓기도 했다. 이들은 “캔슬 문화에 의한 불이익을 우려하는 일부 지도자들이 그들의 위치에서 공개적으로 대화하는 것을 꺼리고 있다”라고 우려했다.

월터 김 회장은 “지도자들은 자신의 언행에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하지만 다른 관점을 지녔다는 이유로 처벌받아서는 안 된다”라며 “‘서로 다름’에 대한 대화를 격려하고 다른 관점의 사람들에게 대화를 제안해야 하는데 이것이 바로 예수님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준 최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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